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떠올리며 읽는 ‘소공자’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3월 8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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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지금처럼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집안사정상 책을 살 수 없었고, 폐가식 도서관은 접근하기 힘들었고, 도서관학과에 다니면서도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지 않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 돈이 생기면서 그제서야 책을 사보며 읽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국민학교에 다닐 때 (이젠 초등학교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큰이모가 책을 사주었는데 그때 읽은 책이 ‘소공녀’였고 그때 ‘버넷’이라는 이름을 어렴풋이 기억했다. 한참이 지난 후에 ‘소공자’를 알게 되었고 ‘소공녀’와 같은 작가라는 걸 알고 무척 기뻤다. 그 당시엔 작가는 한 권의 책만 내는 줄 알았다. 비룡소 클래식으로 만난 ‘소공자’는 어릴 적 기억도 나고 새로운 추억으로 다가왔다. 내가 읽었던 책은 글씨가 더 작고 얇았는데 이 책은 글씨도 크고 그림도 많아서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인 어머니를 가진 이유로 자신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고집쟁이 백작 할아버지를 변화시킨 세드릭 이야기로 기억하고 있는 ‘소공자’를 다시 만나니 내가 알던 것이 무척 적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도 작은 문고판으로 읽었나 보다. 

영국의 영향력 있는 백작의 막내 아들 세드릭 에롤 대위는 외모와 재능은 백작답지만 법적으로 두 형이 있어서 가문의 작위와 재산을 물려받지 못하고 백작은 마음 속으로는 막내를 아끼지만 두 형과 비교하게 되고 울화가 치밀어 미국으로 여행을 보낸다. 그곳에서 한 아가씨를 만나 결혼을 하겠다고 하자 백작은 막내를 미워하여 재정적인 지원도 하지 않고 얼굴도 보지 않겠다고 한다. 고아였던 엄마와 영국인 세드릭 에롤 대위는 영국군의 대위 지위를 팔고 어렵게 일자리를 갖고 결혼을 한다. 엄마, 아빠를 모두 닮은 아빠와 이름이 같은 세드릭은 그림처럼 예뻤고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자란다. 하지만 아빠가 돌아가신 후에 슬퍼하는 엄마를 아빠처럼 ‘내 사랑’이라 부르며 위로를 한다.

큰삼촌은 말에서 떨어져 돌아가시고 작은삼촌은 로마에서 열병으로 돌아가시고 세드릭의 아버지도 돌아가시자 할아버지 도린코트 백작은 변호사 해비셤 씨를 보내 백작 폰틀로이 경이 될 세드릭을 영국으로 데려오라 하자 세드릭은 갈등을 하고 매일 다양한 화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영국의 귀족을 무척 싫어하는 길모퉁이에서 식료품점을 하는 홉스 씨와 상가모퉁이에서 부지런히 구두를 닦는 딕 형과 헤어지기 싫었지만 엄마는 세드릭의 미래를 위해 아이를 위로하며 가야 한다고 말한다.

백작이 뭔지 모르지만 백작의 지위와 돈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 세드릭은 결심을 하고 영국으로 간다.

비록 엄마는 성과 떨어진 코트 로지에서 지내고 자신은 할아버지와 성에서 지내야 하지만 천진난만하고 다정한 세드릭은 백작을 무서워하거나 어색해하지 않고 통풍에 걸려 다리가 아픈 할아버지를 도와드리고 자존심 세고 화를 잘 내는 백작은 세드릭에게 서서히 마음이 열리고 백작으로서의 자격을 갖춘 세드릭을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한 여자가 자신이 큰아들 비비스의 아내이며 자신의 아들이 백작이 되어야 한다며 백작을 찾아오자 세드릭에게 위기가 다가온다.

1886년에 처음 출간된 소공자는 계급이 있던 시대를 보여주며 착한 세드릭이 비현실적인 면이 있다는 옮긴이의 말을 읽으며 이 책을 읽는 내내 세드릭의 미화에 조금 낯설었는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나누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아이일 때 읽는 소공자는 백작의 지위를 가지게 되어 남을 도와주고 고집쟁이 할아버지를 사람들이 존경하는 따스한 할아버지로 바뀔 수 있게 해주는 부분에 관심이 갔다면 아이가 있는 내가 읽는 소공자는 소공자가 어떻게 그렇게 되었나에 더 관심이 갔다. 부모가 언제나 사랑하고 따뜻하게 대했기 때문에 늘 순수하고 다정한 세드릭의 모습을 보며 부모로서 나는 아이들을 얼마나 따스하게 대하고 있나 반성도 되었다, 박신영 작가의 책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에 소공자 편으로 소개한 ‘영국 꼰대와 미국 꼰대의 한판 대결’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