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 세상과의 소통을 담은 이야기

시리즈 블루픽션 71 | 최상희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10월 4일 | 정가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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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세상과의 소통을 담은 이야기>

 

 

10월의 끝무렵 모든 것이 붉은 가을 빛으로 물드는 즈음, 올해 읽은 최고의 책 가운데 한 권으로 꼽고 싶은 책을 만났다. 예상하지 못하고 만나게 된 책 가운에 이런 반짝이는 책을 만나면 얼마나 행복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지 모른다.

 

사실 제목은 그리 끌리지 않았다. 책 제목에 칸트가 나오다니…철학자의 이름을 거론할만큼 딱딱하고 건조한 내용이 아닌가 하면서도 제목에는 어울리지 않게 너무도 화사한 표지 그림과 색채에 뭔가 다른 뜻을 내포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동시에 일었다.

 

책장을 넘긴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책 속의 칸트가 누구인지 금방 감지하게 된다. 얼마전 많은 사람들의 호응 속에 따뜻한 감성을 불러일으킨 착한 의학드라마가 생각났다. 세상에 비해 너무도 순수하고 따뜻한 어린아이같은 시선을 가진 아스퍼거 증후군의 의사가 주인공이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폐증을 지닌 인물이 주인공이었고 우리는 기존 편견에서 조금 벗어나 그들을 조금 이해하고 바라보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에는 두 명의 칸트가 존재한다. 세상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특정 병명을 이야기하기보다 이렇게 표현하는 작가의 시선이 정말 마음에 든다)17살의 형 ‘나무’, 그리고 나무가 만나게 되는 노령의 숨은 건축가 칸트이다.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나무의 동생 ‘열무’

 

이들이 엮어 내는 이야기는 특이하다. 시간관념에 투철한 산책광이었던 칸트처럼 건축가 칸트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않고 산책을 즐기는 묘한 인물이다. 어린 칸트인 나무 역시 정해진 규칙에 의해서만 세상과 소통하고 그 규칙이 어긋나면 견디지 못해한다. 이 둘이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산책자 칸트에 관심을 보이고 관처럼 보이는 그의 집을 두 형제가 방문했을때, 건축가 칸트는 달갑지 않았을게다. 그러나 자신의 세계에 갇힌 어린 나무를 보고 그는 집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하나씩 가르쳐준다. 집을 지을때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하는 법을 하나씩 배우는 것은 나 뿐 아니라 나를 둘러싼 주위에 대한 관심과 소통의 시작이라는 것을 건축가 칸트는 알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묘미는 이들이 나누는 대화들이 아닌가 싶다. 일상적인 대화라기보다는 철학적, 아니 철학적이라기보다 상대의 마음이 어떨까를 섬세하게 생각하면서 읽게 되는 집중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읽는 독자 역시 상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세상과 다시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만든다.

 

세상과 등지고 자신에게 벌을 주면서 살아가고 있는 건축가 칸트의 비밀을 알게 되고 그런 칸트에게 치유의 손길을 내주는 형제와 다시 세상으로 나가는 칸트들, 그리고 세상의 순리처럼 이어지는 일들에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이 일게 된다. 이들의 대화에 빙그레 미소짓고 음유시인같은 대화에 눈물이 흐르게도 만드는 이야기였다. 칸트의 집은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결국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의 닫힌 세계에서 또 한번 벗어나 세로운 세상을 만나게 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