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기사단 8기 1차미션북[갈까마귀의 여름] – 내가 더 성숙해진 여름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6월 29일 | 정가 11,000원

흔히 사람들은 ‘평소에 화를 잘 내지 않는 사람일수록 한 번 화를 낼 때 더욱 무섭다’ 라고 말한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겉으로 잘 비춰지지 않는 감정일수록 내면에 많이 쌓이고 억압되고, 이로 인해 한 번 그 감정이 밖으로 표출될 때 그 정도가 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주인공인 리암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여자아이인 ‘크리스털’ 이라는 인물에게도 상당히 흥미가 갔다. 그녀는 언제나 당당하며, 독특하고, 뻔뻔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는 없다. 그 이유가 화재로 가족을 모두 잃은 탓은 아닐까라고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자신의 가족사를 이야기하며 슬퍼하는 기색이 전혀 없고(물론 시간이 많이 흘러 스스로 상처가 치유된 것일 수도 있다.) 눈물을 글썽이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그 일을 계기삼아 ‘불새’ 라는 자신의 마스코트(?)를 그려서 보여준다. 그 정도로 의연할 수 있기까지 마음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었을지는 감히 짐작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크리스털이 용감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키스’다. 크리스털은 리암을 몇 번 보고 좋아하게 된 듯 한데, 그녀는 역시 남달랐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몸을 배배 꼬기는커녕 두 번째 만남에서였나, 그의 볼에 키스를 하고 종종걸음으로 가버린다. 게다가 나중에 가서는 리암과 올리버 두 소년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나체를 선보이기도 한다. 반드시 좋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는 없지만 만약 내 주변에 그런 친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그녀에게 나의 인생에 대해 얘기하고 그녀가 나의 마스코트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도 조심히 해보자.

이 책에서 그닥 비중이 큰 것 같진 않지만, ‘우리는 한때 모두 버려진 아기였다.’ 라는 구절도 굉장히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평범한 가정이라면 태어났을 때 모두 곁에 부모님이 있었을 것이고, 부모님이 이때까지 키워주셨을 텐데, 작가는 왜 그런 말을 써 놓았을까. 어쩌면 이것은 부모님의 유무 차원을 떠나서 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먹을 것과 입을 것, 마실 것과 건강 등은 누군가에 의해서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러나 철학적인 면에서 보면 우리는 어쩌면 모두가 ‘혼자’ 발견되고 ‘혼자’ 커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유전만으로는 그 사람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모두 한 때 부모님을 알 수 없는 ‘버려진 아기’ 였으니까.

이야기의 끝에 가서 리암이 행동은 어떠했나. 결국 지금까지 억울려왔던 그의 내면 속 폭력성이 폭발해서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만다. 그것은 자칫하면 여러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감정이 폭발한 사람 눈에는 뵈는 것이 없는 것이다. 나도 사실 화가 나거나 슬픈 감정을 주로 억누르는 편인데, 이 이야기를 통해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지를 알게 되었다.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의 사고는 더욱 깊어진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