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금지 리스트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까멜레옹 | 출간일 2012년 10월 26일 | 정가 10,000원

솔직히 나로서는 조금 당혹스러운 책이었다. 한 편의 막장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개방적인 미국 청소년, 아니 대학생들의 사고방식을 내가 살아온 세상의 눈을 통해 보는 것은 너무 생소하고 이상한 일이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가 매우 폐쇄적인 곳에서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한국 사회에서의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과 그들의 사고방식은 아직까지는 매우 신기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초등학교 때 미국에 살다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일단 나오미의 사고방식은 너무 특이했다. 소꿉친구 일리를 매우 사랑하면서도 남자친구를 만든다는 게 신기했다. 의미를 두던 두지 않던 남자친구는 자신의 애인인데 어떻게 일리를 좋아하며 아무 상관없이 남자친구를 따로 만나는 나오미의 쿨함(?)에 놀랐다. 또한 일리가 게이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언젠가는 자신을 사랑해 줄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그들은 ‘키스 금지 리스트’를 만듬으로 같은 남자를 좋아하지 않도록 하는 둘 사이 약속이다. 이 키스 금지 리스트는 나오미와 일리의 우정이 계속 되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일리가 나오미의 남자친구인 두 번 째 브루스에게 키스를 하면서 그들의 우정은 금이 간다. 나오미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곧 실연당해 누워있는 엄마의 옆자리에 “실패한 사랑”으로 같이 눕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오미의 아빠는 일리의 엄마들 중 한 명과 바람이 났었다. 하지만 이 때 역시 둘의 우정이 견고했었지만 이번 일로 그들의 사이는 점점 틀어지고 만다.

결국 일리는 나오미에게 자신이 게이인 것을 인정해 달라고 한다. 일리 역시 나오미를 사랑했지만 나오미가 일리에게 하는 사랑은 아니었다. 나오미는 그들에게 이루어질 수 없던 사랑을 인정하며 다시 굳건한 벽을 세워낸다.

이들의 사고방식과 하는 행동들 모두 뜬금없고 황당할 때가 많았지만, 미묘한 감정들을 잘 표현해 내었고 충분히 있을 만한 일을 잘 그려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