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십대의 이야기 ‘달의 배’

시리즈 블루픽션 65 | 모리 에토 | 옮김 고향옥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6월 29일 | 정가 10,000원

비룡소 레몬기사단의 두번째 미션도서였던 ‘달의 배’,
지난 미션 도서였던 ‘갈까마귀의 여름’보다 약간은 발랄한 분위기의 표지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속내를 보게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된다.

‘나는 요즘 인간이란 존재에 지쳤고,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에도, 인간과 어울리는 것에도 지쳤다.
눈물겹게 식물이 부럽다. 꽃도 부럽다. 풀도 나무도 부럽다. 먹고, 움직이고, 싸우고, 배울 필요 없이
그저 물을 빨아올려 광합성하는 단순한 삶이 부럽다.’

이 글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밀레니엄을 코앞에 둔, 1998년이다.
그때를 기억하자면 너무 어렸을적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나를 위하듯 그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어렴풋이 보여준다.
곧 있을 21세기에 대한 기대감과, 예언이 만들어내는 알 수 없는 불안감. 어설프게 들뜬 혼란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그 어수선함 속에 또 다른 고민을 잔뜩 가진 한 중학생이 있다.

열여섯 사쿠라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다.
좋은 책들은 다 그렇겠지만, ‘달의 배’ 또한 이야기 구성이나 소재들의 연결이 짜임새있고 깔끔하다.
주인공 사쿠라, 옛친구 리리, 괴짜 나오즈미, 청년 사토루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각각, 또는 하나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 책은 흔한 청소년 소설이 그렇듯 단짝 친구 리리와 사이가 틀어져버린 사쿠라의 고민으로 시작을 알린다.

‘내가,리리를,배신했거든요’

이 고민은 우주선을 만들어 인류를 구원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띤 청년 사토루를 통과해 또다른 고민을 만든다.
이야기가 끝에 다다를때까지 고민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않고 점점 심각해져만 간다.

‘오랜만이라니, 나오즈미. 어제도 봤잖아.’

방황하며 상처입는 것은 리리나 사쿠라같은 청소년만의 얘기가 아니였다.

사쿠라가 의지하고 위안을 얻었던 청년 사토루에게 언젠가부터 존재해왔던 ‘마음의 병’은 커져만 가고,

사쿠라는 만나기 싫은 사람까지 만나가며 그의 호전을 기대하지만 사토루의 우주선은 점점 엉망인 형체로 완성되어 간다.

그런 그를 위해 괴짜 나오즈미는 고문서 속의 ‘달의 배’를 만든다.

1998년 마지막 보름달이 뜨는 밤
미즈키 초등학교 옥상에
진정한 벗 네명이 모인다.
그 때, 달의 배가 내려와 인류를 구원한다

그리고 가짜 고문서의 말대로 1998년 밤, 미즈키 초등학교 옥상에 -아직 진정한 벗인지는 모를- 네 명이 모인다.
이 뒤의 내용, 그리고 말하지 않은 숨겨진 이야기들은 직접 확인해보길 권한다.

결국 ‘달의 배’라는 것은 저들에겐 그 자체로 구원이였을 것이다.
또 이 책의 마지막에서는 그 구원은 어쩌면 엄청나게 사소한 것으로부터 올지도 모른다고 알려준다.

‘난 어엿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미래 같은 거, 오지 않으면 좋을 텐데.’

방황하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