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충분히 우리를 사랑해야 한다 ‘키싱 마이 라이프’

시리즈 블루픽션 29 | 이옥수
연령 14~2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8년 11월 25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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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파라나’를 읽어보라고 했을 때 작가 이옥수님의 전작이 궁금했다. 청소년 소설을 주로 쓰시는 분인데 밝은 면보다는 사회의 그늘진 곳에 있는 10대의 삶을 주로 쓰셨다. 작가소개를 보면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킬 만한 소재로 10대들의 모습을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현실감 있게 그려내 우리 청소년 문학의 근육을 단단히 키어온 작가다’ 이 책 ‘키싱 마이 라이프’는 미혼모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그래서 인지 조심스럽게 책장이 넘겨진다.

난 결혼 후 한 달 만에 큰아이를 가졌다. 임신테스트기를 사고 떨리는 마음으로 엄청 긴장하면서 결과를 기다렸다. 선명하게 그어진 두 줄을 보면서 기쁘기도 하고 걱정되었다. 나이만 먹었지 대체 내가 아는 게 뭔가 싶기도 하고 내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무척 고민이 되었다. 임신 중독은 아니지만 엄청 부었었고 몸이 무거워져서 출산 보름을 남겨놓고 미리 휴가를 내고 쉬었다. 아이가 나오고 내 삶은 많이 달라졌다. 친정엄마의 도움으로 아이가 자라나고 4년 후에 둘째를 가진 걸 알고 역시나 떨리는 마음으로 두 줄을 확인했다. 첫째만큼 긴장되지 않고 덤덤했지만 또 다시 걱정되었다. 둘을 어떻게 맡기나 하는 마음에.. 엄마는 나를 위해 두 아이를 기쁘게 봐주셨고 지금도 나는 엄마의 내조를 받으며 편히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아이들이 지금은 6학년, 2학년이 되었다. 남들은 다 컸다고 하지만 여전히 손이 많이 간다. 6학년 아이는 내년이면 중학생이 될 거고 4년 후면 17살 고1이 된다. 이 책의 주인공 하연이는 고1이다. 그녀의 인생철학은 ‘인생, 깔끔하게 살자’ 구질구질하게 살지 않기로 하고 정말 쿨하게 연애하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

평소엔 자상하지만 술을 마시면 음주운전을 하고 쌓인 걸 푸는 아빠, 분식집을 하면서 남편을 두 딸을 책임지는 엄마, 아빠의 술주정에 가출을 한 언니. 큰소리치며 나갔지만 미용사 보조 일을 하는 언니가 하연인 이해가 안 된다. 입시를 위해 중간고사, 모의고사 공부를 하며 경쟁자이자 단짝인 진아와 친하게 지내고 진아 친구 현규, 현규가 소개해준 채강과 넷이 어울린다. 시험이 끝나고 결과가 마음에 안 들지만 채강이가 기분 풀자고 해서 저녁도 먹고 영화도 본다. 그날 채강이가 집이 비었다고 해서 둘은 채강이 집에서 와인을 마시고 기분을 냈는데 순간 선을 넘었다. 실수라고 말하는 채강, 어떡하냐고 우는 하연.

어떤 사람에겐 축복인 생명이 하연에겐 날벼락처럼 내려진다. 축복보다는 손가락질을 당할 배부른 고등학생이라니. 엄마에겐 차마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 아기와 작별을 하려고 하지만 돈도 없고 용기도 없다. 진아는 현규와 하마터면 선을 넘을 뻔하지만 진아가 도망쳐서 위기를 넘기지만 현규 엄마는 오히려 진아를 나무란다. 뭐든 게 여자 책임이라는 이 사회가 참 답답하다! 아무튼 하연인 집을 나오고 진아, 채강, 현규의 도움으로 숨어 지낸다. 그러다 그들에게 더 이상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언니를 찾아갔다가 미혼모의 집으로 들어간다. 이제 마지막 결정이 남았다. 아이를 낳으면 키울 것인가 입양을 보낼 것인가..

우리에게 성은 여전히 부끄러운 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다. 왠지 숨기고 싶고 감추고 싶은.. 구성애 선생님은 어두운 성을 밝은 곳으로 끌어내어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에게 건전한 성문화를 알려주시지만 사실 여전히 숨기고 싶고 감추고 싶다. 채강과 하연의 아기가 실수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비록 당장은 축복은 아니지만 축복이 될 수 있을 테니까. 하연 엄마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궁금하다. 하연아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