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힘센 사윗감은 누구?

시리즈 비룡소 전래동화 28 | 유타루 | 그림 김선배
연령 5~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4년 7월 31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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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가 사윗감을 찾는단다. 왜일까? 하필 두더지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두더지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렵고 동물원에 가야 볼 수 있는데…
그리고 『사윗감 찾는 두더지』는 제목을 조금 달리하고
내용도 조금씩 달리해서 옛이야기로 많이 읽혀진 이야기이다.
두더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그림책은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그 외에 우리나라 옛이야기로 두더지가 좀 나오기도 한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에 나오는 주인공 두더지는 안경을 쓴 눈이 나쁜 두더지이다.

『사윗감 찾는 두더지』에서도 아빠 두더지가 안경을 쓰고 나온다.

두더지는 땅속 동물이라 눈이 나쁘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나보다.

       VS     

이 이야기는 세상에서 제일 힘쎈 사윗감을 찾겠다며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며 찾았는데, 바로 두더지라는 것.

두더지 가족이 험난한 모험을 통해 두더지가 가진 특별한 장점과 힘을 발견하고

자신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해, 구름, 바람, 돌부처를 만나면서

누구에게나 강점과 약점이 있고 힘이 세다는 것은 상대적인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의 앞표지 안쪽은 두더지 아빠의 모자가 바람에 날린다.
그리고 뒤표지 안쪽은 딸의 머리에 꽂았던 꽃이 날린다.
뭔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같은 암시를 한다.
    

속표지에 그려진 두더지들의 모습은 행복한 표정이다.

뒤쪽에서는 기타치면 노래하고 아빠,엄마,딸은 흥겨워서 춤을 덩실덩실 추고있다.

둥글둥글하고 통실통실한 두더지의 몸매가 『바바빠빠』를 연상하게 한다.

 

 

첫 페이지 이렇게 시작한다.

 ”호랑이 뻐끔뻐끔 곰방대 물고 
  까막까치 삐뚤삐뚤 붓글씨 쓰던 옛날 옛적,
  깊고 깊은 땅속에 
  굴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어.
  그게 뭣인가 하면 말이지, 두더지 마을이었어.”
옛이야기라서 그런지 ‘~있었습니다’ ‘~이었어요’ 이런 딱딱한 문체가 아니고
‘~ 있었어, ~이었어’ 같은 구어체라 아이들에게 들려주기가 쉽고 편한다.
그리고 글을 잘못 읽어도 부끄럽지 않게~*^^*
“뻐끔뻐끔”, “삐뚤삐뚤”, “주렁주렁”  의태어들이 나오면서 상상이 자연스럽게 된다.
아이들에게 이런 의태어,의성어들을 자주 들려주라는 말이 생각난다.
말도 빨리 늘 뿐 아니라 감성이 풍부해진다고 엄마가 많이 들려줘야 한다고 했다.
깊은 땅속에 굴들이 주렁주렁 달려서 두더지 마을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땅속에 굴들이 뚫린 그림을 보니 『두더지 버스』라는 일본 그림책이 생각난다.
두더지 마을의 도로와 버스 노선도를 얼마나 잘 그려놨던지.
울 아이들이랑 보고 또 보고 했던 기억이 난다.

    

세상에서 제일 이쁜 딸에게 어떤 짝을 만나게 해줄까,
세상에서 제일 힘센 사위를 찾아줘야겠다는 엄마,아빠의 각오가 대단하다.
반면 사윗감으로 안된다는 소리에 억울한지, 원통한지
고개를 뒤로 젖혀 눈물 흘리는 표정, 땅에 엎드려 통곡하는 모습 등
뭔가 실패한 모습의 두더지가 참 실감난다.

세상에서 제일 힘센 사윗감을 찾겠다는 소망이 담긴 노래를

온가족이 다같이 부르며 먼 길을 떠난다.

깜깜 굴 껌껌 굴

더지 더지 두더지 굴

세상 제일 천하장사

내 사윗감 내 신랑감

꼬불꼬불 꼬부랑 굴

굴 굴 밖에 있겠지?

어두운 땅 속에서 올라오니 너무 눈부셔서 눈을 바로 뜰 수가 없다.

세상에서 제일 힘센 건 해님이라고 아빠 두더지는 절로 흥이 나서 노래한다.

