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성장의 또다른 이름입니다

시리즈 블루픽션 65 | 모리 에토 | 옮김 고향옥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6월 29일 | 정가 10,000원

그 옛날의 우리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던 것일까요? 무엇이 그토록 생명력으로 가득찬 우리를 겁먹게 했던 것일까요? 열대여섯 살의 우리를 쥐고 흔들었던 불안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정체 모를 고통과 격랑에 표류하던 우리는 왜 그렇게 힘든 시간을 불러온 것일까요? 그 시기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모리 에토의 글입니다. 이번이 두 번째 만남에 불과하지만 전작으로 이미 그녀의 매력을 충분히 맛보았기에 제 기대는 대단합니다. 격정의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을 그녀는 어떻게 그렸을까요? 담담했지만 열망을 간직했던 그녀의 글을 기억하고는 전 안심합니다. 그녀라면 이들의 아픔을 현실적 왜곡없이 그려낼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예견했던 대로 이 책은 그랬습니다. 그렇다고 정적이었느냐하면 그건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 나이대 아이들의 호들갑과 근거없는 과장도 보이거든요. 그래서 깔깔거리며 읽을 수 있었지만 반면 제 눈에 비친 아이들은 걱정을 사서 하는 것도 같았니다. 그 아이들을 소개하자면요, 화자인 중학교 1학년생 사쿠라와 단짝이었던 리리, 리리를 죽자사자 따라다니는 나오즈미와 사쿠라의 좋은 이웃 오빠인 사토루가 있습니다. 사쿠라와 리리는 좋지 않은 아이들 모임에 끼게 되고 거기서 훔칠 물건을 배정받습니다. 장난 삼아 시작하던 것이 이제는 빼도박도 못하게되어 손쓸 수 없을 만큼 커져버립니다. 마트에서 필름을 훔치다 사쿠라와 리리는 걸리게 되고, 사쿠라는 불문율을 어기고 리리를 부릅니다. 이 일로 사쿠라는 리리를 배신했다는 생각에 빠지게 되고, 리리 또한 자신이 사쿠라를 두고 도망쳤다는데에 괴로워합니다. 사쿠라는 이 일을 계기로 시즈카 패거리에게 빠져나오지만 리리는 계속해서 모임에 머뭅니다.

그리 대단한 실수도, 배신도 아니었건만 아이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실수와 순간적인 행동의 지배를 받습니다. 한때 자신의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사쿠라와 리리는 이제 남보다도 못합니다. 아니, 오히려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대상이 되고 맙니다. 나오즈미는 두 아이를 연결해주려 애쓰지만 전과 같을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참, 사쿠라가 주인에게 걸렸을 때 사쿠라를 빼준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사토루입니다. 사토루는 아버지를 여의고 큰아버지의 마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제 사쿠라에게 사토루는 피난처이자 안식처가 됩니다.

사쿠라에게 사토쿠가 그런 존재였는지 모르지만 사토루의 마음은 외롭고 춥기만 합니다. 아버지도, 엄마도 없이 혼자사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토루의 마음의 병은 갈수록 커져가고, 이제 2000년이 되면 곧 멸망할지도 모를 지구에서 자신의 친한 이웃들을 구출하려 애를 씁니다. 하루가 다르게 사토루는 변해가고 우주선에 대한 집착은 병적일 정도입니다. 이제 자해까지 하는 사토루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사쿠라와 나오즈미는 외국에 있는 사쿠라의 여자친구에게 편지를 띄우고 큰아버지에게도 도움을 요청합니다.

아이들에게 있었던 모든 일들이 한바탕 꿈 같습니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다투고 고민하며 커나갑니다. 서로를 잊기 위해 애썼던 시간이 지나고 보니 우정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죄책감은 서로를 더 멀리 밀어냈지만 작은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었던 것입니다. 불필요한 것처럼 보였던 혼돈과 방황이 사실은 아이들을 어른으로 이끄는 보이지 않는 손길이었나 봅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불안을 이겨내었고 더 좋은 것을 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합니다. 역시 모리 에토입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주려고 하기보다 곁에서 담담히 지켜보는 것을 선택합니다. 방황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청소년기를 지나는 친구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과 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녀의 선택은 탁월한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