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명탐정의 아들

시리즈 블루픽션 63 | 최상희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6월 1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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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고명달’ 이라는 명함만 거창하게 찍은 아버지를 둔 아들 ‘고기왕’은 고달프기만 하다.

당최 경제관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데다 한창 먹어야 할 나이에 있는 아들의 식생활은

나몰라라 하는 무책임의 고수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탐정소설을 좋아하는 마니아라고는 하지만 뜬금없이 탐정사무소를 차리다니.

물론 요즘 대세인 투잡족 답게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이라는 오서독스한 이름의 카페까지

차리다니 정말 대책없는 아버지이다.

 

 

 

월세에다 공과금 내기에도 빠듯한 명탐정 생활의 주요 사건은 ‘고양이 찾아주기’이다.

하얀 고양이보다 검은 고양이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어둠속에서 검은 고양이 찾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 고양이 찾기 역시 명탐정의 아들인 ‘고기왕’의 활약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멀리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떠난 어머니의 심정이 섭섭하기 보다는 홀가분 했을 것이라고

상상하기에 충분하다.

이제 겨우 중학생이 된 명탐정의 아들은 고작 라면과 감자로 시들어가는 몸을 채우며 탐정같지

않은 ‘탐정 고명달’때문에 살기가 고달픈 소년이다.

그런 어느 날 제법 사건다운 사건을 의뢰받게 된다.

전세계 10개뿐인 명품 ‘행운의 열쇠’를 찾아달라는 의뢰인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행운의 열쇠’를 찾는 사건은 한 소녀의 죽음과 죽음으로 몰고간 소녀들의 진실과 만나게 된다.

 

“나도 몰라. 하지만 우리 그렇게 배우지 않았니? 살아 남으려면 약한 것들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고.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잖아. 그렇게 가르쳐 주고 이제 와서 잘못했다는 건 너무 하잖아.” -245p

 

 

 

가슴이 서늘해진다. 내가 따 당하지 않기 위해 서슴없이 한 소녀를 짓밟는 아이들의 집단적 폭력과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는 무감각한 악의들.

이렇게 분노하면서도 또 한명의 가해자가 되어버린 방관자인 나.

결국 너희들의 잘못된 삶은 기성세대인 우리들의 무책임한 의식의 결과였다는 거지.

버림받은 고양이를 주워다 기를만큼 여리고 착한 소녀의 죽음은 결국 우리 모두의 잘못이었다는 거지.

너희들에게 돌을 던질 수가 없구나.

지금도 힘겹게 견디고 있는 아이들에게 그래도 세상은 역시 살아볼만 하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나도 너희들에게 견디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살아볼만한 세상을 너희가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직무유기같은 부끄러운 말이지만 무력한 어른들은 고작 이렇게 너희에게 짐을

넘기게 된다.

‘그냥 컬링’처럼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세상의 어둠을 짚어내는 작가의 역량이

늘 부럽다.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아주 조그마한 빛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냐고 말하는 작가는 이렇게 너희들에게 빛을 비추는 구나.

그래서 이 책은 또 하나 살만한 세상으로 향하는 빛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