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공감의 마법서, 크로니클!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3월 4일 | 정가 15,000원

사실 1편 [에메랄드 아틀라스]를 읽지 않아서 2편을 읽는게 어떨까 살짝 걱정했는데 사이사이 1편의 이야기를 넣어줘서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마법판타지 책으로는 해리포터를 따를 책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아이들의 성장과 마법책이라는 소재를 잘버무린 이 책 또한 충분히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특히 책을 통해 시간을 넘나들고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수 있는등의 마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책을 읽으면 얻게 되는 마음의 양식이라는 부분과 의미가 상통하는것도 같다.

 

고대 이집트의 마법사들이 마법을 집대성해 세권의 시원의 책을 만들지만 어느순간 행방이 묘연해진다. 그 세권의 책을 찾아나서야 하는 운명에 처한 삼남매 케이트, 마이클, 엠마! 이미 1편에서 첫째 케이트가 ‘아틀라스’라는 시간의 책을 찾아 시간을 넘나들며 갖가지 위험천만한 모험을 통해 성장하게 되는데 이 2편의 책에서는 둘째인 마이클이 ‘크로니클’이라는 생명의 책을 찾아 모험을 하고 성장하는 이야기가 긴박하고 스릴있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펼쳐지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3권은 죽음의 책으로 물론 막내인 엠마가 찾아야 하는 책이다. 지구와 인간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축이 되는 생명과 시간과 죽음 세가지를 소재로 아이들의 성장을 다룬 한편의 멋진 마법 판타지 소설을 읽다보면 마치 내가 아이들과 함께 동행하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말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모든 감정을 두루 느끼며 살아가는 거야, 물론 고통이 있을수도 있지만 환희와 우정, 사랑 같은 긍정적인 감정도 있어! 그런 감정들은 모두 가치가 있는거란다……. 두려움에 지배되어서는 안된다. 아들아, 네 삶은 네가 스스로 선택하는 거란다. — p592

 

1편의 이야기속에 삼남매를 추적하던 괴물들이 또다시 등장해 케이트가 붙잡히게 되는데 케이트는 마이클에게 막내 엠마를 부탁하고 아틀라스 책을 통해 과거의 세계로 날아가버린 후 돌아오지 않게 된다. 마이클과 엠마는 점점 불안에 떨게 되는데 마침 나타난 마법사 핌 아저씨와 위기를 모면하고 크로니클 책을 찾아 그 근원지로 떠나게 된다. 누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러모로 애쓰는 마이클의 모습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살짝 엿볼수도 있는데 특히 생명의 책 ‘크로니클’을 찾고서 그 방황은 더욱 극으로 치닫게 된다. 누군가를 죽음으로부터 구해내고 병을 고칠수 있는 ‘크로니클’이지만 구하고자 하는 사람의 모든 기억과 고통을 공감해야하는 고통이 수반되는 것은 마이클에게 그것을 넘어선 자신을 찾아야하는 주어진 숙명의 과제다.

 

케이트가 날아간 과거의 세계는 아직 마법과 현실이 공존하는 상상력을 마구마구 자극시키는 세상이다. 그런데 때마침 그 마법세계가 인간들의 핍박으로부터 영원히 사라지려고 하는 바로 직전에 케이트가 도착한것이다. 케이트를 구해준 덤앤더머 같은 캐릭터로 등장하는 두소년도 참 재미나고 그들이 우상으로 삼는 초록색 눈동자를 지닌 라피와 케이트와의 관계 또한 뭔가 심상치 않다. 결국 숙명처럼 만나게 된 라피로 인해 잠재의식속에 숨어 있던 케이트의 마법이 깨어나는가 하면 그녀의 생명이 위험에 처한 이유로 결국 그들이 우려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만다. 숙명은 피해갈수 없는것일까? 우리는 간혹 진짜 마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그들이 사라지던 날 우리의 기억을 사라지게 만든것인지도 모르겠다.

 

케이트가 머물게 된 과거속에 등장하는 배경이나 캐릭터들도 참 흥미로웠지만 아무래도 이 책의 주인공인 마이클이 크로니클 책을 찾기 위해 머물게 된 화산과 그 속에서 만나게 된 드래곤, 엘프와 같은 존재들이 참 신비롭고 흥미롭다. 과거의 세계에서 싸늘한 시체가 되어 돌아온 누나를 살리기 위해 죽음의 경계속으로 들어가는 마이클을 보니 이제는 정말 크로니클의 진정한 주인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늘 듬직하게 지켜주던 가브리엘을 의심없이 따라가던 엠마가 이상한 낌새를 챈 순간 이야기는 다음편을 예고하듯 그렇게 막을 내린다. 삼남매가 이제야 한자리에 모이겠구나 싶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순간이다. 그리고 3편의 책이 몹시많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