나와 아들의 이야기 주머니

시리즈 비룡소 전래동화 21 | 이상희 | 그림 이승원
연령 5~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6월 22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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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서 자란 나의 어린 시절에 동화책은 없었다.

그러나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심심산골의 기와집의 호롱불 아래서 듣던 도깨비 이야기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이야기 영향인지, 깜깜한 밤길을 무서움에 걸음을 재촉할 때는 멀리서 파랗게 빛나는 도깨비불을 본 것도 같았다.

이야기는 이처럼 상상력을 깨워 준다.

내 머리 속에 잠자던 도깨비불을 깨워주고, 내 마음에 출렁이던 모험심도 살아나게 해주고.

 

돌이켜 보면 동화책이라곤 구경도 못하고 자란 나지만

나는 오히려 책 속에 파묻혀 지내는 요즘 아이들보다  이야기의 풍요속에서 자랐다고 자부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동네 언니 등으로부터 듣고 하던 구수한 옛 이야기들은

그 어떤 동화책의 이야기보다 사실적이고, 흥미진진하였으며,

또 상징적이었기 때문이다.

시골 어른들은 어쩜 그리도 구수한 이야기들을 잘도 풀어놓으셨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할 노릇이다. 나도 그런 구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로 늙었으면 좋겠는데…

 

 

이번에 비룡소 연못지기 11기가 되면서 첫 번째 도서로 만나게 된 <이야기 귀신>은

나의 어린시절 듣던 이야기의 감흥을 되살려 주는 책이었다.

제목부터 귀신이 등장하니 솔깃하다. ㅎㅎ

 

 

 

 

책 표지.

색감이 참 신비롭다. 

 

 

 

책 내지인데 사진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데

한지의 약간 거친 듯한 질감과 빨간 색감이 정말 이쁘다.

우리 아들은 이 종이를 몇 번이고 어루만져 보았다.

느낌이 다른 종이랑 왜 다르냐고 하면서..

그래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지에 대해 구시렁 구시렁 설명을 했다는…

이런 내지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깊은 의도가 숨어 있는 장치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제목에는 꽃이 피었다.

이상희 글, 이승원 그림.

글도 맛깔나고, 그림은 이 책의 백미다. 

 

 

 

이야기 귀신이 비룡소 전래동화 21권이란다.

갑자기 비룡소 전래동화의 구성이 궁금하여 지는 순간.

 

이야기는 어린 시절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모든 어른들이 그러했듯,

“옛날 옛적에…”로 시작된다.

 

옛날 옛적에 어느 집 막내딸 아이가 이야기를 무척 좋아했어.

할어버지 한테도 이야기를 해달라, 

 

 

오라비들한테도 이야기를 해 달라, 

 

 

동네 아주머니한테도 이야기를 해달라 만날 졸라댔지.

 

 

이 책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투로 글이 처리 되어 있기 때문에

책을 읽어줄 때 절로 이야기꾼의 어투가 된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절로  신이 난다. (나만 그럴지도 모르지만…ㅎㅎ)

 

 

아이는 이야기를 듣고 오면 얼른 종이쪽에다 썼어.

따박따박 써서 주머니에 넣고,

따박따박 써서 주머니에 넣고,

따박따박 써서 주머이에 넣어 모았더란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이야기의 묘미가 팍팍 살아난다.

따박따박이라는 말의 반복이 운율이 되어 이야기의 리듬감을 살려준다.

책 같지가 않고 정말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듯한.

그림 또한 이야기를 너무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이야기를 따박따박 적고 아이의 붓끝에서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그려지고 있다.  

 

 

 

이야기를 들으면 주머니에 넣기에 바쁘고 그 누구에게도 들려주지 않고 나눌줄을 몰랐던 막내 아이에 비해,

몸종 아이는들은 이야기를 만날 종알거려.

항아리도 들으라고 종알종알,

솥뚜껑도 들으라고 종알종알,

두꺼비도 들으라도 종알종알.

 

몸종… 여기서 이야기를 잠시 멈춰야 했다.

“엄마 몸종이 뭐야?”

“….”

한마디로 답해주기 어려웠지만 이래 저래 예를 들어가며 설명 종료. 

이로써 새로운 단어 하나를 익혔고, 그렇게 얻어진 개념만큼 아들의 세상은 넓어졌겠지.

그리고 이 책을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 읽게 된다면

시대적 상황, 역사, 사회 등에 대한 폭넓은 대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림도 결혼식 모습, 결혼 준비 장면 등 풍습과 전통적인 것들을 담아내고 있으니 더더욱

 

 

혼례 준비에 바쁜 풍경속에서도

막내딸만 이야기를 들으러 다니느라 바쁘다. ㅎㅎ

이야기를 진짜 좋아하긴 하다보다.

