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전설화를 구전답게 풀어낸 그림책, 복 타러 간 총각

시리즈 비룡소 전래동화 25 | 장철문 | 그림 최용호
연령 5~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7월 12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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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전설화를 구전답게 풀어낸 그림책, 복 타러 간 총각

(장철문 글 / 최용호 그림 / 비룡소)

이번에 받은 비룡소의 그림책은 갑자기 수준이 확 뛴 느낌이지만,

어차피 이런 그림책은 또 학생들이랑 읽으면 되니까요.

좌우지간 율이 수준에는 다소, 아니 많이 어려운 전래동화 그림책이 되겠습니다.

그러므로 전래를 막 접할 나이인 4~5세 아이들을 두신 분들께 권해드리고 싶어요.

예로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이야기를 구전설화라 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요.

선과 악이 확실하다.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

와 같은 나름의 공식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결말에 도달했을 때 아이들에게 안도감을 선사하지요.

아, 착하게 살더니 힘들어도 결국 부자가 되네-

뭐,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스토리 전개가 예측 가능하면서도 중간중간 짤막한 에피소드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복 타러 간 총각’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같은 나라에서도 구전되고 있는데요.

구전 설화는 사람들의 기본 심리와 보편적인 상황들을 배경으로 하여

꾸며낸 것들이라 여러 나라에 걸쳐 비슷한 내용이 많습니다.

구전설화에 알맞은.

그저 딱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일러스트입니다.

이 기법은 종이판화입니다.

초등학교 때 해보셨겠지만 종이의 높낮이를 달리 하여 여러 번 찍다보니

자연스럽게 색의 결과 층이 완성된 느낌이 듭니다.

(아, 색의 결. 써놓고 보니 마음에 드는 말이네요.

간만에 좋은 말 만들어냈습니다. ㅋㅋㅋㅋㅋ)

대신 작은 작품이면 모를까.

이와 같은 그림책 작업 때는 어마어마한 노력과 시간이 들겠지요.

일러스트레이터 최용호 씨는 전라도 광주 출신이라 더욱 반가운 마음입니다.

이쪽은 판소리나 한국화 등 우리 것에 굉장히 강점을 보이는 분들이 많아서 말이지요.

최용호 씨 또한 전라도의 정서를 고스란히 갖고 있지 않나,

혼자서 막 생각해봅니다. 하하.

사랑스러우면서도 차분한 보라톤의 꽃들.

새 두 마리가 앉아 있군요.

서로 마주한 모습이 꽤 다정스럽습니다.

옛날에 선재라는 총각이 살았습니다.

너무나 가난한 선재.

게다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낯선 할아버지 한 분이 선재네 집에 밥을 얻어먹으러 왔습니다.

낡은 초가집.

여기저기 기운 옷.

초라하기 그지 없는 두 개의 장독.

선재네 집의 현상황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아, 그런데 개를 한 마리 키우고 있네요.

가난하다고 마음까지 가난한 것은 아닌가 봅니다.

아마도 자신들이 먹을 것을 나누어 짐승에게도 베푸는 모자임에 틀림없습니다.

어머니는 죽 두 그릇을 세 그릇으로 나누어 할아버지께 드립니다.

그 날부터 할아버지는 매일같이 선재네 집으로 죽을 얻어먹으러 오십니다.

인물은 생략하고

초라한 밥상만 페이지에 가득합니다.

주름 많은 손은 고생 많은 선재 어머니의 손이군요.

선재는 할아버니께 묻습니다.

“할아버지, 우리는 왜 이렇게 가난해요?

어떻게 하면 잘살게 돼요?”라고 말이지요.

할아버지는 무심한 듯 말합니다.

“복을 타면 잘살지.”

선재는 끈질깁니다.

“어디가야 복을 탈 수 있어요?”

할아버지는 이 말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서쪽하는 서쪽나라에 가면 복을 타는 데가 있지.”

이 말에 선재는 복을 타러 머나먼 여정을 시작합니다.

울창한 숲 속.

