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때마다 볼거리가 달라지는 책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170 | 글, 그림 낸시 태퍼리 | 옮김 이상희
연령 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4년 6월 20일 | 정가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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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네마리의 동물들이 있네요. 온 몸이 파란 거위는 파란 물감에 붓을 찍고 있고요, 하얀 오리(거위랑 비슷한)는 통에 하얀 물감을 쏟고 있습니다. 그 뒤로 빨간 붓을 가진 빨간 암탉은 하얀 벽을 빨갛게 물들이고, 수레를 타고 기우뚱하게 서 있는 노랑 병아리는 간판을 색칠합니다. 아니, 이상하네요. 이 그림책은 아직 완성이 된게 아닌가봐요? 여전히 색칠하고 있잖아요.

 

낸시 태퍼리의 <파란 거위>는 어쩐지 신기하고 이상한 책이었어요. 파란 거위부터 그래요. 파란 거위를 보신 분들 있나요? 어딘가 세상에 없던 파란 거위처럼, 미지의 세계를 접하는 아이의 마음처럼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 보았어요.

 

 

 

 

파란 속지에 파란 거위를 쓰고 있는 파란 거위. 아무래도 저 파란 거위는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온세상을 파랗게 물들이기도 하고 말이지요. 가끔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만날 때마다 저런 능력이 있다면, 파랗게 칠해버릴 텐데 말이에요. 그렇지만 온세상이 내 마음대로 파랗기만 하다면, 그건 너무나 쓸쓸한 일일 것 같아요. 한가지 색으로 강요당하는 건 누구나 싫어하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파란 거위에게는 색깔이 다른 친구들이 있습니다. 바로 하얀 오리, 빨간 암탉, 노란 병아리가 파란 거위의 친구랍니다. 색깔이 다르고 종이 달라도 서로 사이좋은 모습이네요. 손수레에 물감을 가득 실고, 옆구리에는 붓 하나씩 딱 끼고 걸어가는 폼이 제법 비장해보입니다. 파란 거위와 친구들은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왜, 파란 거위와 친구들 빼놓고는 모두 하얗기만 할까요?

 

 

 

 

“아저씨 다녀오세요!”

 

파란 거위와 친구들은 농부 아저씨가 없는 틈을 타서 농장을 멋지게 색칠하기로 합니다. 밋밋한 회색이 정말 지루해 보이는 농장이에요. 마치 요즘의 우리나라 같은 회색이에요. 연이어서 터지는 각종 사건들로 온 나라 사람들 마음이 회색빛이거든요. 그런 우리들을 위로하기 위해 파란 거위와 친구들이 왔나봅니다.

 

 

 

 

 

 

저마다 벽을 칠하기도 하고 바닥을 물들이기도 하면서 농장을 꾸며 나갑니다. 파란 거위는 파란색, 빨간 암탉은 빨간색. 자신이 가진 색으로 세상을 물들이고 있네요. 칙칙했던 마음이 암탉을 따라 붉게 타오르기도 하고, 파란 바다처럼 넓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파란 거위와 친구들은 4명입니다. 그렇다면 4가지 색깔만 나타날까요?

 

 

 

아닙니다. 친구들은 서로에게 물들어 전혀 다른 색깔을 만들어 내기도 해요. 노랑 병아리와 빨간 암탉은 주황색을 만들었습니다. 파란 거위와 하얀 오리는 하늘색을 만들었구요. 노랑과 파랑이 만나 초록이, 빨강과 파랑이 만나 보라색이, 빨강과 하양이 만나 분홍색이, 그리고…….

 

색깔의 혼합이라는 것은 참 신기해요. 마치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와 네가 만나서 ’관계’를 만들어 내니까요. 노랑색이 없이, 주황색은 만들어질 수 없겠지요. 나도 네가 있어야 나인 것처럼 말입니다. 알고보면, 너무나 소중한 ‘당신’인데, 살면서 수많은 ‘당신’들이 나에게서 소중한 대우를 받지 못합니다. 그토록 소중한 관계인데요. 돌이켜보니, 너무나 미안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파란 거위와 하얀 오리가 힘을 합쳐 하늘을 만들었습니다. 보면 볼수록 이 녀석들이 부러워집니다. 원하는 색으로 자신들의 세상을 꾸미고 있으니까요. 그것도 서로를 소중히 여기면서요. 파란 거위와 친구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협동하며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갑니다. 어째, 우리보다 나은 것 같네요.

 

힘든 일이 발생해도 서로를 향한 존중과 배려는 늘 존재합니다.

“해는 어떻게 해요?”라고 노랑 병아리가 묻자, 모두들 함께 생각합니다. 누구 한 사람의 의견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답을 찾을 때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것이지요. 그게 설령 어린 병아리의 의견이라도 말입니다. 그런 세상은 어떤 색으로 칠해야 될까요? 파란색과 하얀색이 만나 이루어진 하늘색으로 칠하면 될까요? 우리 아이들이 한번 쯤 생각해보았으면 좋을 이야기를, 예쁜 그림에 담아 낸 저자의 능력이 놀랍기만 합니다.

 

 

 

 

저자인 낸시 태퍼리는 <아기 오리는 어디 갔을까요?>로 칼데콧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이 더욱 기대가 되었어요. 같은 가금류를 등장인물로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갈지 제목만으로는 상상이 되지 않았거든요. 책을 다 읽은 지금, <파란 거위>는 저에게 <아기 오리 어디 갔을까요?> 보다 더욱 사랑스럽고 아끼고 싶은 책이 되었습니다.

 

그저 색깔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다양한 색깔들이 만나 이루어내는 멋진 세상같은 이야기.

저도 저 세상의 파란 거위가 되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