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집을 읽고

시리즈 블루픽션 71 | 최상희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10월 4일 | 정가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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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는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이다. 칸트는서양 근대철학을 종합시킨 철학의 대가라고도 불리우고 칸트없이는 철학을 설명할 수 없다할 만큼 중요한 인물이라고 한다. 

그 사람은 생각이 많아 왠지 심오하고 알쏭달쏭한 말을 할 것만 같다. 살아생전에 칸트는 매번 같은 시간에 산책을 나가 그 마을 주민들이 칸트가 산책을 나서는 것을 보고 시계를 맞추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칸트와 너무나도 닮은 두명의 칸트들이 이 책에 등장한다.

 

서술자 소열무의 형 소나무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 그래서 남들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나무는 자신이 관심있는것에만 집중하고 다른것들은 나몰라라한다. 게다가 자신이 정한 많은 규칙들중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으면 매우 불안해하거나 그자리에서 주저앉아 울며불며 난동을 부린다.그래서 또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나무 때문에 엄마, 나무, 그리고 열무는 사람이 거의 없는 바닷가 마을로 이사오게 되었다. 엄마는 아빠와 이혼해서 힘든 생계를 꾸려나가야했고 굳건히 버티려던 엄마도 곧잘 풀에 지치고 외로워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바닷가에있는 새들에게 곧장 관심을 쏟기시작했다.새만 보였다하면 다른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따라나서는 나무 때문에 형이 어디로 튈지 몰라 열무도 짜증이 났다. 그러던 어느날 새를 쫓아가던 나무와 나무를 쫓아가던 열무는 칸트의 집을 발견했다. 집은 박스처럼 네모났고 나무로 만들어졌지만 창문이 없어 따뜻한 느낌보다는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풍겼다. 마치 관처럼 생긴 그곳에는 백발의 남자가 살고있었다. 나무와 열무는 그를 소장님이라고 불렀지만 열무의 마음속에서 그는 언제나 칸트였다.

 

소장님은 산책시간을 엄격히 준수했다. 그는 평소에도 말이 없었지만 산책할때는 노을을 감상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정확한 시간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나무와 열무와 맞닥뜨렸다. 나무는 막무가내로 집안에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소장님과 곧장 말이 통했다. 나무가 워낙 솔직한 성격이였기에 소장님은 그걸 좋아했다. 형이 골칫거리였던 열무는 언제나 나무를 따라 소장님댁에 갔지만 그곳에가서 그림 다섯장을 그리고 오는 나무 곁에서 열무는 우두커니 있을 뿐이였다. 매우 고요하고 조용한 풍경이였다. 그리고 가끔씩 칸트가 던져주는 말에 곰곰히 생각을 하다보면 꿈결에 지나간듯 그 집에서의 시간은 몽롱하게 느껴졌다. 하르가 갈수록 나무와 열무는 중독되듯이 그 집에 가는 걸 고대하게 되었고 집에서 나오자마자 내일 가게 될 방문에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항상 오지말라는 말로 두 아이들을 보내던 소장님도 시간이 갈수록 마음을 열어 나중에는 먼저 자신의 집 문을 열어주는 모습까지 보였다. 소장님의 직업은 건축가였다고 한다. 소장님은 어느날 두 아이들에게 집을 지어보라는 제안을 한다. 항상 원래 있는것만 그리던 나무와 형과 형만 신경쓰는 엄마 곁에서 너무 현실적이게 자란 열무에게는 꿈과 상상력이 동원되는 작업이 큰 어려움이였지만 점점 어떤 집을 만들고 싶다는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자신만의 환상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소장님, 칸트, 와 나무(형), 칸트, 두 칸트가 대화하는 것을 보면 이해하지 못할 때도 많았지만 나무는 그 틈바구니에서 항상 어떤 깨달음을 얻곤 했다.

 

그러던중 나무는 소장님의 개인사에 대해 알게된다. 소장님에게는아들이 있었다. 소장님은 자신이 어릴 적 살았던 집 터에 멋들어진 건물을 짓고 별장으로 쓰자며 아들을 위해 집을 지었다. 그런데 바쁘다는 핑계로 항상 아들과 아내를 먼저 보내고 뒤따라가겠다며 약속을 하고 늘 지키지를 못했다. 아들이 죽던 그날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아들이 익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의 얼굴을 영안실에서 마주하면서 소장님은 자신의 잘못으로 아들이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벌을 받는 생각으로 이 집으로 돌아와 죽음을 바라보며 살고 있었던 것이였다. 빛나는 영롱한 눈빛 뒤에 나이를 숨기고 있던 칸트는 한순간에 늙어보였다. 다시 집을 찾아오지 말라는 칸트의 말에 열무는 자신은 몰라도 나무에게는 너무 충격인 일이며 나무에게 집을 짓게 한 사람이 소장님이며 마치 하느님이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게 한것처럼 소장님은 그런 존재라는 걸 일깨워줬다. 다음날 칸트의 집에 오랫동안 드리워졌던 커튼이 없어져있었다. 알고보니 한 벽면이 통 유리로 되어있었던 칸트의 집은 눈부신 햇살을 모든 방향으로 흩뿌려주었다. 칸트의 집에 무지개가 떴다. 한동안 새 박물관을 만들자는 계획이 추진되다 계획이 취소되자 칸트는 한동안 다른일에 몰두했다. 그 일이 무엇이었는지는 몇 주 후 칸트가 죽고 나서 아이들은 알게 되었다. 칸트는 나무가 자신이 살 집이라고 도안을 만들었던 것을 표본으로 거의 똑같이 나무 집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그 도중에 나무에서 떨어졌고 쇠약했던 소장님은 그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나무는 나무집을 보면서 열무에게 우리집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열무가 열무 집 지을 때까지는 우리 집으로 해,어때? ”

 

나는 이 책이 정말로 집을 짓는 다기 보다는 마음을 열지 못했던 두 사람에게서 비로소 소통이 시작되는 과정을 보여준 이야기라고 생각이 되었다. 병으로 인해, 그리고 가족과의 이별로 인한 아픔으로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았던 두 사람(칸트)가 집을 짓는 이야기를 하면서 속마음을 열어가는 것을 볼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 든 칸트는 자신을 드리우고 있었던 긴 커튼을 버리고 드넓은 창으로 밖을 바라볼수 있게 되었고 어린 칸트는 자신과 자신의 관심사만을 바라보던 눈길을 ‘우리’로 돌리는 법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집을 동생과 공유하는 법을 배웠다. 비로소 두 명의 칸트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

 

임마누엘 칸트가 죽을 때 그는 술 한모금을 마시고 “좋다” 라는 한마디를 내뱉고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책에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분명 소장님, 칸트가 같은 말, 같은 생각을 하고 죽었으리라 믿는다. 가슴속을 죄고 있던 죄책감과 후회가 걷어지고 그 잘못을 인정하고 조금은 후련해진 마음으로 바깥을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날씨 좋은 날 바닷가에 지는 노을을 생각하며, 아들을 생각하며, 나무와 열무를 생각하며 눈을 감았을 것이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