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는 봄을 찾아 북쪽으로 간다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4월 30일 | 정가 11,000원

 

하루 동안에도 많은 사고 소식이 들린다. 아주 특이하거나 큰 사고가 아니라면 그냥 그런 사고가 일어났나보다 하고 스쳐지나간다. 그러나 그 사고에 아는 이름 하나만 들어있어도 그것은 그냥 사고가 아니다. 그런데 그런 사고가 내 일이 된다면? 사고가 나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면? 그 사고가 더군다나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면?

 

이런 물음을 갖고 이야기는 진행된다.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사고가 일어난 후와 일어나기 전의 세상은 경계선이 분명한 딴 영역이 되어버린다. 이 책은 주인공 제나가 우연히 일어난 교통사고 때문에 엄마를 잃고 자신마저도 만신창이 되면서 시작 된다.

 

제나는 교통사고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자책감에 휩싸인다. 이런 제나에게 삼 년 전에 엄마와 자신을 버리고 재혼한 아빠가 함께 살자고 손을 내민다. 그러나 제나는 엄마와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떠난 아빠를 이해할 수도 없고 용서가 되지도 않는다. 열다섯 살 제나가 사고 후 선택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제나는 이모와 함께 살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사고 후에 주위사람들이 보여주었던 호기심과 동정심이 싫어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은 함께 사는 이모 가족들에게조차 비밀로 가져간다. 이렇게 제나는 주위에 벽을 쌓고 스스로를 격리 시킨다. 더 이상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서 또 다른 상처를 받는 게 두려운 것이다.

 

이 책은 제나 뿐만이 아니라 크로우나 트리나 같은 아이를 등장시켜 십대 아이들이 가진 여러 가지 환경을 통해 아이들이 겪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들여다보게 한다. 아이들은 유리병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청소년 시기는. 나는 내 아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의 아슬아슬했던 마음을 잊지 못한다. 아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됐을 때조차 부모는 함부로 행동하지 못한다. 이때 아이는 럭비공이다. 가슴 안에 품는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고 제멋대로 뛰어다니게 놔두기도 해서도 안 된다. 아이의 마음속에는 이미 부모와는 독립된 자신만의 세계가 충분히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이에게 조건 없이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것뿐이다.

 

제나에게도 아빠와 이모 가족, 그리고 비슷한 상처를 갖고 살아가는 크로우가 있었다. 제나가 사고의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제나는 자신에게 닥친 불행이 자신의 탓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였다는 걸 인정한다. 그 순간 제나는 자신이 쌓은 벽을 허물고 그동안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던 사람들과 손을 맞잡는다.

 

청소년 소설답게 발랄한 문체는 책장을 술술 넘기게 하는 재미를 준다. 제나와 크로우, 트리나 같은 아이들이 살아나가야 할 세상이 너무 아프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