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끝난듯한 절망, 그게 바로 봄의 징조야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4월 30일 | 정가 11,000원

살아가는 동안 제일 힘든 일이 이별, 상실의 아픔이 아닐까 싶다. 더군다나 그 상실을 불러온 사람이

어쩌면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그 일로 엄마를 잃었다면 그 상처는 누구라도 극복하기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이별 앞에 설때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늘 잘못했던 일만 기억하게 되고

상대에게 하고 싶었지만 쑥스러워서, 알꺼란 생각에   하지 못했던 말이 가슴에 남아 더 아프곤 한다.

그렇게  사고 당시의 기억뿐 아니라 다음에 언제든 화해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기에 미루기만 했던 엄마와

잘 지내지 못한 나날들이 기억에 남아  제나를 괴롭히는 일들이 되고 만다.

 

“이 말들 중에 어떤 여자의 목소리도 있었다. 낯선 이의 목소리. 난 그게 싫었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울부짖고 싶었다. 그것은 내가 듣고 싶은 목소리가 아니였다.”-19

교통사고로 많이 다친 제나는 그녀가 원하는 모습만 보여주는, 상상 속 파란 나라로 데려가는

마약성 진통제 기운에 취했으면서도  그녀가 듣고 싶어하는 단 하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녀를 위로하는 많은 이들 가운데  그녀와 많은 것들을 지겹도록 같이 했고  앞으로도

당연히 그럴거라고 생각했던, 그리고 제나가 저지른 일이 어떤 일이든    괜찮다고… 나는 괜찮으니

신경쓰지 말라고… 그리고  언제나 너를 사랑해  라며 웃어 줄  엄마만 사라진 것이다.

 

퇴원과 더불어 이루어진 이사와 전학, 그리고 이모 식구들과 살게되면서 자꾸 움츠러드는 제나는 약,

무분별한 친구, 그리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모부의 오래전 약이나 의사 선생님의 물건을 훔치기도

하고, 그녀를 알아줄것만 같았지만 사실 자기 몸 가누기도 힘든 트리나와 친구가 되기도 하면서

제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위험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어른들

나름의  정리와 이해한다고 보여주는  행동들에 더 외롭고 힘들기만 한 제나는 자신에게만 있다고 생각한

상처가 자신 친구들에게도  다르지만 다 있다는 것을, 특히 자신이 사랑한다고 생각한 크로우 역시

과거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알게된다.

 

행운과 불행은 얼굴을 보고 다가오지 않기에 그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불행만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게 우리들 마음일것이다. 더군다나  불행은 때로는 줄지어

나타나기에   제대로 맞설 용기내기가    쉽지 않게 된다. 제나가 그랬듯이 나만 불행하다는 생각에

때로는 자기 상처안으로만,약으로, 좋지 않은 친구로… 기대고 싶은게 보통의 사람마음이 아닐까 싶다.

 

전작 ‘초록 눈 프리키는 알고 있다’ 에서  완벽한 가족 모습뒤로 숨고 싶어하는 자신의 약한 마음에

맞서고 있는 프랭키의 용기를 그려낸 조이스 캐럴 오츠는 “나는 일어나,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

에서도 역시 어려움에 빠진 십대 소녀, 제나를  통해 힘겹지만 맞서야 생기는  용기가 삶의 희망 또한

준다는 이야기를 써가고 있다.

 

두려워 한 발짝도 뗄 수 없다면 그 두려움안에서만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걸 안 제나는   가장 빠른 선수도

가장 느린 선수도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달리기 시작한다. 그런 그녀가 발견한 건 그녀 주변에 이미

있었을 희망 아니였을까 싶다. 기러기가 더 추운 북쪽으로 가면 그게  봄의 징조라던 크로우의 말처럼

때로는 견뎌내야 하겠지만 그러다보면   희망도 절망끝에 꼭 따라오는 거라는 걸

아직은 작은 제나와 함께 알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