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때가 있나니

시리즈 일공일삼 시리즈 9 | 앤 파인 | 옮김 노은정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2월 7일 | 정가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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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을 읽을 때면 언제나 마음이 아릿하다.  나 역시 마음이 자랄 때 아픔을 겪었었고, 기 내 아이의 사춘기를 조바심으로 지켜보던 일을 아직도 기억하기 때문이다.

 

아들이 중 고등학생 시절을 지날 때는 외나무다리 위를 혼자 걸어가는 것처럼 위태로워보였다. 나는 다리 건너편에서 마음을 졸이며 아들이 무사히 건너기만을 바랐다. 아들은 많은 또래들이 그러는 것처럼 다리 위에서 비틀거렸고, 다리 아래는 수렁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엄마인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아들이 넘어지려고 하면 달려가 붙잡아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사이먼 마틴 역시 마음속에서 무서운 폭풍이 이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걷고 있었다. 자신이 태어난 지 6주 만에 떠나버린 아빠에 대한 분노가 사이먼의 마음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다. 아빠가 떠난 것이 자신의 탓인 듯해서 사이먼은 늘 우울했고, 자신감 결여와 학습부진의 원인이 되었다.

 

학교에서 가장 기대치가 낮은 아이들만 모아놓은 4c반의 공동 프로젝트는 “밀가루 아기 키우기”였다. 3킬로그램 밀가루 포대를 아기라고 생각하고 3주 동안 자신의 곁에 두면서 육아일기까지 쓰는 프로그램이다.

 

사이먼은 3주 동안 밀가루아기를 돌보고 육아일기를 쓰면서 차츰 자신의 아빠가 6주 만에 집을 떠난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때 엄마 아빠의 나이는 자신보다 겨우 몇 살밖에 많지 않은 10대였다. 사이먼의 아빠는 너무 어려서 아직 아기를 받아들일 나이가 되지 않았기에 사이먼과 엄마를 두고 훨훨 떠나버렸다. 사이먼은 그 부재에 대한 아픔을 표현하지 못해 힘이 들었는데 이 육아 프로그램을 통해 아빠를 이해하게 되고 아빠가 그렇게 떠나버린 것은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 담임인 카트라이트 선생님은 밀가루 아기 키우기를 통해 육아의 힘듦을 체험한 아이들에게 앞으로 생길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아이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책임감에 대해 배운다. 사이먼은 밀가루 아기 프로젝트가 끝나는 날 복도에서 반 아이들의 밀가루 포대를 모두 모아 차례로 터트리면서 그 밀가루 버섯구름처럼 자신의 상처도 날아가 버림을 느낀다.

 

어릴 때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네가 커서 꼭 너 같은 자식 낳고 살아봐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나 또한 부모님께 반항하던 시절이 있었고 원망의 말을 쏟아 붓던 때가있었다. 사이먼의 말처럼 부모가 되는 일이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거라면 누가 일부러 감옥에 가기 위해 아기를 낳겠는가.

 

이 책은 아이들에게 자식을 키우는 일이 쉽지 않고 많은 책임이 따르는 일이니 충분히 성장한 뒤에 자신이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을 때에 자식을 낳아야한다고 애 돌려 말하고 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중학교 남학생 아이들이 겪은 밀가루 아기 키우기를 통해 책임감을 가르친 재미있고 특이한 성장소설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