하기야 요즘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 나이인 열세살이니 이해도 된다. ㅋㅋ

 

 

그런데,,, 혼례 준비가 한창일 때 이야기는 더욱 더 흥미진진해진다.

몸종 아이가 우연히 벽장 속 이야기 주머니속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귀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야기귀신 드뎌 등장.

사연인 즉슨… 이야기는 사방팔방 돌아다녀야 하는데 주머니속에 갇혀 답답해진 이야기 귀신들이

막내딸을 해치려 한다는 것.

먹음직스러운 딸기,

탐스럽게 이쁜 모란,

뱀으로 변신할 거라는 걸 모두 알아버리는 몸종 아이

 

 

혼례날

 

몸종 아이는 막내딸보다 앞장서 딸기를 발로 뭉개고,

 

 

 

모란도 꺾어 밟아 뭉개어 아가씨를 구하는데 …

 

마지막 관문이 남았으니 바로 뱀.

신혼 첫 날 밤 뱀이…

근데 저 그림에서 신랑 신부가 어찌나 귀엽고 애기처럼 자고 있는지 뱀이 더 위험스럽게 보여진다.

 

그러나 몸종 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또 몸종 아이가 주는 밥을 얻어 먹고

몸종 아이와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된 두꺼비가 뱀과 싸워 이겨주신다.

 

그렇게 막내딸을 구한 몸종은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집이며 논밭을 받았고

그 뒤로 글도 배우고 막내 딸에게 이야기 주머니도 얻어서

아주 소문난 아애기꾼이 되었더란다.

이렇게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야기 주머니에 갇혀 있던 이야기들이 몸종 아이의 입을 통해 풀려나와

세상속에 흘러가는 이 그림이 참 마음에 들어요.

나와 아들 술군이 하루에도 몇 권씩 읽고 있는 동화책속의 이야기들과

그 이야기들을 통해 알게 되는 마음들과 기쁨, 슬픔들을

세상과 두루 잘 나누어 몸종 아이처럼

솥뚜겅에게도, 두꺼비같은 미물에게도

마음을 주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는 생각,

이 책 읽으면서 다짐했답니다.

어쩌면 별스럽게 다짐할 필요도 없이, 이야기를 읽고 들려주다 보면 저절로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끔 해주는 것,

이것이 이야기 귀신의 갖고 있는 힘이 아닐까 싶어요.

지나치게 교훈적이기 않게 교훈을 주는. ㅎㅎ

 

 

 

책 뒤에 보면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는 옛 이야기 페이지가 있어서

자세히 읽어보니 작가가 이 글을 쓰게 된 과정과

그림을 그린 이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어요.

목은 이색이라는 고려 후기 학자의 글을 읽다가 부인 권 씨에 대해 ‘이야기며 책을 좋아한다’는 구절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한 구절만 있어도 이야기는 만들어지는가 봅니다. 그러니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었겠지요. ㅎㅎ

그리고 두껍고 단단한 종이인 장지에 동양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러번 물감을 입혀 깊은 색감을 내었다고 하네요.

정말 이 책은 사진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을 만큼 그림이 매력적이고 공을 들인 책임에 틀림없어요. 

 

 

 

집 마당에 이야기 주머니를 연상시키는 금낭화를 그려넣어 상징적인 재미를 주었다는 것, 

 

 

이불의 원앙 한쌍도 안타까워 소리를 꽥꽥 지르며 신랑 신부를 깨우려 한다는 것을

알고 보면 더욱 재미난 이 페이지를 보고 알았네요.

진짜 더 재미있습니다. 알고보니. 

 

 

 

이 책을 읽고 나니, 집에 전래동화가 한질 있음에도 비룡소 전래동화에 급관심이 갑니다.

그만큼 이야기 귀신의 이야기 요소가 재미있기도 하였고,

또 그림이 정말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액자를 하고 싶을 만큼 빼어나서

다른 책들도 궁금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그래서 살펴보니 우리집에 있는 전래동화 전집에는 없는 제목들이 제법 있네요.

좀 구성이 색다르고 제목들이 하나 같이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증을 자아내네요.

 내게 익숙한 이름인 조은수 작가님의 살려줄까 말까? 정말 궁금하고…

에 또…아씨방 일곱동무도…

단물고개도…

이야기 귀신 덕분에 이야기 좋아하는 막내 딸 능가하게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생겼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