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베타들을 위해서

시리즈 베타 1 | 레이철 콘 | 옮김 황소연
연령 15세 이상 | 출판사 까멜레옹 | 출간일 2013년 1월 31일 | 정가 12,800원

표지에서부터 끌렸다.

보랏빛 표지부터 눈길을 사로잡더니  어디서부터 어디가 물 속인가 싶은 궁금증..

물 속인지 밖인지 모를, 물과 물 사이에 흔들리는 저 아이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그치만 눈빛은 살짝 낯설고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내가 표지만 보고 예상했던 것과는 살짝 다르게 베타는 이 여자아이의 이름이고,  클론이라 불리는 일종의 복제 인간

읽가보니 로이스로리의 “The giver”가 자꾸 떠올랐다.

미래공상소설이라는 큰 공통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청소년이라는 점도 같다.

하지만 The giver의 주인공, 조너스와 베타의 고민은 시각이 좀 다르다.

책장이 수십장 넘어갈 때까지 혹시 우리 세계와 다른 곳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가 giver였다면 베타는 한 페이지만 넘어가도 이 곳이 인간들에 의해 만들어진 미래에 있을 지도 모를 “만들어진 낙원”같은 곳일 거란 확신이 든다.

그럼에도 시, 공간적으로 낯선 베타가 아이들에겐 더 흥미와 친밀감을 제공할 거란 생각도 든다.

이성에 대한 문제를 중심으로 끌어내기도 했고, 우리나라와는 거리가 있지만 마약에 대한 얘기들을 다룬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간혹 내 기준에서 낯뜨거운 장면들도 있어 너무 통속적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소심한 엄마 입장에서 예비초등생 딸아이에게 선뜻 이 책을 권하지는 못했다.

트와일라잇 등에 열광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장악하려면 이 정도 쯤이야 싶을 수도..

만들어진 소녀, 엘리지아와 그 시조인 즈하라, 그리고 타힐, 알렉스 등을 둘러싼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그 외의 스토리들도 호기심을 유발하게 만들어 1권이 해결되지 않은 채 끝나 책장을 덮어야 하는 것이 무척 아쉬웠다.

다 읽고 덮은 책에 대한 생각은

먼 미래에 있을 지도 모를 공상 소설을 읽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에 대한 두려움이나 우려가 생긴다기 보다는

그 속에 있던 아이들의 모습은 지금 아이들의 혼란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한 권을 읽었지만 공상소설 한 편과 청소년 소설 한 편을 읽은 느낌.

다른 세상에 살고 있긴 하지만 요즘 아이들도, 아니 어느 시대의 아이들이건

성인의 불완전한 베타버젼인 것은 아닌가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베타 시리즈 다음 편에 대한 예고는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

1편에서 풀리지 않았던 의문들이 속시원히,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하게 풀리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