이렇게 다양한 녹색이 존재한다는 것을 종이판화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어느 녹색하나 같은 것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유난히 심심산중 같은 느낌이 듭니다.

길을 걷다 예쁜 색시네 방을 하나 빌어 자게 되는 선재.

이 색시는 선재에게 어떤 사람이 될까요.

어른인 우리는 대충 짐작이 가지만,

아이들로서는 다양한 상상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다시 길을 떠나는 선재.

중간에 선재는 하늘에도 못 가고 땅에 다시 태어나지도 못 하고 있는 세 아이를 만납니다.

아까 등장한 색시도 선재에게 부탁을 하나 했는데요.

세 아이도 부탁을 하나 합니다.

서쪽 나라에 복 타러 간다고 하니 거기 도착하면

자기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물어봐달라고 말이지요.

하염없이 걷는 선재.

기나긴 여정을 말해주듯 길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갈대 숲 사이로 오로지 선재만 걷고 있습니다.

속표지에 등장한 예쁜 보라빛 꽃이 다시 등장합니다.

이 꽃은 모란인가요?

워낙 식물에 문외한이긴 한데 이런 전통적인 그림에는

모란꽃이 자주 등장하더라구요.

결론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서쪽하늘 서쪽나라에 도착한 선재가 죽을 얻어먹으러 온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고,

그 앞에서 말합니다. 복을 타려고 왔다고 말이지요.

할아버지는 말합니다.

“어디 정해진 복이 따로 있다더냐?

여기까지 걸어온 그 정성으로 살다 보면,

복을 받는 날이 있겠지/”

선재로서는 기막힐 노릇입니다.

머나먼 길을 찾아왔는데 고작 들은 소리는 열심히 살아라니까요.

하지만 깊이 허리숙여 절을 합니다.

그리고 부탁받은 질문들을 차례차례 여쭙고 답을 듣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선재는 색시도, 세 아이도 다시 만나

부탁받은 답을 대신 전달하지요.

자, 선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할아버지께 직접 복을 받지는 못했지만,

스스로 돕고자 했던 사람들에게 답변을 전달하며 충분한 복을 구하게 됩니다.

이 설화는 말합니다.

그저 생기는 복은 없다.

어떠한 것이든 스스로 구하고자 해야 얻어지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

아이들은 복을 얻은 선재를 보며 쾌감을 느낍니다.

이것이 바로 구전설화가 주는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전래동화 전집을 엄청나게 사랑했는데요.

아직도 기억하는 금성출판사 전래동화 전집 30권.

세 살 아래 동생이랑 마르고 닳도록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무슨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책에 등장하는 인물이 빗대어 말할 때가 있어요.

저희 자매만 아는 것이지요. ㅋㅋㅋㅋ

뭐, 엉기조차 벙기조차 엉기벙기 버벙기- 라던가. 하하하.

이름 길어서 우물에 빠져 죽은 아들이야기 말이죠.

지금껏 늘 책을 공유하고 같이 읽다보니 특정 상황에서

어떤 구절을 말하면 딱 들어맞아서 서로 푸핫하며 웃음을 터뜨립니다.

어린 시절의 책도 그렇지만,

성인이 된 지금의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공유하는 자매가 있다는 것은 큰 복이 아닐 수 없지요.

제가 개인적으로 전래동화를 매우 좋아했어서 그런지,

아이들 대부분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추측 가능한 결말.

착한 사람은 어떻게든 잘 살게 되는 구조.

나쁜 사람은 기어이 불행해지는 구조.

어떤 분들은 이런 책을 비틀어 보기를 좋아하던데요.

뭐, 그래서 나온 책들도 많구요.

명작동화 비틀기를 소재로 한 것들 말이지요.

그러한 책들은 원전을 충분히 음미하고 나서 접해야 맞다는 생각입니다.

제대로 원래 이야기를 이해하고 알아야

오묘한 풍자와 비틀기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거든요.

어쨌거나, 판화 기법이 돋보이는 책.

비룡소의 복 타러 간 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