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by 천효정

시리즈 스토리킹 | 천효정 | 그림 강경수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4년 7월 15일 | 정가 13,000원
수상/추천 스토리킹 외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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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스토리킹 수상작’이다.  아이들 책은 아이들에게 재미있어야 한다.  작년에 만났던 제1회 스토리킹 수상작인『스무고개 탐정』을 읽고 반한 친구들이라면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는 꼭 읽어봐야만 한다.  천효정 작가의 필력에 놀라기 전에 이야기에 폭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할것을 각오하고 읽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아이랑 함께 읽는다면 함께 깔깔거릴 것이고, 아이와의 비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될것이다.  이렇게 얇은 책 속에 어린시절 읽었던 전우치 같은 친구를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니, 전우치보다는 내 주변에 있을법한 장난꾸러기가 어느날 슈퍼 히어로로 짠하고 나타나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멋진 슈퍼 히어로를 만들어낸 천효정 작가에 대해 찾아보니, 초등학교 교사란다. 그뿐아니라 2013년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분이라니, 타고난 이야기꾼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이야기꾼이 만들어낸 슈퍼 히어로, 건방이를 만나보자.

 

 

 “오늘부터 너는 나, 오방도사의 정식 제자가 되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로 너에게 새 이름을 주겠다.  앞으로는 ‘튼튼할 건(建)’ 대신 ‘하늘 건(乾)’에 ‘방위 방(方)’자를 써서 ‘건방이’라고 부르겠다.  건은 천지만물을 이루는 건곤감리 중 첫째가는 하늘이란 뜻이요, 방은 오방권법을 익힌 제자라는 뜻이다.” (p.35)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혼자가 되어버린 초등학교 2학년 건이가 우연찮게 ‘비밀의 집’에서 오방도사의 오방구결을 듣는 바람에 오방도사의 제자가 되어버렸다.  오방구결을 들으면 제자가 되거나 죽어야한다니 죽는것 보다는 제자가 되는게 현명하지 않겠는가?  권법의 달인이라는 오방도사 밑에서 삼 년간이나 수련을 했는데, 도사가 맞긴 맞는지 모르겠다.  매일 도사님 어깨만 주물렀는데 돌덩이가 쪼개지는 걸 보면 분명 수련을 하긴 한 것 같은데, 오방도사와 살기 참 힘들다.  가끔씩 가지고 오는 도인들에게만 효험이 있는 신통풀만 가지고는 전기세, 기름값, 세금, 의료비와 교통비 내기도 벅차니 초등학교 5학년밖에 안된 건방이가 ‘머니맨’ 아르바이트를 하는게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머니맨! 도와줘요!’를 세 번만 외치면 M자가 쓰여진 모자를 뒤집어 쓰고 나타나는 슈퍼 히어로. 이 동네 아이들에겐 강력한 슈퍼 히어로지만, 도움 후에는 초딩은 500원, 중딩은 600원, 고딩은 700원, 7시가 지나면 야간 할증료 100원씩 추가해서 요금을 지부해야만 한다.  오늘도 건방이는 초딩을 괴롭히는 고딩 3명을 물리치고 야간할증료 포함 2,400원을 벌어야만 했으니, 사는게 녹녹하지는 않다.  오방도사는 알지 모르겠지만, 초등이 이렇게 산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  어찌되었든 매냥 편하게 살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러면 슈퍼 히어로의 활약을 볼 수가 없지 않는가?  건방이 반으로 검술의 달인인 설화당주의 막내 제자, 백초아가 전학을 오면서 더 많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게다가 도꼬마리를 남기는 대도 팔팔동자까지.

 

  오방도사의 제자가 된 이후로 건방이가 겪는 일들은 보통의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겪는 일상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검술의 달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다니고, 도인들이 먹는 신통풀과 신통풀을 거래하는 약초상.  사부의 옛제자 였다는 파문당한 사형까지.  어찌보면 가난한 사부밑에서 살아가려니 파문당한 사형이 변면술을 이용해서 좀도둑질을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오방도사의 제자라면 정직해야 한다.  권법의 제 일인자인 무술의 고수 아닌가?  검법 세계를 평정한 전설의 여검객인 설화당주와 예쁘장한 얼굴과는 반대로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인 연검술을 특기로 하는 초아까지 이야기는 흥미롭다.  게다가 고슴도치를 닮은 도꼬마리를 남기는 대도와 사라진 사부의 옛 제자. 

 

  작가의 글을 읽다보니 책을 익는 도중에도 재미가 없으면 책을 집어 던지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상에는 그 책 말고도 재미있는 책이 엄청나게 많다고 말이다.  이 책은 집어 던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모든걸 다 제쳐 두고 어린이들만을 위한 이야기를 쓰겠다는 작가의 마음이 통했는지, 어린이들만을 위한 책이 어른이 읽기에도 재미있다.  외전격인 ‘머니맨 비긴스’도 재미있고, 사형과 함께하는 머니맨도 아이들을 끌어 들인다.  그뿐인가?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다음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책 좋아 하는 친구들 주변에 책이 넘쳐나는 것처럼, 도사들 주변에 숨은 도사들이 넘쳐난다. 어린이 심사위원 100명의 선택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유쾌, 통쾌, 짜릿한『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는  읽을수록 건방이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