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어머니 주시경 선생

시리즈 새싹 인물전 51 | 이은정 | 그림 김혜리
연령 8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9월 29일 | 정가 8,500원

한글날 즈음 아이가 보는 어린이 신문에 이런 기사가 떴어요…

“주시경의 한글 유물, 문화재 된다.”

신문기사를 읽던 아이는 너무나 반가워하며

“엄마, 신문에 주시경 나왔어. 새싹 인물전에 나온거~~”하더라구요.

이렇게 책에서 얼마전 읽은 인물이 신문에 이름이 나왔다고 아이는 너무나 좋아하더군요..

그런데 참 의아했습니다.

한글학자 주시경 선생의 한글연구를 위한 것들이 이제껏 찬밥신세였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학교에서 국사를 배웠지만

주시경이라는 이름 석자 외에 내가 아는 것이 참 없구나

말모이, 조선말 큰 사전 원고— 첨 보는 말에 참 아이앞에서 창피하더군요.

그래서 아이의 책을 다시 한번 보게 되었습니다.

비룡소 새싹인물전 51 주시경

새싹인물전은 초등학생이 처음 읽는 위인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화작가들과 화가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읽기 형식의 새로운 위인 동화입니다. 재미있는 글과 유머리스한 그림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꿈 많은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할 모델을 제시합니다. – 기획 위원

아이가 그림책에서 읽기책으로 넘어가면서

그리고 초등학생이 되면서 위인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였는데

새싹 인물전은 과거 제가 읽었던 위인전과 달리

가벼운 문체와 유머러스한 그림으로

초등학교 저학년인 우리 아이가 편하게 위인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이제껏 정약용, 강감찬, 라이트형제, 이순신 등 많은 위인을 새싹인물전으로 접했는데

이번에 새로 51권이 나왔네요.

주인공은 바로 한글학자 주시경입니다.

 

주시경 선생의 어린시절을 보니 훈장님의 자식이라 한문을 어려서부터 열심히 배웠고

열두살 무렵 서울 사는 큰 아버지댁 양자로 갔어요.

열여덟이 될 때까지 한문을 열심히 배웠지만

입으로 열심히 읽어도 그 뜻을 이해할 수 없으니 참 막막했대요

마치 제가 외국영화나 뉴스를 화면과 자막없이 볼 떄의 기분이겠죠.

하지만 결국 그 뜻을 알고보면 별 것이 아닌 것을

또 한자는 소리를 그대로 적을 수 없어

비슷한 글자를 쓴다는 것에 비해 예전에 배운 훈민정음은 소리나는 것을

그래도 다 표기할 수 있다는 것에서 속이 다 후련하였던 것 같아요.

그림을 봐도 주시경 선생의 마음을 알 수 있겠더라구요^^

그리고 어느날 배재학당 선생님의 말씀에서 자신이 어려서부터 받아온 교육이

우리나라의 우수성을 무시한 청나라를 떠받드는 내용이었다는 것을 알고

과감히 머리를 자르고 우리말을 연구하기 시작하였어요.

이런 선생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도 모든 사람이 한다고 해서 유행을 따르거나

그것이 정말 옳은지에 대한 사고없이 무작정 따르지 않고 옳은 것을 따를 수 있는

올바른 판단력과 실천력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학생으로 공부하랴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일도 했지만

열심히 한글연구를 했던 선생과 서재필 선생이

만든 최초의 한글신문 독립신문이 나왔을 때

이제껏 나라 돌아가는 일을 알고 싶어도 한문으로 쓰인 신문을 읽을 수 없어

답답했던 백성들에게 얼마나 단비같았을까요.

요새는 신문이 다 한글로 나오지만 저 어렸을 때도 한문이 꽤 많이 섞여있어서

고등학교 때나 겨우 읽었던 것 같아요.

이런 선생의 노력으로 훈민정음이 만들어진지 수백년이 지난

1898년 대한국어문법의 첫 번째 원고가 완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에서 우리말 교육도 이루어질 수 있었던거지요.

혼자서 연구하랴 교육하랴

힘들었겠지만 굴하지 않은 선생의 노고가 있었기에

한글이 오늘날 그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한글을 만든 아버지는 세종대왕이지만

그것을 바로 설 수 있도록 한 한글의 어머니는 주시경 선생님이 아닐까요?

주시경 선생의 연구 이후로도 최현배 선생과 같은 분들의 노력으로

오늘날 한글이 이렇게 자리를 잡았는데

그동안 주시경 선생의 한글 연구 자료 등이 문화재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

참으로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라고 문화재로 인정받아 우리 아이들이 그 가치를 배울 수 있고

또 이렇게 책으로 접하게 되니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