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크기만큼 대단한 이야기

시리즈 비룡소 창작 그림책 47 | 글, 그림 이기훈
연령 6~13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4년 1월 3일 | 정가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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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림책을 보면서 그림보다는 글에 더 치중하게 된다. 마음으로 보기보다 눈으로 읽고 머리로 터득하는 일에 더 익숙한 어른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아직 글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을 때는 글 보다는 그림을 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한다.

“엄마 여기에 이거 있는 거 알았어요?”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매 페이지 그림을 보면서 작가가 숨겨놓은 특별하고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책을 보는 큰 재미이고 딱딱한 시선을 부드럽게 해주는 일이다.

또한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에게 조바심이 났던 마음이 글보다 그림을 먼저 보는 소중한 시간을 아직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림책의 그림을 잘 들여다 보는 일. 어른들도 그림책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중요한 방법 중에 하나이다.

그러하니 글이 없는 그림책은 조금 어렵다. 전시회에서 그림을 오래 들여다보며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듯 한 장면 한 장면을 자세히 보며 (글이 없음에도 어서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는) 아이에게 조심씩 이야기를 만들어준다.

조금 어렵지만 더 재미있다. 혹여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이와의 책읽는 시간’을 때우듯 페이지를 휘리릭 넘기며 짧은 글만 읽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림만 보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어 좋다.

아이의 시선으로 책을 볼 수 있게 되는 것도 같고…

 

일반적이지 않은 판형으로 무척 큰 이 책을 받고,

인쇄를 마친지 얼마 되지 않은 책에서 풍기는 나무 냄새, 잉크 냄새를 맡으며,

제목 이외에는 아무런 글자가 없는 책의 내지를 들여다 보면서 그 안에 담겨진 이야기를 찾기 위해 눈보다 마음이 먼저 달려가며 마음이 설레었다.

 

물이 없는 어느 마을의 건조한 모습.

물을 토해내는 전설 속의 어떤 커다란 물고기를 찾아가기 위한 과정.

그리고 그 물고기를 잡아서 마을로 데려오는 모습.

사람들을 막기 위한 동물들과의 싸음.

수 많은 그림들은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눈 앞에서 생동감이 넘치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리고 큰 줄기의 이야기 안에 잔가지처럼 숨어있는 작은 이야기들.

책을 덮은 후 내 마음에는 어떤 울림이 있었지만 이를 아이에게 그래도 전해줄 수도, 필요도 없으니 아이는 아이의 시선으로 또 다른 것을 볼 수 있도록 내 것을 강요하지는 않고 또 한 번 읽어 주었다.

아이들에게 또한 어른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이런 그림책이 있으니 앞으로도 좀더 그림책을 잘 보는 어른이 되고자 하는 욕심은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