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좀 별난 친구 (사노 요코 글,그림)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225 | 글, 그림 사노 요코 | 옮김 고향옥
연령 5~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11월 29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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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소] 좀 별난 친구

사노 요코 글, 그림 / 고향옥 옮김

오늘은 고양이와 뱀이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유아들이 친구를 사귀는데 있어서 보여지는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 [비룡소]<좀 별난 친구>를 소개할까 해요~

 

그간 일본 창작 그림책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 엄마의 영향으로 집에 일본 창작그림책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지라.. 이번 책은 4살 종호에게 많이 낯선 스타일의 그림책이었답니다.

( 왜 유명 방문판매 전집들은 죄다 일본 창작그림책이 최고인양, 꼭 읽어야 하는 그림책인양 선전을 하는건지 알 수가 없어요. 세계 창작그림책이라고 해서 보면 거의 대부분이 일본 창작..–; 일본이 세계의 전부가 아닌데 말이죠.)

 

이 책은 유치원~초등 저학년 아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정도의 글밥 (한 장당 8~10줄)으로 4살 종호에게 읽어주기에 살짝 부담스러운 편이었어요.

다행히 종호는 주인공이 다소 괴기스러운 고양이와 뱀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꾹 참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과연 이 책의 주제인 ‘친구를 찾는 유아의 심리’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느 집에 할머니와 고양이 한마리가 살고 있어요.

어느날 씩씩한 남자 고양이는 할머니도, 까고 있던 콩도, 날씨 좋은 날의 해님도 아닌, 진짜 친구를 찾으러 집을 나섰어요.

 

할머니는 계속 콩을 깠고요. 에서 왜 할머니는 집을 나가는 철없는 고양이를 잡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마지막에 고양이는 결국 집으로 돌아오고, 할머니가 준비해둔 생선구이를 먹지요.

아마도 할머니는 고양이가 다시 집으로 오리라 확신이 있어서 잡지 않고 잠자코 계셨나봐요.

 

아직 종호는 4살인지라, 보호자 없이 집 밖을 나선 적이 없어요.

요즘 세상이 워낙 흉흉해서.. 아무래도 초등학생이나 되어야 집 앞 놀이터라도 허락받고 나갔다 오라고 보낼 듯 싶은데.. 저희가 어릴 적을 생각하면 6-7살 때도 집 밖에서 놀다가 해 질 녁에야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집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나요.

그 시절에 이 책을 읽었다면, 아니 종호가 6살 정도만 되었어도 천방지축 남자 고양이의 이야기가 좀 더 마음에 와 닿았을 것 같아요.

 

 

 

 

열심히 길을 걷던 고양이는 길 가운데에 떨어진 파란 밧줄을 보게 되요.

밧줄인 줄 알았던 그 것의 정체는 바로 뱀이었어요.

고양이는 살짝 소름이 돋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떠나려 하지만 뱀은 자기도 친구를 찾는다고 너무 반가워하지요.

하지만 고양이는 뱀을 친구로 인정할 수 없어서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그 자리를 떠나버려요.

 

 

 

 

혼자 길을 걷다 들판 한가운데 놓인 나무 밑에서 잠이 든 고양이는 기분좋게 깼다가 옆에 있는 뱀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고양이가 마음에 들어 친해지고 싶은 뱀과 그런 뱀이 너무 부담스러워 어떻게든 떼어내려고 하는 고양이.

 

그 둘의 관계를 보고 있노라면 3달전 어린이집에 처음 다니면서 또래 집단에 끼지 못해 빙빙 돌다가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으면 다짜꼬짜 친구가 들고 있던 장난감을 들고 온다던지, 그 친구 팔을 붙잡고 “나는 그네가 좋은데, 그네 탈래?” 하면서 들이대던 종호의 모습이 살짝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글밥이 점점 많아지니 슬그머니 자기 방으로 가서 뱀 피규어를 들고 오는 종호네요.

 

“나 혼자 생각하면서 걷고 싶어.”

“걱정마. 난 발소리를 내지 않으니까.”

뱀은 정말로 조용히 따라왔어요.

고양이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자 뱀은 조금 뒤쳐졌어요.

고양이가 돌아보니 뱀이 열심히 꾸무럭꾸무럭 기어 오고 있었어요.

뱀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지요.

“나는 빨리 가지 못해. 하지만 신경쓰지 말고 너 먼저 가.”

고양이는 신나게 더 빨리 걸어갔어요.

고양이와 친구가 되고 싶어서 고양이에게 맞춰가려는 뱀의 노력이 참 안쓰럽기도 한 대목.

하지만 아직 남의 심리를 이해하고 맞춰가려기보다 자기 자신만 아는 4살 종호에게는 뱀의 이런 행동들이 도대체 이해가 안되나봐요.

 

“엄마, 나는 뱀이 더 좋은데~ 뱀을 어깨에 올리고 가면 빨리 걸어도 되는데~”

주인공 고양이보다 뱀이 더 좋은 종호는 내내 고양이보다 뱀의 편을 들면서 종알종알 이야기를 짓더라구요.

 

 

 

 

고양이는 계속 걸어갔어요.

하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했지요.

의도적인 문장 나누기 배열이 더 눈에 콕 박히는 대목이에요.

