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초콜릿 왈츠]-사람의 결핍된 마음을 채워 주는 피아노 음색같은 이야기

시리즈 블루픽션 60 | 모리 에토 | 옮김 고향옥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4월 20일 | 정가 9,000원
수상/추천 나오키상 외 1건

나는 클래식을 잘 모른다. 클래식이 아이의 좌뇌와 우뇌의 발달과 집중력 향상 뿐만 아니라 감성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하여 두 아이를 키우면서 클래식을 잠깐 접한 적은 있지만, 듣는 법도 잘 몰라서인지 자꾸 졸음이 쏟아진다. 그러나 확실한 건 피아노 선율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무언가 내 안을 꽉 채워주는 느낌, 그로인해 평온해지는 느낌이다. <<아몬드 초콜릿 왈츠>>는 피아노 선율처럼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해지는 이야기이다.

클래식 음악에 조에가 깊은 작가가 로베르트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골드베르트 변주곡>, 에릭 사티의<자질구레하고 유쾌한 담화>를 모티프로 엮은 세 편의 단편은 피아노곡과 하모니를 이룬 아름다운 성장소설이다.

보통의 성장소설에서 보여주는 사춘기 특유의 질풍노도의 모습보다는,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내면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어린이는 잠잔다>는 사촌형 아키라 형의 별장에서 주인공 교와 도모아키, 나스, 자가마루 그리고 아키라 형과의 미묘한 신경전을 담았다. 오 년 전, 처음 아키라 형의 초대를 받은 후 매 여름에는 아키라 형의 별장에서 지내는 이들은 아키라 형이 짠 일정 속에서 빡빡한 일정을 보내게 된다. 그 중 밤 10시, 클래식 감상 시간은 가장 공포스러운 시간이다. 올해는 이십 분 남짓한 소곡집 <어린이의 정경>을 들어야 한다. 듣다보면 점점 잠에 빠져드는데, 교는 12곡 <어린이는 잠잔다>에서 늘 잠이 든 탓에 한 번도 마지막 곡 <시인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아이들이 이렇게 하나둘 잠이 들고 나면 별장을 관리하는 오노데라 아저씨는 각자의 방에 아이들을 옮겨주신다. 제법 어른이 된 교는 올해는 아키라 형에 대한 불만을 갖지만, 아키라 형의 말을 안 듣거나, 아키라 형보다 잘하는 걸 보이면 다시는 여기에 올 수 없다는 사실에 교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다. 교는 촌들과 아키라 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지만, 피아노 곡을 다 듣던 날 밤 아키라 형에 대해 알게 되고, 자신의 비겁함을 인정하게 된다.

 

“‘피아노 음색이 사람의 결핍된 마음을 채워 준다.’이게 할망구의 지론이었어….나는 점점 그 음악에 빠졌고, 진지하게 듣다 보니까 어느새 피아노곡에 푹 빠졌어……결국 나한테 피아노곡은 없어서는 안 되는 게 되었지.” (본문 64p)

 

두 번째 이야기 <그녀의 아리아>는 불면증에 시달리던 주인공이 ‘무인도’라 불리는 학교의 낡은 옛 건물의 음악실에서 피아노를 치던 후지타니와 만나면서 시작된다. 후지타니는 <골든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고 있었고, 자신처럼 불면증을 가지고 있다는 고백에 동질감을 느낀다. 오랜 시간동안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후지타니는 힘든 집안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고, 주인공은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어느 새 불면증은 사라졌지만, 후지타니를 계속 만나고 싶은 마음에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데 어느 날 후지타니가 공상허언증임을 알게 되면서 둘 사이는 삐걱거린다.

 

생각해 보면 후지타니의 거짓말은 모두 나를 격려해 주고, 즐겁게 해 주기 위한 것이었다. (본문 104p)

 

표제작인 세 번째 이야기는 <아몬드 초콜릿 왈츠>다. 나오는 목요일 밤 고집스러운 기미에와 함께 기누코 선생님에게 피아노를 배운다. 기누코 선생님은 20세기 초반에 활약한 플랑스 음악가 에릭 사티의 음악과 인생을 마음속 깊이 사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랑스에서 스테판이 선생님과 지내기 위해 찾아온다. 에릭 사티와 너무도 닮아 나오는 사티 아저씨라 부르게 되었는데, 이들은 목요일 피아노 수업이 끝나면 왈츠를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네 사람이 왈츠를 통해서 하나가 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탓에 트러블이 생기기도 한다. 씩씩했던 사티 아저씨와의 에피소드를 통해 나오는 내면의 성장을 이루어낸다.

 

그때 내 머릿속을 가득 메웠던 생각은 지금도 내 안에 씨앗처럼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씨앗은 언젠가 꽃피울 날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아몬드 초콜릿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본문 200p)

 

세 편의 단편들은 피아노곡처럼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어린이는 잠잔다>편에서 수록된 할머니의 지론 ‘피아노 음색이 사람의 결핍된 마음을 채워 준다.’ (본문 64p)라는 말처럼, 세 편의 이야기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채워준다.

세상을 향해 한 발씩 나아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잔잔하지만 클래식에서 느껴지는 강약의 대비와 템포로 인해 결코 지루하지 않았으며, 책을 읽는내내 마치 피아노 선율이 들려오는 듯 했다. 피아노곡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면 작가가 전달하려는 이야기의 의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으리라. 오늘은 이 곡들을 찾아 들어봐야겠다. 아마 주인공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음악과 책이 조화를 이루는 멋진 시간이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