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훌륭한 나무라 해서.

시리즈 물들숲 그림책 1 | 이성실 | 그림 권정선 | 기획 김나현
연령 5~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10월 15일 | 정가 13,000원

어제 결혼식장에 딸과 함께 가려고 길을 나서서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데 가을 바람에 알록달록 나뭇잎들이 후두둑 툭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가 저렇게 크게 들리는구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노랗고 빨간 나뭇잎들이 내 머리와 어깨 위로 떨어지는데 그 순간만큼은 로맨틱 코메디 영화의 여주인공 부럽지 않았다. 옆에 있던 딸은 떨어지는 나뭇잎을 손으로 잡으면 행운이라면서 연신 잡으려고 노력하였지만 번번이 실패를 하였다. 굳이 잡지 않아도 그 아름다운 장면을 보는 것만도 나에게능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는 가을에는 이렇게 자기 옷을 벗어던지면서까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그런 고마운 존재이다.

 

이 세상에 조물주가 나무를 만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만약에 나뭇잎 색이 초록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나무는 정말 사람에게 많은 것들을 내어 준다. 나무에 관한 이런 저런 그림책들이 우리 집에 꽤 있는데 이번에는 도토리를 주는 참나무에 대한 예쁜 그림책이 나에게로 왔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예전에 우리에게 도토리를 주는 나무가 도토리나무인 줄 알았다. 쌀을 주는 나무가 쌀나무인 줄 아는 아이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불과 몇 년 전에서야 도토리를 주는 나무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있고, 그 나무들을 모두 일컬어 <참나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 중소도시에 살다 보니 은근히 이런 상식적인 것들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경향이 있다. 자라면서 벼를 직접 내 눈으로 본 적도 없고, 개구리를 잡아 본 적도 없고, 도토리를 주워 본 적도 없다. 시골에 살았더라면 당연히 알았을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게 은근히 많다. 고구마 캐기도 학교 나와서 아이들 체험학습 따라가서 처음 해 봤는데 진짜 신기했다. 나를 보더라도 어려서는 자연과 더불어 마음껏 친해질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는 게 아이들의 정서에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원래 자연과 노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그래서 수퍼남매도 울산에 가면 좋아한다. 울산 할아버지댁 가면 자연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아이들이 서울 가기 싫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나마 우리 아파트는 도봉산이 보이고, 베란다 쪽으로는 중랑천이 보여서 덜 삭막하긴 하지만서도 어디 시골에 사는 것만 할까 싶다.

 

작은 도토리 하나가 땅에 뿌리를 내리고, 무럭무럭 자라서 큰 나무가 되고, 다시 도토리를 맺기 까지의 순환 과정을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잘 보여주는 그림책이었다.

 

 

미처 사람들이나 동물들이 가져 가지 못하거나 산 속에 떨어진 도토리는 이렇게 땅 속에 뿌리를 내리고, 참나무로 자랄 준비를 하게 된다. 아마 지금 숲에 가면 어치나, 다람쥐, 멧돼지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도토리들이 나뭇잎 같은 곳에 숨어 지내다가

 

다음 해 봄이 되면 이렇게 뿌리를 내리게 되겠지?

 

“참나무들은 1년이 지나면 키가 한 뼘쯤 자라고, 3년이 지나면 어린아이 키만큼 자라고, 15년쯤 지나면 처음으로 꽃을 피우고 도토리를 맺기 시작한다”(본문 인용)고 한다. 그러니까 도토리를 맺기 시작하는 나무들은 적어도 15년이 지나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를 지난 참나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참으로 훌륭한 나무”라는 뜻에서 참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참나무들의 종류를 알아보자면 이렇다. 그림으로 보면 조금씩 차이들이 보이는데 막상 또 숲에 가면 구별을 못할 것 같다.

신갈나무,떡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그 종류도 다양하다. 참나무는 우리나라 산 어디에서고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자세히 보면 잎 생김새도 다 다르고, 도토리 모양도 조금씩 다 다르다. 우리 아파트 단지 안에도 참나무가 있는지 한 번 아이들과 찾아봐야겠다. 오늘 내린 가을비로 마지막까지 나무에 달려 있던 나뭇잎들이 거의 땅으로 떨어졌을 것 같다. 올 가을에는 온 가족이 북한산 정상을 가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작은 아이가 감기가 낫질 않는 바람에 북산산 단풍 절정을 구경도 못하고 올 가을을 보내게 되어서 무척 아쉽다.  내년 봄을 기약해야지. 진달래 필 때도 아름답고 하니……

 

나뭇잎을 벗어던지고도 나무들은 다가올 추운 겨울을  버티어 낼 것이고, 봄이 되면 또 다시 파릇파릇 새싹을 틔어 낼 것이다. 참 고마운 나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