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고전 행복한 왕자!!!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6월 28일 | 정가 13,000원
구매하기
행복한 왕자 (보기) 판매가 10,800 (정가 12,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10%↓ + 3%P + 2%P)
구매
몇 살 때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어릴적 그림 동화로 만난 <행복한 왕자>는 슬프면서도 가슴 찡한 감동을 가져다 주었다. 추운 겨울 따뜻한 나라로 가야함에도 불구하고 동상으로 붙들려 서있는 왕자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심부름을 하다가 죽어간 제비의 모습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황금 살갗마저 벗겨내어 다줬는데도 무참하게 버려질수밖에 없었던 왕자는 그래도 행복했을까?….
 

 

아이와 함께 다시 읽는 <행복한 왕자>는 분명 이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탐미주의에 빠져 긴 머리와 괴상한 옷을 입은 채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을 풍자, 비판하다 미운털이 박혀 파리에서 쓸쓸하게 죽어간 ‘오스카 와일드’의 삶을 알기 때문일까? 9편의 단편에는 유독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공주와 왕자로 상징되는 가진 자들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누가 죽든지 말든지 상관할 생각이 없다. ‘공주의 생일’ 속에 나오는 열두 살의 공주는 난쟁이가 추는 우스꽝스런 춤을 보며 깔깔깔 넘어 간다. 심장이 터져 죽은 난쟁이를 일말의 연민도, 동정도 없이 쳐다보며 이제부터는 심장이 없는 사람들만 놀러오라고 말하는 공주의 모습은 공포물을 능가한다. 사람이기를 포기한 공주의 모습에서 냉혈한을 떠올리는건 나 혼자 뿐일까?

‘어린 왕’ 역시 탐미주의에 빠진 작가를 대변하기라도 하듯 세계 각국의 보물과 보석 수집에 탐닉한다. 꿈이 아니었다면 어린 왕의 삶이 달라졌을까? 왕이 손에 쥘 홀에 박을 진주를 얻기 위해 돌멩이를 허리에 매달고 콧구멍과 귓구멍을 밀랍으로 막은 채 바닷물로 뛰어들어야 했던 노예들은 결코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니었을 것이다. 탐욕은 결단코 자신이 가진 것을 내놓을 마음이 없기에 죽음조차도 말릴 도리가 없다. 스스로 멈추지 않는한, 스스로 잘못을 깨닫지 않는한 누가 탐욕에 빠진 영혼을 구제할 수 있을까?

 

 

‘행복한 왕자’는 궁전에 있을 때만 해도 가난한 사람들이, 고통받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미처 몰랐다. 기둥 꼭대기에 붙들려 동상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았다면, 갇힌 공간인 궁전에서 열린 공간인 광장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그저 가진 자로서의 만족과 오만으로 삶을 끝냈을 것이다. 삯바느질 하는 재봉사와 그녀의 병든 아들도 몰랐을테고 아비에게 매맞는 성냥팔이 소녀와, 추위와 배고픔에 고통받는 극작가의 절규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이 누린 삶이 그들의 아픔과 고통 속에서 태어난 것임을 비로소 자각한 왕자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제비와의 연대를(?!) 모색해 나간다. 연대는 곧바로 실천으로 이어지며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 가난을 구제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수립되고 왕자는 사제를 기꺼이 다털어낼 각오가 되어있다. 진정한 행복이란 나눌 때, 함께 살아갈 때 가치가 있기에 추위에 떨며 서있어도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행복하다.
다시 읽는 고전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시선을 가져다 주었다. 새삼 고전으로 불리는 저작들의 힘을 느끼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제비의 죽음 앞에 심장이 갈라지는 고통을 느껴야했던 왕자의 슬픔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이 아니었다면 제비는 죽지 않았을 거라는 자책감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제비는 왜 떠나지 못했을까? 행복의 진실을 깨닫게 된 이상 이집트의 쾌락을 그리워하는 예전의 제비가 아니었음을 확인할밖에…

 

 

자기밖에 모른 거인, 아낌없이 주는 친구, 남다른 로켓 폭죽…등등 9편의 단편은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는 작품들이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었던 ‘아낌없이 주는 친구’는 아낌없이 준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방앗간 주인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다가 결국 도랑에 빠져 죽은 ‘한스’를 성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랑은 댓가를 바라지 않고 값없이 주는 것이기에 그 삶을 숭고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가슴이 답답할만큼 어리석고 바보같은 한스를 보고있자니 속에 열불이 일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기를 거부한채 친구를 위해 살다간 ‘한스’는 죽는 순간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르시즘의 극치를 달리는 ‘남다른 로켓 폭죽’을 보며 주제 파악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공주와 왕자의 결혼식에 쓰일 폭죽은 왕자와 공주가 결혼하는 이유가 자신을 존경하기 때문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 순수 혈통을 자랑하며 귀족인양 거들먹거리던 로켓 폭죽은 결국 진흙탕에 던져졌다가 누구의 관심도 못받은채 대낮에 터지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도도함을(?!) 잃지 않는다. 그리 허무하게 사라질 줄 알았다면 그렇게 악악거리지는 않았으려나…

<행복한 왕자>와 함께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행복한 왕자와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게 될지 궁금하다. 따분하고 의무적인 고전 읽기가 아닌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여름방학 맞이 고전 읽기로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