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배

시리즈 블루픽션 65 | 모리 에토 | 옮김 고향옥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6월 29일 | 정가 10,000원

‘난 어엿한 고등학생이 될 수 있을까?

어엿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미래같은 거 오지 않으면 좋겠어.’

 

아이들의 소리없는 외침이 마음을 깊게 오래도록 두드리는 글이였습니다.

 

아이들의 이런 외침이 때론 사춘기적 특징처럼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 버리거나, 때로는 과감히 반항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기도 합니다. 극단적으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는 곳으로 가버리기도 합니다. ‘달의 배’는 아이들 스스로 자신을 구원해 줄 무언가를 일컫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들만의 해방구, 잠시나마 힘든 이 시기를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같은 거 말입니다.

 

청소년 시기의 아이들. 정말 이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내 예전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그렇습니다.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친구들과의 관계,
불안한 미래의 모습으로 인해 고민이 많을 나이입니다. 저마다 고민의 경중은 다르겠지만, 누구나 ‘달의 배’를 그리워 합니다. 어쩌면 ‘소통의
부재’, ‘이해의 결핍’ 이런 것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 세 친구가 있습니다. ‘사쿠라, 리리, 나오즈미’.

사쿠라와 리리는 중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새로 들어간 무리, 그러니까 시즈카 패거리들이 시켜서 한 게 시작이였습니다. 청소년기의
치기어린 마음에 그냥 훔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날 이후, 리리와 사쿠라는 서먹해졌습니다. 둘이니까 괜찮다고, 패거리에서 나오자고…. 그날도
물건을 훔치러 마트에 갔습니다. 하지만 들켰고, 팀의 규칙을 어겼습니다. ‘둘 이상이 움직이다 붙잡히면 절대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지 않는다.
붙잡힌 사람이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 하지만 사쿠라는 잡힌 순간, 리리를 불렀고, 리리의 팔목을 움켜잡았지만, 리리는 뿌리치고 도망쳤습니다.

 

이후, 사쿠라는 패거리에서 나왔지만 리리는 여전히 남았습니다. 리리를 배신했다는 생각으로 사쿠라는 괴롭습니다. 그리고 이 둘을 안타깝게
쳐다보는 나오즈미. 리리를 좋아해서 쫓아다녔으면서 굳이 삼총사였다고 우기는 친구입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사쿠라에게 사토루 오빠는 쉼터 같은 곳입니다. 사쿠라가 마트에 붙잡혔을 때, 사쿠라의 도와달라는 소리를 들었다며
풀어주었던 그 오빠를 사쿠라는 언제든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도와달라’고 한 사쿠라의 마음 속 소리는 정작 사토루의 오빠의 소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한 밀크커피를 내주는 오빠였지만, 인류를 구원할 우주선의 모함을 그립니다. 이것이 징후인지 알았어야
합니다. 오빠는 아픈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만 있었습니다. 우주선도, 나오즈미가 고문서를
발견했다고 한 ‘달의 배’도 어쩌면 자신이 구원해 줄 무언가가 간절히 원했던 것은 아니였을까요?

 

나오즈미가 발견한 고문서라고 가져온 종이. 조작의 냄새가 가득한 거기에는

’1998년 마지막 보름달이 뜨는 밤.

미즈키 초등학교 옥상에

진정한 벗 네 명이 모인다.

그 때, 달의 배가 내려와 인류를 구원한다.

그러면 인류는 우주선을 만들지 않아도 되리라.’

 

이제 넷은 달의 배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오지 않을 것을 압니다. 그들 진정한 벗 넷이 모인 게 중요합니다.

이제 더는 우주선을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시작이였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은 시작이였으면요. 자신을 가두었던
알껍질을 깬 금이였으면 합니다. 아이들에게 알껍질을 깰 조그만 부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달의 배’, 그것은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