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집

시리즈 블루픽션 71 | 최상희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10월 4일 | 정가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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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책을 보고 제목의 뜻이 매우 궁금했다. ‘칸트가 살던 집에 관한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과연 어떤 내용일지 빨리 알고 싶어 서둘러 책을 펼쳤다.

이 책의 주인공 나무와 열무는 어느날 갑자기 바닷가 시골마을로 이사하게 된다. 장애가 있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하던 형, 나무 때문이다. 나무는 자폐증의 한 증상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어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그의 동생 열무는 조용한 마을에서 할 일 없이 심심해하지만 곧 한 남자를 만나게 되면서 일상에 변화가 찾아온다. 그 남자는 매일 검은 외투를 입고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산책한다. 그 남자를 본 나무는 그의 집에 찾아가게 되고, 형을 따라가던 열무도 덩달아 그 집에 가게 된다. 열무는 자신의 형과 수상한 남자에게 칸트라는 별명을 붙이는 데, 시간에 한치 오차도 없이 계획을 지키는 생활이 철학자 칸트와 닮았기 때문이다. 그 세 사람은 어른 칸트가 지은 집에서 모이며 서로 마음을 열고 자신만의 집을 설계하게 된다. 그리고 나무도 자신의 세계에서 벗어나 조금씩 소통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어른 칸트인 소장님이 자기 자신을 스스로 지은 집에 가둔 이유도 서서히 알게 된다. 소장님의 가족과 관련된 아픈 상처 때문에 그는 자신을 집에 가두고 혼자만의 삶을 살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나무와 열무 형제를 만나며 소장님도 서서히 마음의 아픔을 치유하게 되고, 편안한 마음으로 그들과 이별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약간 철학적인 내용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해하기 쉽지 않은 어려운 말들 대신, 대화 속에서 은은히 퍼지는 아름다운 철학이 내 마음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직접 그 이야기를 듣는다면 느낌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책으로 읽으니 정말 맑고 잔잔한 이야기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열무는 이 소장님의 철학적인 이야기를 어려워하며 머리를 쥐어싸는 걸 보니 실제로 이런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면 지겨울 것 같기도 하다.

열무의 형 나무는 소통에 장애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는 책 속에서 한번도 나무의 병명을 말하거나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책의 초반부에서는 나무가 병을 앓고 있는줄은 모르고, 약간 독특한 면이 있는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작가는 나무의 병명을 미리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편견을 없애고, 그의 소통 과정을 순수한 눈으로 따뜻하게 바라보기를 원했던 것 같다. 만약 내가 나무에게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다는 것을 알고 책을 읽었다면 나무의 새로운 소통과 성장을 재미있고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리고 열무와 같은 칸트, 소장님. 그는 같은 마을에 살면서도 다른 이들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가 건축가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소나무, 열무 형제가 그의 집에 도착하기 전에, 그는 가족에 대한 상처와 그리움이 존재하는 집에서 자신을 벌하며 살았던 것이다. 하지만 나무, 열무를 통해 그들과 세상에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만의 집을 짓는 법을 가르쳐준다. 소장님은 나무와 열무 형제에게 소통의 길을 열어주었을 뿐만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자신을 어두운 집에서 세상 밖으로 끌어내었다. 물론 그의 소통은 부드럽지 않다. 그러나 딱딱하고 투박한 그의 표현 속에 상대방을 향한 애정이 담겨있다.

‘칸트의 집’은 모든 등장인물들이 멋지고도 슬프게 느껴진다. 소통할 줄 몰랐던 두 명의 칸트와 소통하고 싶었던 열무. 이 세사람의 이야기가 감동을 이끌어냈다. 아주 많은 것을 배워가는 소중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