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초의 쾌감을 쫒는 젊은 영혼 다이브

시리즈 다이브 1 | 모리 에토 | 옮김 오유리
연령 15세 이상 | 출판사 까멜레옹 | 출간일 2009년 10월 15일 | 정가 8,500원

다이빙은 수영에 비해 비인기 종목이라 할 수 있다. 나 또한 가끔 올림픽이 열릴때 수영, 마라톤, 양궁을 기다리며 채널을 돌리다가 시간이 남을 때 우연히 보곤 했던 다이빙이라 그런지 별로 관심도 없고 잘 모르는 종목이였다. 가끔 보다보면 “와…저런동작을 어떻게하면 할 수 있지?” 하는 생각과 더불어 어렴풋이 “아름답다..”라는 감탄사를 했던 것은 같은데 그렇게 크게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던 터라 생소할 따름이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거의가 다이빙에 대한 열정으로 불타는 청춘들이였다. 10 미터라는 무시무시한 높이의 플랫폼, 공중에 떠있는 1.4초의 시간을 날아오르기 위해 몸을 던지는 다이빙 선수들을 보고 다이빙이 대체 뭐길래 이들이 이토록 열광하는지, 또 모든걸 포기해도 좇을 수 있는 열망과 열정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도모키가 다니는 MDC 다이빙 클럽은 곧 폐쇄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도모키를 비롯한 그의 또래 다이빙 선수인 료와 레이지는 자연스레 긴장할 수 밖에 없다. 그들에게 MDC 가 사라진다는 것은 다이빙을 더 이상 못하게된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특히도 다이빙을 위해서 많은 것을 포기해 온 도모키에게는 MDC 폐쇄위기가 남다르게 신경이 쓰였다. MDC 다이빙 클럽을 만들자고 강력히 주장했던 MDC 회장이 돌아가신 후에 MDC에서 얻는 경제적 이득이 매우 적다고 불평을 하던 임원들이 클럽을 닫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다이빙 클럽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의 주인공은 바로 아사키 코치였다. 그녀는 MDC 다이빙 클럽을 만든 회장의 손녀였으며 다이빙 코치를 미국에서 열심히 공부해온 여자였다. 그녀는 미국에서 배워온 새로운 방법으로 코치를 시작하고 도모키는 그녀의 코치 아래 더욱 더 성장하게 된다. 그녀는 도모키가 이중관절이 있어 유연하며 동체 시력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기술이든 빨리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걸 눈치채고 도모키에게 혹독한 셀프 트레이닝을 요구한다. 혹독한 트레이닝 덕에 도모키는 중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고등학생 못지 않은 체력과 근력, 유연성을 얻게 되었다. 수영 클럽의 유망주, 요이치는 고등학교 이학년으로 매년 수많은 다이빙 상을 탔던 선배다. 그는 부모님이 수영 협회에서 있었기 때문에 정형화되고 깔끔한 방식으로 군더더기 없는 다이빙으로 유명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사키 코치는 전설의 다이빙 선수라며 사부키를 스카웃해오고 그전까지 배우던 다이빙과는 달리 개성있게 점프하는 사부키를 보고 모두가 할 말을 잃게 된다. 다이빙은 아름다운 곡예를 하며 물을 하나도 튀기지 않고 노스플래쉬로 입수하는 것이 관건인데 사부키는 높이뛰어서 기초적인 동작으로 시원하게 입수를 했는데 물살이 폭탄처럼 요란하게 이미터는 족히 튀어오를만큼 짜릿하게 뛰어내렸기 때문이다. 다이빙의 정석은 아니였지만 사부키의 다이빙은 모두가 감탄하고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사람들의 뇌리에 박히는 점프였다. 아사키는 MDC클럽을 살리기 위해 이 기대주들, 사부키,요이치,도모키를 키워서 그중 한명을 올림픽 후보 선수로 내보낸다는 말도 안되는 계약 조건으로 MDC 임원들과 계약해 클럽 폐쇄를 지연시켰다.