뱀이 싫다 했지만 혹시 쫓아오지 않나 뒤를 연신 흘깃거리면서 가는 고양이의 모습이 처량하기도 하고.. 내 아이 모습 같기도해서 보듬어 주고도 싶고..

하지만 사노 요코의 그림책은 이 그림책이 처음인데..

아이 내면의 외로움이 물씬 풍기는 이런 어두운 느낌의 그림책이 대다수라면 살짝 그녀의 그림책을 구입하기가 꺼려질 수도 있겠어요.ㅠ.ㅜ

 

 

 

 

 

중간에 아주 예쁜 여자 고양이도 만나지만, 주인공 고양이에게 혈통서 없는 고양이하고는 사귀지 않는다고 냉담하게 말하곤 사라져버리죠.

고양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그런 고양이를 위로해주는 뱀이라죠.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고양이는 먼저 간다고 일어서버려요.

 

“나 먼저 갈게. 그럼, 간다.”

뱀이 말했어요.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겠지.”

다소 철학적인 이 그림책.. 어쩌면 어른이 읽기에 좋은 그림책일 수도 있겠어요.

4살 아들은 중반부터 줄거리를 이해 못하고 아기 고양이가 울고 있다고 “울지마, 친구야!! 울지 말고 예쁘게 말해요!” 라면서 어린이집 선생님 말투로 다독이고(?) 있어요.

 

 

 

 

다시 혼자 떠나버린 고양이에게 무언가 달려들었고, 고양이는 뒤도 안 보고 뱀이 있던 곳으로 뛰어 오지요.

나무 위로 올라가라는 뱀의 목소리에 올라갔다 안전해진 뒤 다시 나무에서 내려온 뱀과 고양이에요.

다시 만난 것을 반가워하는 뱀과 달리 고양이는 조금씩 뱀에 대해 마음이 열리고 있지만 창피한 마음 때문에 애써 부인하려고 하지요.

 

“걷다보면 우리 또 만날지 몰라.”

그러고는 꾸무럭꾸무럭 길로 나갔어요.

고양이도 뱀 뒤에서 걸어갔어요.

하지만 아까처럼 빨리 걷지 않았어요.

처음과 달리 뱀의 뒤쪽에서 마음을 조금씩 여는 듯한 고양이의 모습이 좀 더 밝아진 삽화 속에서 느껴지네요.

 

 

 

 

 

 드디어 마음의 문을 연 고양이는 뱀과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가요.

 

“아참, 할머니가 생선구이 해준다고 했는데.”

뱀이 말했어요.

“나는 굽지 않아도 돼.”

너랑 친구하고 싶다. 우리집에 가서 생선구이 먹을래? 라는 말은 없지만, 뱀의 마지막 말에서 둘은 이미 특별한 친구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생각해보면 4살 종호도 놀이터에서 생전 처음 보는 아이를 만나도 처음에는 서로를 탐색하느라 잠시 머뭇거리기도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별다른 대화를 주고 받지 않아도 어울려서 잘 놀더라구요.

심지어 작은 다툼으로 누군가 울게 되는 상황이 발생해도 “다시 놀거야!”라고 언제 싸웠냐는 듯 헤헤 거리면서 노는게 유아의 친구관계인 것 같아요.

 

 

 

 

뱀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고양이를 보고 할머니가 말씀하시죠.

 

“오늘 저녁은 네가 좋아하는 생선구이야. 네가 지금쯤 돌아올 줄 알았단다.”

 

문득 이 문장을 읽는데, 종호는 아무렇지 않은데 제 마음이 출렁출렁.. 눈물이 날 것 같더라구요.

사춘기 시절 엄마랑 싸우고 집 밖을 배회하다가 저녁 무렵 집으로 들어가니 엄마가 아무렇지 않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돼지고기 듬뿍 넣은 김치찌개를 끓여놓곤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나서요.

아마도 고양이에게 할머니는 친구가 아니라 진실한 가족이었던 같네요.

 

 

 

 

 

고양이가 데려온 뱀을 보고도 할머니는 “얘야, 좀 별난 친구를 데려왔구나.”하면서 모든걸 수용하는 분위기지요.

그리고 식탁 위에 앉아서 맛있게 생선을 먹는 고양이와 뱀의 삽화에서 앞부분에서 느껴지던 위화감이나 외로움의 느낌은 사라지고.. 아주 오래된 친구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같은 편안함이 느껴지네요.

 

마지막 장의 작가의 말에서 ~함께 시간을 나눠 가진 것이 우정이라면, 나에게 많은 추억을 만들어 준 친구 히로에게 무척 감사해야 할 거에요. (중략) 내가 친구를 찾으러 여행을 떠난다 해도 친구를 만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만날지도 모르고요. 사람과 사람이 친구가 되는 계기를 생각하면 얼마나 신기한지요! 를 읽으면서 저 역시 인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저도 책 속 할머니처럼 4살 종호가 별의별 친구들을 다 데려와도 그저 덤덤하게 “얘야, 좀 별난 친구를 데려왔구나.”하면서 아들의 교우관계를 인정해주고 해야할텐데.. 지금은 자신있지만 사춘기 아들이 험악한 친구들을 데려와도 그리 말할 수 있을런지.. 일단 이 책을 덮으면서 정신 수양을 좀 더 해봐야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