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교과서 – 비룡소

시리즈 논픽션 단행본 | 박경순
연령 2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6월 28일 | 정가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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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개월 아드님을 모시고 살고 있는 초보 엄마 비단이에요.

 

양육서를 달고 살아도 시원찮을 판국에 대체 무슨 배짱이었는지… 양육서는 많이 못 읽었다고 자백합니다.

하지만 우후죽순격으로 쏟아져 나오는 양육서들의 홍수 속에서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겠더군요.

 

제목만 보고 있어도 현기증이 날만큼 나라는 엄마는 뭔가가 잘못된 존재가 아닌가 싶은 자괴감과 내가 과연 저렇게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좌절감만 일어 쉽게 양육서에 손이 가지 않았답니다.

 

『엄마 교과서』

대체 어떤 책이길래 교과서라는 말이 붙은걸까…

하루에도 몇번씩 휘청거리는 감정을 다스리고 싶은 마음으로 읽게 된 『엄마 교과서』는 정말 말 그대로 교과서더군요.

자극적인 캐치프레이즈로 엄마들을 좌지우지하는 그런 류의 책이 아니라 지극히 원론적이면서도 기준이 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교과서였습니다.

 

사실 이런 양육서들이 읽을 때는 그래, 그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읽고 나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남는게 없는 경우가 많은데 『엄마 교과서』는 큰 뼈대가 남는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여기에 살을 붙이고 색을 입히는 것은 오로지 부모의 몫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비룡소]에서 출간된 『엄마 교과서』는 동원책꾸러기와 함께 하는 책으로 A5크기의 280p로 이루어진 책으로 후루룩 읽기에는 만만찮은 두께입니다.  요즘 책 읽어본지 꽤 되었기에 읽는데 한참을 애를 먹었답니다.  난독증이냐, 흰건 종이요, 검은건 글씨로구나… 그래도 결국 다 읽어서 다행이에요 :)

 

책의 저자인 박경순 교수는 자신을 정신분석가나 심리학자라고 부르는 것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세 아이의 엄마’라는 말로 자신을 소개하고 싶다고 서두를 시작합니다.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기도 참 버거운 저로서는 세 아이의 엄마라는 자리가 얼마나 대단한지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정신분석가나 심리학자라는 타이틀보다 세 아이의 엄마가 하는 말이니 한번 믿어보자, 라는 심정으로 책장을 펼칩니다.

 

수많은 정신분석학과 관련된 원론적인 이론들을 쉽게 설명하면서도 작가는 부모교육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을 먼저 꺼냅니다.  해답은 부모가 스스로 찾을 수 밖에 없기에 책은 답에 이르는 여러 가지 길과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해답을 찾기위해 자녀 양육에 있어 꼭 알아야 하는 것들을 ‘타고난 성향’, ‘영아·유아·아동의 일반적인 발달과정’, 그리고 ‘부모 자녀의 관계’라는 큰 세 가지 틀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제일 먼저 부모 자녀의 관계부터 살펴볼까요.

 

흔히들 철이 들었다는 말은 칭찬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실상 착한 아이 ‘증후군’이라는 말이 붙을 만큼 아이가 철이 들었다는 말은 서글픈 이야기라고 합니다.  아이는 지극히 아이다워야 하고 지극히 자기 잘난 맛에 살아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뭔가가 결핍된거라는 거죠.  그런 아이를 어디까지 받아줘야 하는지는 오로지 부모의 몫으로 최소한 엄마는 아이의 모든 마음을 받아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게 엄마라는 고달픈 직업이라는거죠.

 

그 중 인상깊은 내용 몇 가지만 골라봤어요.

 

 

희노애락의 감정 가운데 어느 하나만 미흡해도 절름발이가 된다.

기쁜 것도 화가 나는 것도, 슬픔도 즐거움도 모두 내 아이를 만들어가는 자양분이 되는 것임을 참 새삼스레 깨닫게 되네요.

 

아이는 화도 내야하고 슬프기도 해야 하는 거였어요.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적절한 좌절이 주어지고 그걸 엄마와 함께 적절히 극복해 낼 때 아이는 올바로 성장하는 거였어요.

 



특히 우리 문화권에서는 아이 특유의 무례함에 대해 유난히 엄격한 경향이 있는데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부모를 공격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이론은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입니다.  저 역시 ‘받아주는 것은 그렇다 치고, 버릇 나빠지면 누가 책임질 건가?’라는 물음을 그대로 내뱉었으니까요. 

 

자라기도 전에 고개를 숙이는 벼는 절대로 영근 열매를 맺을 수도, 그 열매를 감당할 줄기를 가질 수도 없다.

 

 

아이가 좀 더 크면 만나게 될 갖가지 문제들이 있겠지만 요즘 제가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였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스스로가 얼마나 유교적인 문화권의 역기능 속에 갇혀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답니다.  공격성을 받아줘라, 잘난 맛에 사는 아이를 인정해줘라, 엄마때문이야 하고 소리치는 아이에게 그래, 엄마때문이야, 하고 대답해줘라는 말이 참 신선하기까지 합니다.

 

 

또 어떤 시기에 다다르면 한없이 자기 잘난 맛에 사는게 아이들인데 이런 나르시즘은 정상발달과정이라고 해요.  사실 요런건 귀엽기도 하죠.  하지만 문제는 아이의 나르시즘이 아니라 아이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구현하고자하는 부모의 나르시즘이라는 말에는 정신이 번쩍 듭니다. 

나르키소스의 비극은 자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일어났는지 모른다.