 

도모키는 어릴때부터 다이빙을 시작했다. 그것은 우연이였고 인생의 전환점이였다. 다이빙대가 설치된 고등학교를 지나가다 처음으로 다이빙 플랫폼과 마주하게 되었는데, 무려 10미터나 되는 콘크리트 플랫폼은 도모키에게 용과 같이 무서운 존재였다. 그러나 도모키는 그위에 한 소년이 타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마치 10미터 짜리 용을 지배한 마냥 당당히 어깨를 펴고 서서는 훌쩍 뛰어내리는 것이다. 그때부터 도모키는 콘크리트 드래곤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다. 그는 체중조절을 위해 맛난 음식, 음료수, 푸딩, 어린아이가 좋아할 만한 맛있는 음식들은 모두 포기했다. 그리고 잘못 다이빙할때마다 물이 그를 할퀴어 생긴 피멍들과 피부의 쓸린 자국들도 다 견뎌냈다. 그런데 동생이 여자친구까지 빼앗아갔다. 도모키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뺏긴 기분이다. 그깟 다이빙이 뭐라고. 좋아하는 여자친구까지 동생에게 뺏겨야하나.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다이빙을 그만 둘뻔 했지만 도모키는 자기가 다이빙을 저버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콘크리트 드래곤을 지배하는 기분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친다해도 아깝지 않았기 때문이다. 굳은 결심으로 욕심을 내게 된 도모키는 몇일 후 아무리 해도 되지 않던 삼회전 반 회전돌기를 성공했다. 고작 네달만에.

 

사부키는 다이빙대가 싫었다. 항상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깎아지른듯한 절벽을 발판삼아 이십미터의 높이에서 뛰어내리던 사부키가 얕은 풀장에 고작 10미터 되는 플랫폼에서 뛰어내린다는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였다. 자신에게 다이빙을 가르쳐준 할아버지가 그 수치의 예였기 때문에 그는 절대로 할아버지의 생애를 번복하고 싶지 않았다. 사부키의 할아버지는 전설의 다이빙선수라고 불렸다. 사실 MDC 회장이 다이빙 클럽을 건설하기로 마음먹은것도 사부키의 할아버지 때문이였다. 사부키의 할아버지의 다이빙은 회장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아 그를 전설의 선수로 키워야겠다는 열망을 불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세계 대전 2가 벌어졌고 전쟁의 폐해로 사부키의 할아버지는 올림픽 진출조차 거부되었다. 게다가 허리까지 손상되어 자신의 선수인생을 포기하였다. 사부키의 할아버지가 고향으로 돌아오자 조그만한 바다마을에는 온통 패배자의 수치라며 소문이 돌았고 사부키는 할아버지가 도쿄에 올라간것이 인생의 실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사키가 아무리 스카웃 제의를 해도 한사코 거절만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아사키가 결국 사부키가 올림픽 후보선수가 되면 사부키의 할아버지의 유일한 다이빙 기록인 비디오 테이프를 준다고 제안하자 시큰둥하게 받아들이고 만다. 그러나 막상 후보 선출 대회 때 많은 관중들의 눈이 자신이 뛰어오르는 것을 지켜보자 10미터에서의 그 짜릿한 쾌감은 그 어떤 것에도 견줄 수 가없었다. 그의 시원하고도 시선을 끄는 다이빙 덕에 그 대회는 완전히 사부키의 독무대처럼 되었지만 노스플래쉬를 으뜸으로 여기는 기존에 있던 무언의 룰 때문에 삼등안에는 들지 못했다. 실망감에 다시 고향을 내려가 여자친구와 여름을 보내던 그는 다이빙을 거부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이미 콘크리트 드래곤위에서의 쾌감을 맛본 사부키는 바닷마을에서 벽으로 둘러싸인것마냥 답답하고 속이 거북했다. 그때 아사키는 비디오 테이프를 고향으로 보내줬다. 비디오 테이프를 본 사부키는 다시 도쿄로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대회에서 다이빙대에 올라서던 자신의 할아버지의 얼굴이 더없이 행복해보였기 때문이다. 그로서 할아버지의 인생에서 도쿄로 올라간것은 결코 실수가 아닌,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떠난 여행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사부키는 다이빙에 대한 새로운 열망을 가지고 다시 플랫폼에 올라선다.

 

나는 너무나도 부러웠다. 망설임없이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다이빙대 위에서 공중제비하며 추락하는 청춘들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뜨겁게 열광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되었다. 그리고 참 한심해보였다. 내가 열렬히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고작 연예인 정도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방송 쪽일에 너무나도 참여하고 싶어서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연예인들의 화려한 외모와 그들이 이뤄놓은 성과들에 경외심을 가지는 게 고작이였다. 학교, 학원을 반복하듯이 돌아다니면서 사는것은 참 의미없는 일 같았다. 차가운 물방울을 튀기며 피멍이 들어가며 시원하게 다이브하는 그들을 보며 나도 눈을 반짝이며 다이브 할 만한 것이 나타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