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레이철 콘

시리즈 베타 1 | 레이철 콘 | 옮김 황소연
연령 15세 이상 | 출판사 까멜레옹 | 출간일 2013년 1월 31일 | 정가 12,800원

평소 SF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이 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정말 기뻤다. SF에 열광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과 과학 발전을 소설로 표현했다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많은 공상과학 소설이 그렇듯이 복제인간, 즉 클론에 대한 소설이다. 그래서인지 클론의 생김새나 그들에 대한 사회적 구조 등에서 비슷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내가 아는 기준에서의 이런 종류의 책에 비교하면 아주 참신한 내용인 듯 하다.

이 책 표지에는 클론인 주인공 엘리지아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뒷 표지에는 백합문신이 없고, 클론과 눈동자 색도 다른 엘리지아의 시조인 ‘지’라는 소녀가 그려져 있다. 책의 초반을 읽은 후에야 알았지만, 오른쪽 눈썹 부근에 있는 보라색 백합 무늬는 클론을 나타내는 표시라고 한다. 클론은 세계를 폐허로 만든 ‘물의 전쟁’ 이후에 부유한 권력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드메인 섬에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존재로 그들의 소유물이다. 클론은 죽은 시조와 모든 것을 똑같이 복제해 만들어지지만, 한가지 같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영혼. 소설에서 표현한 시대에는 인간의 영혼을 따로 추출할 정도로 과학이 발달해 있다. 그래서 클론은 자신의 시조와 모든 것이 같다. 단, 영혼만 빼고. 영혼이 없는 그들은 맛이나 감정 등을 느끼지 못하고 오로지 인간들을 위한 봉사에만 힘을 쓴다. 드메인 섬의 인간들은 그 섬의 아름다움에 눈을 빼앗겨 자신의 일을 하지 못하므로 그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클론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새롭게 시험적으로 출시된 10대 베타, 엘리지아는 시험단계에 불과하지만 완벽한 외모와 온순한 행동으로 총독 부인의 눈에 띄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엘리지아를 사서 그녀의 집에 가져간다. 총독의 집에서 총독의 가족들과 지내던 어느날, 수영을 하던 엘리지아는 이상한 환영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뭔지 알수 없었지만, 점점 기억이 되살아나며 자신의 시조가 다이빙을 잘 했고, 그 환영이 자신의 시조인 소녀가 사랑했던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엘리지아는 자신이 맛과 감정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불량품이다. 그녀는 보통 클론들과 다르게 자유의지가 있고 영혼을 느끼며 저항을 하는 클론, 디펙트이다. 엘리지아는 자신이 디펙트라는 것을 감지하게 되며 많은 일을 겪게 된다.

이 책은 레이첼 콘의 시리즈 4부작 중 1편이다. 섬세한 심리 로맨스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레이철 콘의 작품이어서인지 소설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하며 감성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 같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더 재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책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에는 정말 복제인간이 생겨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복제동물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마당에 복제인간까지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책에서처럼 클론들이 ‘인간과 닮은’ 물건으로 취급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영혼이 없고, 인간이 만들어냈다고 해도 정말 영혼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간과 똑같이 생겼지만 기계로만 움직이는 것은 복제인간이 아닌, 로봇이다. 복제인간들이 감정과 생각이 없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거나 아무 생각없이 폐기해 버리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이 소설의 인간들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엘리지아의 자유에 대한 갈망은 계속 커져만 가며 책의 뒷부분에서는 충격적인 결말이 독자들을 기다린다. 정말 환상적인 소설이다. 다른 과학소설과 달리 너무 과학에만 집중하지도 않았고, 누가 봐도 아니라고 느낄 과도한 설정도 없었다. 과학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생겨날 문제들을 여러가지 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클론 엘리지아가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약간의 성장소설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책의 후반부 정도까지 클론들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엘리지아는 집에서 사건들과는 관련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약간 아쉽긴 하지만, 엘리지아가 느끼는 고민들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문장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앞으로 미래에 과학이 발전하며 편리함과 그에 따른 문제점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문제들에 따른 다른 해결책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해서 우리가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생각함과 동시에 모든 것의 권리를 존중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특히 복제인간들의 권리에 대한 논쟁은 치열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모든 존재들은 각자 자신의 권리가 있고 그것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빨리 2권을 읽고 싶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결말에 약간의 충격을 받게 되면서 엘리지아와 관련 인물들에 대한 비밀이 빨리 풀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편이 나온다면 꼭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