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아들 01 마녀의 복수 – 성장통을 딛고 일어서다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까멜레옹 | 출간일 2013년 6월 7일 | 정가 12,800원

 운명(運命), 일반적으로 인간에게 주어진 피할 수 없는 결정을 의미한다. 옛부터 철학자들의 입에 수없이 올랐지만 아직도 존재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답이 없다. 이 책의 주인공, 토마스 워드 (이하 톰) 는 이 얄궂은 운명 때문에 유령사냥꾼으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일곱번째 아들의 일곱번째 아들,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요즘 사회에서는 바늘 구멍에 낙타를 통과시키는 것만큼 찾기 어렵다. 놀랍게도 영국 카운티 (county) 를 배경으로 하는 책 속에서는 이들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 바로 마녀, 보가트 등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난무한 이 세계에서 그들을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재능이다. 존재를 숨기기 위해 노력하는 괴물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뻔히 노출하는 그들이야말로 가장 큰 적 아니겠는가? 그런 만큼 일곱번째 아들에게는 ‘유령사냥꾼’ 이라는 중대한 책임이 주어진다.

 

 하지만 불쌍하기도 하지, 아직 13살의 어린 톰에게 운명은 너무나도 가혹했다. 겁도 많은 톰은 어릴 적부터 능력 때문에 고초를 겪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이런 그를 유령사냥꾼으로 꼭 만들려는 그의 엄마가 나는 멀킨 대모보다도 사악한 마녀같아 보였다. 겁에 질려 귀신에게 잡혀가기도 전에 심장마비로 쓰러질 게 뻔한데 자기아들을 내몬다니.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그녀가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된다. 믿었던 어머니의 냉소적인 태도에 당황하고 실망한 톰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고개가 끄덕거려 졌지만, 한편으로는 아들의 안위만을 걱정하며 악의 위협을 받는 세상을 나몰라라하는 이기적인 부모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다.

 

 가장 흥미진진했던 부분을 꼽으라하면 나는 바로 멀킨대모에게 가족들이 소유를 당하던 장면을 택하겠다. 아기,형,형수……소유를 당한 것이 확실한 듯한 증거를 제시했다가 결국에는 예상치 못한 이가 소유가 되있어 손에 땀이 나도록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결국 마녀를 물리치며 담대함을 얻고, 유령사냥꾼으로서의 한걸음을 딛게 되지만 가족으로부터 한걸음 멀어지게 된다. 얻는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현실이 참 가혹한 것 같다.

 

 단언컨대 이 책을 읽고 책장을 덮는 이들이라면 또 하나의 성장소설을 읽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책의 앞부분에 묘사되었던 톰의 모습과 마지막은 확연한 차이가 난다. 연약하고 어머니의 보호 아래서 자신의 능력에 벌벌 떨던 아이는 어느새 무서운 마녀도 물리치고 가족을 구해낸 소년이 되어있다.  톰은 ‘도제과정’이라는 성장통을 겪었다. 가족이 멀어지고, 모두가 멀어진다. 하지만 그 고통으로 하여금 사람들을 위해 삶을 바쳐 유령과 맞설 다짐을 하는 것이다. 

 

 사실 톰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책을 읽는 순간순간마다 했다. 굉장히 사교적인 나에게는 억만금을 줘도 거부할 만큼 끔찍한 인생이다. 그러나 주어진 사명을 회피하지 않고 꿋꿋이 받아들인 톰이 여느 영웅보다도 멋있게 느껴졌다. 유령의 집에서 그는 많은 이름들을 발견한다. 그 즉슨 수많은 도제들이 일전에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일곱번째 아들의 일곱번째 아들로써 같은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그레고리가 인정한 진정한 유령사냥꾼은 톰뿐이다. 자신의 재능을 저주라고만 여기지 않은 모습, 자신이 조금 손해보더라도 조금 양보해 더욱 도움을 받는 모습, 여리고 약하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따뜻한 마음을 알아챈 것이라 생각된다.  결국 톰은 삶이 운명에 얽매인 것이 아닌 자신의 운명을 만들어 나간 것이다.

 

 그의 시점으로 글이 풀어져나가기 때문에, 그와 동화되어서 책에 빠져들기가 순조로웠다. 시리즈의 첫 권인 만큼 정식 유령사냥꾼이 아닌 도제로서 새로운 것들에 눈을 떠가는 모습들이 주로 묘사되었다. 다소 생소한 것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평소에 알고 있던 것들이라 내게는 마약처럼 몰입도가 높은 책이었던 것 같다. 반면에 이런 데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면 지루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하지 않는다. 또한 예상과는 달리 권장연령이 낮은 것 같아 유의해야 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