 

 

요즘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이 참 인기가 많지요.  처음 방송이 나왔을 때 어떤 아이는 참 의젓하다고 인기가 많고 어떤 아이는 철이 없다고 부정적인 평판을 얻었다는 말에 참 의아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철이 없으니 아이지 철이 들면 아이가 아니지요.  일찍 철이 든다는 것은 그만큼 아이다운 시기를 보내지 못했다는, 결핍을 의미한다는 작가의 말에 저도 크게 동감입니다.

 

이건 평소 제 양육신념과도 동일한데 아이가 뭔가를 잘못할 때마다 실수하니까 아기지, 라고 말하며 의연히 넘기기도 한 엄마이거든요.  물론 그것도 한두번이지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낼때도 많았음을 인정합니다.

 

머리로는 아는데 왜 마음으로 안되는걸까요.

이게 바로 제 문제였습니다.

 

 

아이와의 갈등은 대부분 아이와 엄마 안에 있는 어린 아이와의 갈등이라는 말이야 말로 모든 문제의 해답이었어요.

 

예를 들어 전 아이가 물컵을 엎지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데 저도 의아할만큼 그게 왜 싫은건지 모르겠더라구요.  왜 그렇게 화가 치밀어 오르는걸까 책의 말을 빌려 곰곰 생각해보니 그건 아마 내 안의 어린 아이가 다시 그런 뒤치닥거리를 하고 싶지 않다는 호소였던가봐요.  어려서 맞벌이하는 부모님을 대신히 2살 터울의 동생을 돌봐야 했는데 그 2살이라는게 참 그렇잖아요.  두 살 많아봤자 어린 아이일뿐인데 동생을 돌보는 장녀로 사느라 제겐 물컵을 엎지를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게지요.

 

물론 원인을 알고 인정해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전 여전히 화가 나니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요.  어떻게 해야 화가 나지 않을까요.

아이를 키울 때는 삽을 깊게 파는 것이 좋다.  그래야 뿌리가 상하지 않는다.  마음을 크게 가지라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로서 내 마음이 깊어야 한다.

 

 

마음이 깊으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그렇게 마음 깊이 닿아 있으면 해결하지 못할 갈등은 없다.

 

 

원론이지요.  하지만 얄팍한 기술보다 훨씬 더 와닿는 원론입니다.

 

 

두 번째 파트인 ‘아이가 자라는 발걸음‘에서는 구강기부터 시작되는 아이의 발달과정에 맞춰 여러 발달이론들을 쉽게 소개하며 아이가 올바른 방향으로 자라는 팁을 주는 부분이에요.

여러 저명한 심리학자들의 이론과 접목해 시기별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현명한 답을 합니다.

 

 

기억나는 여러 대목들이 있지만 3월을 맞이해 가장 많은 엄마들이 고민하고 있는 분리장애에 관한 작가의 경험담이 정말 인상깊깊었답니다.

다니는 회사에 하루 이틀 휴가를 내고 아이를 데리고 직장에 출근해 보라는 팁은 회사의 사정이 허락되는 범위안에서 가장 알맞은 해결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엄마가 집을 나가 이곳에서 전철을 타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일하는 곳으로 들어가.  그리고 옆의 직장동료와 인사를 하고 이런 일들을 하지.  이렇게 말하면서 사진도 찍어 본다면 분명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될것 같다고 공감하게 되더군요.

 

또한 아빠에 관한 작가의 조언은 정말이지… 개인적으로 오늘 제게 꼭 필요한 누름쇠였습니다.

문득문득 남편이 미워지면 그 화를 아이에게 푸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참 쉽지 않은 부분이지요.

아빠에 대한 이미지는, 적어도 우리 문화권 안에서는 엄마의 몫이라는 말 꼭 기억하고 살아야겠어요.

 

 

책의 마지막 파트는 아이들은 모두 다르게 태어나니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아이와의 갈등을 줄이는 길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성격 유형들을 정리해 두어 찬찬히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요.

 

타고 난다는 말… 참 위안이 되는 말이죠.

양보다 질이라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딱 잘라 말할 때는 참 작가가 얄밉기까지 하던데 아이의 기질은 타고 난다는 말이 위로가 됩니다.  하지만 엉킨 실타래를 푸는 건 오로지 엄마의 몫이라는 말에 또 정신이 번쩍 듭니다.

 

 


한동안 분노조절장애를 검색했던 적이 있었어요.

외국 영화같은데 보면 동그랗게 모여 앉아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치료과정을 거치던데 우리 나라도 그런게 있나 기웃거리기도 했지요.  그만큼 화가 났습니다.  남편은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왜 그러냐고 절 위로했지만 아이와 단둘이 있는 동안 제 모습을 보지 못해 그러는거라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더군요.  그만큼 화가 났고 화를 내고 있는 제게 더 화가 났습니다.

미운 마음이 없어질 때까지 마음 속 아이의 나이를 내려라

 

이렇게 간단한 해결방법이 있었는데 그걸 몰랐네요.

고작 28개월짜리 아이에게 전 대체 뭘 기대한걸까요.  아직 자신의 의사표현도 정확히 할 수 없어 마음이 답답한 아이에게 뭘 기대한건지 그런 불같은 화를 낸 걸까요.  마음 속 아이의 나이를 좀 더 내려야겠습니다.  물컵을 엎질러도, 쉬야를 해도, 자기 맘에 안든다고 발을 쿵쿵 구를 때도 미운 마음이 없어질 때까지 나이를 내려야겠어요.

 

 


 

그래야 웃을 수 있겠죠.

엄마잖아요.  저 환한 웃음을 지켜줄 사람은 엄마밖에 없잖아요.

사랑이 깊으면 마음이 깊게 닿아 있으면 앞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모든 문제들도 그렇게까지 겁나진 않겠죠.

 일단 『교과서』로 공부했잖아요 :)

 

 

그럼 다들 아이와 함께 행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