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적 꿈은 동물과 친구 되기 ‘제인 구달’

시리즈 새싹 인물전 55 | 유은실 | 그림 서영아
연령 8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4년 3월 28일 | 정가 8,500원

애완 동물을 키워본 사람은 안다. 동물이 주는 위로가 얼마나 큰가를. 주인이 나갔다 들어올 때 반기는 애완견의 감당할 수 없는 애정과 무한 신뢰, 변함없는 사랑은 인간보다 더하면 더하지 결코 덜하지 않다. 또 별다른 감정 표시가 없는 동물이라할지라도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위로가 된다. 그래서 동물과의 사랑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가 없다. 그 사랑을 다른 데서는 찾을 수 없으니까.

 

동물과의 사랑에 빠져 평생을 함께 한 제인 구달의 삶은 그런 면에서 무척 행복한 삶이라 생각된다. 어릴 적부터 동물과 함께 하고, 교감을 통해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으니 말이다. 제인은 당시 여성이 영국에서 아프리카로 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음에도 아프리카에 가서 동물과 함께 하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꿈은 꾸는 자에게 기회를 주나 보다. 1956년 어릴 적 친구인 클로가 아프리카 케냐에 있는 부모님의 농장에 놀러오지 않겠냐는 편지를 보낸다.

 

1957년 아프리카로 출발한 스물 세살의 제인은 친구네서 몇 주간 머문 후 아프리카에 남아있기 위해 일을 시작한다. 그러다 한 친구의 제안으로 세계적인 인류학자이자 고생물학자인 리키 박사를 만난다. 그 무렵 침팬지 연구할 사람을 찾던 박사는 제인을 적임자로 생각한다. 제인은 준비를 위해 영국으로 돌아가 공부를 한 후 탄자니아에 엄마와 함께 들어가 침팬지 연구를 시작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제인이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며 비난하고, 침팬지들 또한 제인의 출현을 반갑지 않게 여기고는 도망가 버린다.

 

제인은 하루에 12시간 이상씩 침팬지를 관찰하고 그 결과를 세상에 알린다. 초식동물이라 알려졌던 침팬지가 실은 사냥하고 고기를 먹을 뿐 아니라,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침팬지의 행동이 사람과 많이 비슷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1962년이 되어서는 침팬지에게 털 고르기도 해주고 레슬링도 하는 등 친해지지만 그들의 세계에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다 박사의 권유로 케임브리즈 대학에 가서 동물 행동학 박사 과정을 공부하게 되고, 1966년 박사 학위를 받게 된다.

 

제인의 침팬지 연구는 기대 이상으로 잘 진행되지만 제인의 가정적 행복은 그리 길지 않았다. 1964년 결혼한 사진 작가 남편과는 십 년 만에 이혼하게 되고, 그 다음해 재혼한 남편도 암으로 사망해 오래가지 못한다. 이도 커다란 상처였는데 1974년 부터 4년간 일어난 침팬지들 사이의 전쟁으로 제인은 이래저래 충격을 받게 된다. 그러다 털고 일어서 다시 연구에 몰두해 1986년 제인은 ‘곰베의 침팬지들’이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되고, 책을 쓰는 것 만큼이나 침팬지를 보호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후 제인은 아프리카 곳곳에 침팬지 보호소를 만들고, 자연 보호 운동을 벌이며, 동물원의 동물들이 좀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제인은 여든이 넘은 지금도 동물들을 보호하고 나아가 자연 보호 운동까지 열심히 펼치고 있다.

 

사람이 행복할 때 곧 동물이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동물이 불행할 때 사람도 행복하진 않다. 같은 생명체로 우리는 이미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동물을 사랑하고 함께 하겠다는 생각으로 평생을 산 제인 구달. 특별한 지식이 있었던 것도, 능력이 탁월했던 것도 아니지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제인을 세계적인 동물 행동학자로 만들었다. 제인으로 인해 동물에 대한 우리 인식은 넓고 깊어졌다. 사랑이 얼마나 특별한 능력인지 제인 구달은 그녀의 삶과 행동으로 오늘도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