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아들 1 :마녀의 복수] – 재능인가 저주인가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까멜레옹 | 출간일 2013년 6월 7일 | 정가 12,800원

판타지인데 어둡고 음침하다. 외롭기까지 하다.

 

그러므로 난 이 책에 빠져들었다.

 

‘계획에 의해 태어난’ 일곱 번째 아들의 일곱 번째 아들, 토머스 워드.

 

그는 반 강제적으로 마을을 지키는 유령 사냥꾼의 도제가 된다.

 

유령 사냥꾼, 그는 정말 존경받을 만한 존재다.

 

이겨내거나 조절하기 가장 어려운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 ‘두려움’ 을 마주한 채, 수십년 간 강력한 유령과 마녀들에게서 마을 사람들을 지켜

 

낸다. 그는 정말 강하고 멋진 존재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 보다. 그가 지나갈 때면 신께 기도를 올리고 욕설을 하거

 

나 피한다. 그가 받는 대접과 시선은 마을에 피해를 끼치는 더러운 거지와 다를 바가 없다.

 

 

나 또한 음의 기운이 강한 사람이다. 글을 쓸 때도, 밝은 분위기의 글 보다는 어둡고 음침한 쪽이 훨씬 익숙하다. 이러한 내 성향이 유령 사냥

 

꾼을 ‘멋지다’ 라고 느끼는 데에 일조를 했을 지도. 아니 사실, 책을 읽는 동안 대다수의 사람이 ‘멋지다’ 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나도 그

 

처럼 되고 싶다’ 거나 ‘그와 같은 일을 하고 싶다’ 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이 않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성이 조금이라도 발달한 사람이

 

라면 금방 유령 사냥꾼 이라는 직업은 위에서 말했듯이 좋은 일을 하고도 욕먹는, 아주 불쾌한 직업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챘을 것이다. 소설

 

의 끝쯤 가면 외로움은 덤이고. 그것 외에도 유령 사냥꾼은 늘 굶주려 있다는 것, 절대 나태해질 수 없다는 등의 많은 안좋은 점이 있음에도 불

 

구하고 나는 단지 ‘강하다’ 라는 이유만으로 그와 같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물론 판타지 소설 속 일이지만..)

 

 

유령 사냥꾼이 톰에게 ‘여자를 조심하라’ 라고 일러 주는 부분에선 웃음이 났다. 그것도 ‘뾰족구두를 신고 치마를 입은 여자’ 말이다. 세상 물

 

정을 모르는 순진한 남자아이가 으레 듣는 충고 아닌가! 게다가 뾰족구두를 신고 치마를 입은 여자라니, 전형적이고 여성스러운 여자를 지칭

 

하는 말이 아닌가. 유령 사냥꾼이 톰에게 한 이 충고는 어쩌면, 도제로써가 아니라 인생 선배로써 해준 충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욱 실소

 

를 자아낸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소설은 음침하고 어둡다. 톰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들과도 멀어지고, 사람들과는 더욱 멀어진다. 톰은 누구보다 믿고

 

의지하고, 사랑했던 가족들과 멀어짐을 느낌으로써 ‘슬픈 성숙함’ 을 얻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톰이 가지고 태어난 사명은, 재능일까 저주일

 

까. 그 답은 뼈에 사무치는 외로움을 아는 사람만이 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