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 크로니클]-놀라운 구성과 흡입력 그리고 소년의 성장이 함께 공존하는 가족 판타지의 대작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3월 4일 | 정가 15,000원

드디어 <에메랄드 아틀라스>에 이은 <<파이어 크로니클>>이 출간되었다. 근 2년만인 듯 싶다.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으로 후속작을 기다리고 기다렸던 독자의 마음을 알아주듯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은 흥미진진한 모험으로 놀라운 흡입력을 자랑했다.

세 권으로 집대성 된 ‘서원의 책’은 첫 번째 이야기에서 시간과 공간의 비밀을 간직한 ‘아틀라스’가 케이트를 선택함으로써 그녀를 주축으로 한 모험을 보여주었는데, 긴장감과 스릴리 넘치는 모험 뿐만 아니라 가족이라는 끈끈한 애착을 통한 감동도 느낄 수 있었다. 이어 <<파이어 크로니클>>에서는 ‘크로니클’의 주인이 되기 위한 마이클의 성장과 모험, 그리고 신뢰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데, 전작 못지않은 재미를 선물한다.

 

십여 년 전, 부모와 헤어지게 된 케이트와 동생들은 여러 고아원을 전전하며 자랐는데, 왜 부모와 헤어져야 했는지, 그들이 언제쯤 자신들을 찾으러 올지 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엄마 아빠가 돌아와서 다시 온 가족이 함께 살게 될 것이라는 믿음만으로 지내왔다. 오래전 크리스마스이브에 엄마에게 동생들을 잘 돌보겠다고 약속한 케이트는 지금까지 엄마와의 약속을 잘 지켜냈다. 하지만 아틀라스를 찾은 후 동생들과 다시 고아원으로 오게 된 케이트는 자신들의 모험이 끝나지 않았음을 직감할 수 있었는데, 핌 박사조차 두려워하는 다이어 매그너스의 포로로 붙잡혀 있는 엄마 아빠를 구하기 위해서는 시원의 책 세 권을 반드시 찾아야 하기에 이 모험을 계속하는 수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 또한 없었다. 핌 박사가 오기를 기다리던 케이트는 핌 박사가 오지 못 한다고 해도 스스로 부모님을 구하리라는 다짐을 하게 되고, 그동안 꾸었던 자신의 꿈이 어떤 예언을 하고 있으리라는 것을 안 케이트는 마이클에게 보호자가 되어 엠마를 잘 보살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얼마 후…아틀라스를 갖고 있는 케이트와 마이클, 엠마를 찾아 고아원을 습격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좀비 모룸 카디, 일명 꽥꽥이로부터 동생들을 지켜내기 위해 케이트는 아틀라스의 힘을 빌어 놈을 과거로 데려가지만 되돌아오지 못하게 되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위험에 처한 마이클와 엠마는 핌 박사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한다. 과거로 간 케이트를 찾기 위해서는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 밖에는 없게 된 마이클과 엠마는 핌 박사를 필두로 한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된다. 마이클은 핌 박사가 오랫동안 찾아 헤맨 위고 알제르농 박사를 통해 부모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크로니클의 흔적을 쫓는다. 매그너스의 보좌관이 루크에게 쫓기게 되면서 핌 박사가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되지만, 두 아이는 가브리엘의 도움을 받게 된다. 크로니클이 숨겨진 장소에 대한 영상이 마이클에게 조각조각 나뉘어져 떠오르게 되고 그렇게 일행은 마이클을 따라 모험을 계속하게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엠마가 드래곤에게 잡혀가게 되고 마이클은 엠마를 구출하기 위해 혼자 드래곤을 맞닥뜨리게 된다.

 

고통스러운 삶을 외면하고 숨어 버리곤 했던 마이클은 케이트의 도움없이 혼자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많은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늘 두려움이 앞섰지만 엠마를 지키기 위해서, 케이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용기를 내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되는 마이클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었다. 마이클은 드래곤에 잡혀 한때 수호단 전사였던 사내에 의해 얼어버린 엠마를 구하기 위해 드래곤과 맞서’생명의 책’ 크로니클을 찾게 된다. 하지만 생명을 되살아나게 해주는 크로니클의 힘은 상대방의 삶을 불어넣어 주는 대신 그 사람이 가진 삶의 고통 또한 함께 느껴야 하는 댓가를 치뤄야하는데, 엠마의 삶을 공유하게 된 마이클은 부모에 대한 기억은 고사하고 평생 고아원을 전전한 기억만을 가진 채, 가족이라고는 언니와 오빠 둘뿐인 삶을 산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배신으로 엠마의 위태롭던 작은 세상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이클은 자신을 용서하고 다시 신뢰를 갖는다는 것이 엠마에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도 이해하게 된다.

 

“크로니클은 그 책에 이름이 적힌 사람과 너 사이에 연관 관계를 형성하지. 그 사람의 삶이 아무리 끔찍하고 괴롭고 고통스럽더라도, 그 삶이 곧 너의 삶이 되는 거다. 그 사람이 느끼는 것을 너도 그대로 느끼게 돼. 그게 바로 크로니클의 원리다.” (본문 404p)

 

킬린 킬릭 왕이 한 ’위대한 지도자는 가슴이 아니라 두뇌가 살아있어야 한다.’(본문 22p)는 이 작품에서 마이클을 이끌어주는 말이었는데, 위기 상황에서 보여준 놀라운 대처와 타인의 고통을 느끼게 되면서 성장하게 되는 마이클의 변화는 크로니클을 찾는 모험 못지 않는 볼거리였다. 자신의 배신으로 고통받은 엠마를 이해하게 되고 다시 신뢰를 쌓아가게 되는 과정 속에 용서와 신뢰, 믿음에 대한 깊이에 대해서도 보여주었으며 엘프 소녀와의 우정도 잔잔한 재미를 선사했다.

 

<<파이어 크로니클>>은 크로니클을 찾아 모험을 하게 되는 마이클을 주축으로 한 스토리와 과거로 가게 된 케이트를 통해서 매그너스의 실체에 접근하게 되는 스토리가 중첩적으로 구성된다. 마이클과 엠마, 그리고 케이트가 서로 다른 모험을 하게 되지만 그 이야기는 퍼즐 조각이 맞추어지듯 하나로 만나게 되었다. 서로 다른 시공간의 이야기가 하나의 스토리로 맞물려지는 구성력이 치밀하고 놀라웠다. 시종일관 긴장감과 흥미를 선사하는 이 작품은 두꺼운 페이지를 무색하게 하는 굉장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 궁금증도 갖게 했다. 다시 만나게 된 세 남매, 하지만 또 다시 헤어지게 된 엠마. 이들은 모험을 하게 될까? 마지막 한 권의 책을 찾게 될 엠마의 모험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