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날아 오를 날개를 위하여…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4월 30일 | 정가 11,000원

누군가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은 엄청난 파괴력으로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파괴시킨다. 다시 볼 수 없는 대상이 더군다나 사랑하는 가족이라면 상실감과 죄책감 사이에서 평생을 고통받으며 살아야할지 모른다.

 
‘제나’는 허드슨 강 위, 타판지 다리에서 엄마를 잃었다. 자꾸 튀어나오는 CD가 짜증이 났고 차 앞을 지나가는 물체때문에 순간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엄마의 핸들을 틀었던 것 같다. 강물 위 허공 300m 위에서 어떻게든 살기 위해 버둥거렸지만 엄마는 죽고 ‘제나’만 누더기 헝겊인형처럼 살아 남았다. 내가 본 건 무엇이었을까…

붕대로 칭칭 둘러싼 머리와 피멍이 든채 꼭 감긴 두 눈을 보며 사람들은 간절히 깨어나기를 빌지만 제나는 눈을 뜨고 싶은 마음이 없다. 출장 중에 황급하게 달려온 아빠는 안타깝게 제나의 이름을 부르지만 제나가 듣고 싶은 목소리는 아니다. 엄마와 제나가 그렇게 그리워할 때 아빠는 곁에 없었으니까…

제나는 파란 나라 속에서 영원히 머물고 싶다. 마음대로 날아다니며 엄마를 찾으러 다닐 수 있고, 비명을 지르며 운전대를 움켜잡을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설명할 수 있는 곳… 파란 나라에서는 슬픈 일이 없다. 그 곳에서는 행복하고 평화롭게 떠다니며 별일 아니라는 듯 내키는 대로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파란 나라가 두뇌 속의 신경화학적인 변화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제나는 마약성 진통제인 ‘데메롤’을 줄일수록 파란 나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에 사로 잡힌다.

15살 소녀가 겪은 참혹한 사고를 들여다보며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저절로 눈을 감게 된다. 달아날수만 있다면, 그 때의 고통에서 도망칠 수 있다면 뭐든지 손에 잡히는 대로 하지 않았을까? 제나는 극심한 이명과 두통에 시달리며 이모부의 약통에서 ‘옥시콘틴’을 훔친다. 잠시만이라도 고통이 없는 곳으로 데려다줄 약에 의존해 파란 나라로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넌 꼭 나처럼 걸어.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심한 교통 사고를 당한 후에 얼음 속으로 빠지면 어쩌나 하고 겁먹은 사람처럼…

세이블 개울가를 걷고 있던 제나는 양쪽 무릎이 꺾이면서 그대로 주저 앉는다. 그 순간 ‘크로우’를 만나지 못했다면 제나의 삶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자신의 상처를 안다는 듯이 툭 던진 말 한 마디에 제나는 터져나오는 울음을 가까스로 참아낸다. 가난한데다 껄렁껄렁한 차림으로 오토바이나 끌고다니는 불량배를 저도 모르게 계속 찾게 되는 제나는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지 혼란스럽다.

<나는 일어나 날개를 펴고 날아 올랐다>는 상처입은 소녀가 그 상처 앞에 마주서기까지의 아픔과 고통을 보여주는 책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또 누군가를 잃을까 두려운 나머지 사랑하기를 거부하고 사랑받기를 거부한채 약물 중독에 빠져드는 제나의 모습이 애처롭고 가슴 아프다.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불안한 심리는 결국 대마초와 마약까지 손을 뻗게 만들지만 바닥까지 떨어진 제나는 고통 속에서 다시 일어서기 위해 이를 악물고 힘을 낸다. 삶이란 다시는 건널 수 없을 거라 믿었던 다리마저 죽을 힘을 다해 건너게 하고 물속으로 곤두박질치더라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시 물밖으로 나오게 만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누구나 가슴에 묻은 상처가 있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은 시간이었다. 부디 그 상처가 괴물로 변해 타인을 괴롭히고 자신마저 잡아먹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제나’도, ‘크로우:도, ‘트리나’도 다친 날개를 회복하고 멋지게 비상하는 그 날을 떠올려 본다. 스스로 날개를 접지 않는다면 바람은…삶은… 어디론가 데려다 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