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배

시리즈 블루픽션 65 | 모리 에토 | 옮김 고향옥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6월 29일 | 정가 10,000원

 사쿠라는 ‘그 날’ 이후로 단짝 친구인 리리와 사이가 멀어졌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친구를 배신했다는 죄책감에 꽃과 나무의 단조롭고 군더더기 없는 삶을 동경하기도 한다. 리리는 미래에 대한 심각한 두려움, 불안감으로 고민하고 ‘그 날’ 이후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한다. 리리를 좋아하는 나오즈미는 이런 둘의 사이를 다시 잇기 위해 남의 뒤를 캐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한편 ‘그 날’ 알게 된 사토루 오빠는 인류를 지구 멸망으로부터 구해내는 우주선을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괴로워하고, 정신적으로 이상해져간다. 이들은 모두 상처받았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하다. 자신의 아픔, 두려움이 있음에도 다른 사람의 상처를 먼저 보듬어주는 그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난 어엿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미래같은 거,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유난히 많고, 지금은 방황하고 있는 리리가 한 말이다. 이런 고민은 누구나 한 번쯤 해 보았을 것 같다. 내가 너무 약한 것 같고, 금방 쓰러져버릴 것 같아서 그냥 아예 여기서 모든 게 끝나버렸으면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해 보았다. 요즘도 하고있고. 리리처럼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두렵다. 이런 나에게 ‘살아가라,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확실하게 심어준 건 “보통 사람들보다 나약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동시에 살아갈 수 있는 강인함도 가지고 태어나지요.”라는 사토루의 친구 쓰유키가 한 말이다. 마음이 약하다면 그만큼 살아갈 강한 마음, 힘도 있으니까 살아가라고, 힘을 내라고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다.

‘달의 배’는 나오즈미가 지어낸 말이다. 나오즈미의 말에 따르면 1999년 마지막 보름달이 뜨는 날 밤 미즈키 초등학교 옥상에 진정한 벗 네 명이 모이면 달의 배가 내려와 인류를 구원하므로 인류는 우주선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인류를 지구 멸망으로부터 구해내 우주로 데려갈 우주선을 ‘자신이’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증에 가까운 생각에 너무 빠져버린 사토루를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한 나오즈미의 귀여운 거짓말이다. 사토루는 심리적 상태가 점점 악화되고 병원에 가자는 사람들의 권유가 계속되자 나오즈미의 말을 떠올리고 달의 배를 맞으러 미즈키 초등학교 옥상으로 향한다. 그런데 그곳에서 화재가 일어나고, 사토루를 찾으러 온 진정한 네명의 벗 중 세명인 리리, 사쿠라, 나오즈미는 그를 구한다. 구출된 사토루는 사쿠라의 은색 머리핀이 물웅덩이에서 일렁일렁 흔들리는 것을 보고 이렇게 된게 다 자기 탓이라면서 울고있는 나오즈미에게 웃으며 말한다. “나오즈미. 달의 배야.” 달의 배가 뭘까. 책을 읽기 전 제목을 보고서도 생각했다. 아마도 그들이, 모든 사람들이 찾는 자신을 이 모든 두려움과 상처, 그리고 어둠에서 구원해 줄 거라 믿는 ‘희망’이 아닐까 싶다. 사토루에게 달의 배는 세 명의 진실한 벗이었던 거다. 자신이 설계하던 우주선이 아닌 사쿠라, 나오즈미, 그리고 리리. 나를 구원해줄 달의 배는 무엇일까…… 내가 너무나도 위태롭게 흔들릴때 달의 배가 나에게 나타나 줄거라 믿는다.

아, 사토루의 물음에 내가 대신 답해주고 싶다. 사토루는 고귀한 사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