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가?

시리즈 블루픽션 72 | 로이스 로리 | 옮김 조영학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10월 15일 | 정가 13,000원
감정이 없는 사람들. 남의 감정은 고사하고 자신의 감정조차 모르는 사람들을 보며 질서라는 이름으로,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규제되고 통제되는 세상이 두렵기까지 했다. 먹는 음식, 배우자, 자식, 직업…들이 배속되고 맡겨진 임무를 충실히 해내는 걸 당연시하는 세계에서 개인적인 감정은 용납되지 않는다. 일말의 의심도 없이 환약을 먹으며 그들은 정말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것일까?…

 열두 살에 출산모로 배정된 ‘클레어’는 첫출산을 경험하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다.가면같은 가리개를 쓴채 누워있는 ‘클레어’에게 아기란 단지 생산번호로 분류되는 상품일 뿐이지만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존재에게 끌리는 감정이 낯설고 두려울 뿐이다.

임신 중에 중지되었던 환약을 부화장으로 재배치된 후 다시 먹었더라면… ‘적응 부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밤낮 울어대는 자신의 아기를 찾아 양육센터로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훗날 ‘게이브’로 불리는 아이를 찾아 그 험난한 여정길에 오르지 않아도 되었을까?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지독한 간절함으로 벼랑을 오르는 ‘클레어’를 보며 어머니란 저런 존재가 아닐까 싶었다. 자신의 이름만 기억할 뿐 아무 것도 모른채 낯선 마을에서 살아가면서도 ‘엘렌’이 출산하는 순간 자신이 잃어버렸던 아들의 존재를 떠올린 모성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시간 낭비처럼 보이던 오 년동안 오직 아들을 찾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아이나르’의 훈련을 참고 이겨낸 그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절규와 고통을 오롯이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하루라도 이 아이들을 못 본다면 어찌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눈앞에 있는 아들 ‘게이브’를 보고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클레어’를 보며 가슴 아팠던 독자들이 결코 적지 않으리라.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자신을 구하고 지켜준 ‘조너스’와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게이브’는 반드시 ‘거래 마스터’를 이겨야 한다. 교활한 눈빛과 지독한 악취를 풍기며 악의 고통과 고독으로 세력을 모아온 그의 아픔까지 반드시 닿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이 뭔지도 모른채 희생자들을 양분 삼아 살아가던 악마지만…

사랑을 무의미한 감정이라고 일축하며 살아가던 세계를 벗어나 사랑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클레어’와 ‘게이브’의 모험 이야기를 통해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가를 돌아본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기억전달자>, <파랑 채집가>, <메신저>에 이어 <태양의 아들>로 마무리가 된 ‘로이스 로리’의 SF 4부작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세계 속에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필요충분조건을 헤아려보기도 했다. 평등하고 질서 잡힌 공동체라고 해도 개인의 자유와 감정이 무시되는 세계를 어떻게 ‘유토피아’라 부를 수 있을까? 그 어디에도 없는 곳이기에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지만 악의 대상까지 이해하며 스스로 사라지게 만들었던 ‘게이브’의 마음처럼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인정하다 보면 유토피아로 가까이 가는 걸음이 되지 않을까?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 속에서 지금의 현실을 돌아볼 수 있었던 감동의 순간을 많은 청소년들이 누릴 수 있길 바라며 대작이 주는 재미와 즐거움에 빠져보기를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