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천문학 여행 – 별,우주,그리고 우리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4년 6월 20일 | 정가 13,000원
 얼마 전, 여주로 갔다왔던 수련회에서의 일이다. 첫날 밤, 무더운 날씨 탓에 잠이 오지 않아 이리저리 뒤척이고 있을 때였다. “얘들아! 빨리 나와봐! 이것 좀 봐!” 덥다며 숙소 밖에 나가있던 친구가 격양된 목소리로 우리를 불러모았다. 나는 무슨 일인가, 하며 밖으로 나와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아, 나는 평생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모습을 어떻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칠흑같이 검은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흐드러져 있었다. 별이 너무나도 많아서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 했다. 잠시동안 우리 모두는 말을 잃고 그 광경에 심취해 있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너무나도 감격스러워 결국은 밤을 새고 말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이 슬펐다. 도시에서 살아온 지난 15년간, 나는 그만큼의 아름다운 밤하늘을 놓쳐왔다는게 아닌가. 우리는 어릴 적 ‘작은별’ 같은 동요나 그림책으로 ’별’이라는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고, 학교에서는 지구과학 시간에 ‘별’ 과 우주에 대해서 배웠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진짜 ‘별’을 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별은 우리 머리위에 있다고 배웠다. 그러나 고개를 들었을때 눈에 보이는건 희뿌연 연기로 뒤덮인 하늘과 달 뿐이다. 그로인해 별은 우리에게 친숙하기도 하고 멀기도 한 애매한 존재가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천문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어렵다며 손사래를 친다. 사실 과학자를 꿈꾸는 나도 과학 중에서 가장 흥미없는 분야가 천문학이다. 나와 그들이 그다지 애정을 못 느꼈던 이유는 바로 그 ‘애매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애매함’ 을 해결해줄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청소년을 위한 천문학 여행>이다. 아까 말했듯이 천문학에 그다지 관심없는 나조차도 열심히 붙들고 읽었던 책이다. 갈릴레이부터 블랙홀의 발견까지. 방대한 천문학의 역사를 시험 전 핵심노트처럼 콕콕 찝어 설명해준다. 그렇다고 설렁설렁 넘어가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나면 자신의 뇌가 우주 그 자체가 된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내용이 알차다. 우리는 천문학이 우주를 연구한다는 사실만으로 우리와 관계가 먼 학문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큰 오해다. 우주의 역사는 지구의 역사고, 지구의 역사는 우리 인간의 역사로 이어진다. 게다가 천문학만큼 우리 생활에 밀접한 관런이 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썰물과 밀물, 푸른빛 하늘 등 우리가 보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우주와 관련이 있다. 놀랍지 않은가?

 이 책 속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을 꼽아보자면 펄서를 발견한 과학자 ​조슬린 벨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등장했던 과학자들 중 거의 유일했던 여자였고, 또 그 ‘여자’라는 사실로 인해 불운한 결과를 맞이했던 사람이다. 그녀는 거의 일정한 간격으로 팽창했다가 수축하며 전파를 내보내는 천체 ‘펄서’의 발견자다. 펄서의 발견은 매우 흥미롭고 획기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 공로는 그녀의 지도교수였던 앤터니 휴이시에게 돌아갔다. 그는 1974년 펄서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결국 궁극적인 원인은 그녀가 여자였기 때문이다. 같은 여자로서 그녀의 이야기를 읽는동안 너무 화가나서 부들부들 떨렸다. 상을 받기 위해 연구를 한 건 아니겠지만, (나는 슈바이처가 아니므로) 나라면 엄청난 상실감과 분노에 학구열이 소진되어버렸을것 같다.

​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다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물론 책을 읽었다고 해서 매연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도시의 밤은 밝고, 별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밤하늘은 400년 전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시험하며 올려다보던 하늘이다. 허셜이 천왕성을 발견해냈던, 허블이 안드로메다 은하를 관찰하던 하늘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과 같은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다. 왠지 모르게 감격스러웠다. 나는 이 책을 천문학과 친해지고 싶거나 별이 수놓은 밤하늘이 그리운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내가 존경하는 최재천 교수님은 항상 이런 말씀을 하신다. ‘알면 사랑한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분명 새로운 하늘을 발견하는 눈과 별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