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색을 멋스럽게 사용한 그림책, 파란 거위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170 | 글, 그림 낸시 태퍼리 | 옮김 이상희
연령 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4년 6월 20일 | 정가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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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색을 멋스럽게 사용한 그림책, 파란 거위

(글, 그림 낸시 태퍼리 / 비룡소)

연못지기 13기에 이어 한 타임 쉬고

15기에 도전해서 다시 비룡소 연못지기에 선정되었어요.

다른 출판사 서포터즈는 단행본으로만 좀 해보고

이렇게 장기 서포터즈는 거의 응모하지 않는데요.

책이 어지간히 좋지 않으면 서평 쓰기가 영 괴로워서 말이지요.

그러나 비룡소는 신간이 기대되는 출판사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서평을 쓰게 됩니다.

첫 도서로 낸시 태퍼리의 파란 거위를 받아보았습니다.

표지는 매우 단순하게 색을 사용해서 전달력을 높였습니다.

사실 이 책 전반에 걸쳐 사용된 색의 수가 굉장히 한정적인데요.

그래서 오히려 디자인적 요소가 강한 느낌이 듭니다.

제목에 걸맞은 파란 속표지와

더 말할 것 없는 파란 제목,

그리고 주인공 파란 거위의 등장입니다.

등장하는 동물은 하얀 오리, 빨간 닭, 노란 병아리

그리고 파란 거위인데요.

가장 의외의 색이면서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동물이 바로

파란 거위입니다.

당연히 아이들의 주변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이 책 속에서는 전혀 이질적이지 않기에 매우 인상깊습니다.

농장 주인이 그레이씨가 외출한 사이,

알록달록한 요 녀석들은 일을 꾸미기 시작합니다.

농장 주인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농장은 온통 밝은 회색톤입니다.

아, 농장 뿐만 아니라 하늘에 떠있는 해까지도 말이지요.

등장 인물의 이름을 가지고 나름의 추측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그레이씨는 정말로 색을 싫어할까요.

아니면 이름 그대로 회색을 사랑하는 것일 뿐일까요.

어쨌거나 농장의 네 동물은

각기 제 몸이 지닌 색에 맞춰 붓을 들고

회색빛 농장의 여기저기를 곱게 색칠하기 시작합니다.

파란 거위는 파랗게 지붕을 칠합니다.

붓을 들고 있는 진지한 표정과 자세.

농장의 이곳저곳을 색칠하고 나니,

하늘에 떠있는 해가 문제였습니다.

너무 높았던 것이지요.

이미 어른이 되어 버린 저로서는

문장만 읽었을 때 매우 막막했습니다.

이걸 어떻게 표현할까.

한없이 높게 사다리를 세워 올라가나.

아니면 뭐 해를 끌어당긴다거나.

그런데 작가는 아주 수월하고 간단하고

농장동물들의 수준에서 불가능하지도 않으며

읽는 아이들의 상상을 깨지 않는 선에서 이것을 표현해냅니다.

서로서로 등을 밟고 올라서서

간단하게 해를 노란색으로 칠하게 해버리죠.

단순하지만, 문제 해결을 유쾌하게 해내버립니다.

그리고 이 페이지에서는 책을 세로로 놓고 보게 되는거죠.

순간적인 형식의 파괴는 묘한 즐거움을 줍니다.

기묘할 정도로 원색으로 채색된 페이지이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고 촌스럽지 않습니다.

주인인 그레이씨가 돌아오자 동물들은

이렇게 한데 모여 말합니다.

“이것 좀 보세요! 놀라셨죠?”

마치 우리 아이들 같습니다.

나름 뭔가를 해놓고(그것이 비록 장난처럼 보일지라도)

굉장히 뿌듯한 표정으로 엄마와 아빠를 부르는,

바로 그 모습이 비슷해서 말이지요.

여기서 끝나면 줄거리가 너무 단순하게 끝나버립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왜 ‘파란 거위’여아 하는지도 모르겠구요.

파란 거위는 잠자리에 들기 전,

모든 곳을 파랗게 색칠합니다.

달만 빼고 말이지요.

우리는 보통 어둠을 떠올리면 캄캄한. 어두운. 검은색의.

이 정도를 떠올리는데요.

사실 푸르스름한 어둠도 있지요.

예를 들면 새벽녘이랄지,

안개가 낀 어둠은 다소 푸르스름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파란 거위가 자기 전에 달만 빼고 모든 것을

파랗게 칠하는 행위는

바로 어둠을 의미한다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소개한 페이지는 일부에 불과합니다.

중간에는 색의 조합과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색상이 등장하고,

그런 것들을 뒷표지에 잘 정리해두었습니다.

*

원색임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색에 관심을 갖는 두 돌 무렵부터 보여주기에도

참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색의 조합을 이해하는 아이들에게라면

더욱 더 의미 있는 책이 되겠지요.

남자아이, 여자아이를 불문하고

색에 관심이 있는, 그리고 동물에 관심이 있는 아이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