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의 달의 배를 기다리며

시리즈 블루픽션 65 | 모리 에토 | 옮김 고향옥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6월 29일 | 정가 10,000원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의아했다. 그들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나에게 주어진 삶이 그들에 비해 너무나도 편해서인지 사쿠라와 리리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친구를 배신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쿠라

친구의 도움요청을 무시했다는 죄책감에 방황하고 미래를 두려워 하는 리리

고독과 상처를 다른 것으로 해소하려 몰두하는 사토루

 

그들에게 현재는 깨질듯이 위태로운 시기다.

조금만 건드리면 주저앉을듯이

 

마켓에서 물건을 훔치던 단짝 친구 사쿠라와 리리는 모르는 사람들인것 처럼 훔치다 주인아저씨께 사쿠라가 걸리고 말았다. 두려움에 사쿠라는 리리를 불렀고 리리는 당황한 채 도망쳐버렸다. 그 후 사쿠라는 리리를 배신했단 생각에, 리리는 사쿠라가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내쳐버렸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각기 다른 길로 갈라서버린다.

 

사쿠라는 죄책감을 떨치기 위해 그녀만의 안식처를 찾았다. 그곳에 가면 모든것을 잊게 되고 편안해지기에. 그곳은 사토루 오빠네 집. 사토루 오빠는 사쿠라를 마켓에서 구해줬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 데려가 밀크커피를 대접해주었다. 너무나도 부드럽고 달콤한 밀크커와 아무런 제약 없이 사쿠라를 받아주었던 그곳을 그녀의 안식처로 삼아버렸다.

 

그러나 리리는 사쿠라와는 달리 죄책감과 두려움 때문에 도피처를 찾았다. 그녀는 사쿠라에게서 도망치려고, 자신이 잘못한 것에서부터 도망치려고 , 그리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술을 마시고, 약을 하고, 매춘알선 혐의까지 받으면서 방황을 했다. 급기야 경찰서까지 갔고, 훔친 물건을 나쁜 남자들에게 파는 행동도 서슴치 않고 했다. 그러므로써 자신은 이제 사쿠라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세뇌시키려는 것이었다.

 

한편 사쿠라가 의지하고 있던 사토루 오빠도 별반 다르지 못했다. 그는 어릴 때 가족을 잃고 외롭고 힘든 생활을 했지만 비범한 능력을 가졌고 우주선 설계에 남다른 집착이 있었다. 그는 노트 한권, 두권, 세권씩을 모두 우주선 설계도에 써버렸고 매일 두세시간을 노트에 우주선을 그리며 보냈다. 그리고 그 집착은 곧 너무너무 심해져서 매일 매일, 지구멸망이 올것이라며 모든 인류를 구할 우주선을 자신이 설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로 그가 그린 우주선들은 초보자의 실력임에도 매우 정교했고 아름다웠지만 그의 내면에서는 이런 노력조차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는 그렇기에 삶과 죽음사이를 많이 갈등했었다.

 

이 힘든 세사람의 위태로운 관계에 망설임없이 훌쩍 뛰어든 것은 다름아닌 나오즈미였다. 용감한 나오즈미는 금방이라도 깨질것만 같은 세 유리조각을 찢어지지 않는 테이프로 붙여주었다. 달의 배로.

 

1998년 마지막 보름달이 뜨는 밤,

미즈키 초등학교 옥상에

진정한 벗 4명이 모인다.

그때, 달의 배가 내려와 인류를 구원한다.

그러면 인류는 우주선을 만들지 않아도 되리라.

 

이 쪽지는 나오즈미가 우주선에 정신적으로 증후군이라고 생각하리만치 집착하자 관심을 분산시키려고 만들어놓은 쪽지였다. 리리, 나오즈미, 사쿠라, 사토루는 마음 속 깊이 그 쪽지를 새겨놓았다. 겉으로는 농담처럼 넘겼지만.. 거짓말처럼 넷은 옥상에서 만났다. 단 한가지 변수는, 불. 그들이 오른 옥상은 시뻘건 불길이 치솟는 곳이였다. 초등학교가 불타고 있었기에. 그렇지만 그들은 모두 달의 배가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원래 알고 있었듯이. 그렇지만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자신들이 다시 하나의 테이프로 붙어졌다는 것을.

 

책장을 덮으며 리리가 엄마에게 한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난 어엿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미래 같은 거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학생들의 마음이 표현된 문장인 것 같다. 성적 제일주의에 밀려 꿈꾸기도 전에 점수에 나의 미래르 끼워 맞추는 답답하고 암울한 우리들의 마음이 그대로 표현된 리리의 말을 어른들이 귀 귀울여 들어주었으면 한다.

작가 모리 에토는 너무나도 깨지기 쉬운 그 시기의 느낌과 힘든 상황을 극적으로 잘 표현해 주었고 그들의 아픔을 서로가 감싸줄 수 있는 달의 배의 등장 또한 신선하였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방황의 시기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믿음과 노력으로 벗어난 작가의 끝맺음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또 고마웠다. 나또한 그런 시기에 있기에, 그런 나를 이해해주는 것만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