어허둥둥 내 사윗감 금쟁반보다 번쩍번쩍

봐도 봐도 참 잘났네 세상 으뜸 내 사윗감

세상에서 제일 힘센 건 해님이라고 칭찬하자 해님은 이빨이 다 드러나도록 으쓱대며 웃는다.

하지만 곧 구름에 가려 그 찬란하던 금빛을 잃어버린다.

그림으로 표현된 해님의 표정이 재미있고 우리네 세상살이를 대변하는 듯하다.
       

 

해님을 이길 정도의 구름이면 세상에서 제일 힘센 건 구름이라고 생각한 두더지 가족.

보슬비를 맞으며 구름을 찾아간다.

이번엔 엄마가 노래한다.

잘난 사윗감 만나기가 어디 그리 쉬울까

이깟 고생은 단 고생 달디단 단 고생

구름을 만나 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과 결혼해 달라고 하자

구름은 금방 우쭐해져서 뭉실뭉실 힘자랑을 한다.

하지만 바람이 쌩 불자 뭉게구름은 갈래갈래 흩어져 버린다.

의기양양하던 구름의 표정이 바로 꼬린내린 강아지 표정으로 바뀐다.

      

 

구름이 바람한테 꼼짝못하자 세상에서 제일 힘센 건 바람이라며

오돌오돌 떨며 바람을 찾아간다.

이번에는 엄마, 아빠의 노래는 없다. 딸이 혼자 박수치는 것으로 끝이다.

바람을 만나 결혼해 달라고 하자 바람도 온 산을 뒤흔들며 힘자랑을 한다.

하지만 이내 돌부처는 무너뜨릴 수 없다고 고백한다.

자신감에 찬 바람의 표정이 곧바로 무참해진다.
      

돌부처를 찾아간 두더지 가족.

처음에 세상에서 제일 힘센 자를 찾기 위해 떠날 때는 온 가족이 노래하지만

아빠가 노래하다가 엄마가 노래하다가 나중에 아무도 노래나 대꾸하지 않게 된다.

돌부처가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세다고 칭찬하자 엄청 잘난 척하며 좋아한다.

하지만 기우뚱하며 무서워 벌벌 떨다가 넘어져 버린다.

돌부처 발밑에서 뽈뽈뽈 기어 나오는 자,

바로 두. 더. 지 !

이제껏 두더지를 찾아 헤맨 것을 알게 된 가족.

집으로 돌아와 총각 두더지들에게 씨름판을 벌이게 한다.

우승자와 결혼해서 잘 살았다고 한다.

처녀 두더지는 마을에서 제일 힘세고 착한 총각 두더지와 결혼했지.

신랑 신부 두더지는 아들 딸 쑥쑥 낳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다나 어떻다나. 얼씨구 쿵딱!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오래전에 라디오에서 들려오던

“전설따라 삼천리”(?)라는 방송이 생각난다.

지방 구석구석에서 전해 내려오는 옛이야기를 재미나게 읽어주던 프로그램인데

이 그림책의 이야기투가 꼭 그렇다.

“잘 살았다나 어떻다나. 얼씨구 쿵딱!”

요즘 아이들은 이런 구성진 말투를 잘 모른다.

재미있던 이야기의 마무리를 제대로 잘 끝낼 줄 모를때 대충 얼버무릴려고 할때,

아님 궁금하게 만들어서  다음 이야기 해달라고 조르게 만들려고 할때

쓰던 그 말투, 단어, 가락들.

왠지 너도 나도 흉내내고 싶어지는 말투.

 이 책은 친근하고 리듬이 느껴지는 문장과 단어들,

​그리고 듣기 쉽고 읽기 쉬운 구어체가 재미를 더해 준다.

해, 구름, 바람, 돌부처의 의기양양하던 표정이

부끄러워지는 표정으로 변하는 그림들은

아이들과 같이 보는데 실감나게 해 주고,

페이지마다 그림이 꽉 차서 좀 더 오래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림 그린 화가는 옛이야기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한지에 한국화 물감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림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 차이가 어떤지는 책에서 느낄 수가 없다.

하지만 미래의 리더인 어린이들을 위해 이렇게 정성을 쏟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으로 널리 알려진 판타지의 제왕 톨킨은

자신의 작품세계가 신화와 민간에서 전해내려오는 옛이야기에 기반한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할머니,엄마,아빠한테서 옛이야기를 전해 듣고 자라야

인성교육도 저절로 되고 상상력이 커지고 창의력이 발달할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엄마는

서정오선생님의 옛이야기 책을 사서 하루에 3~4개씩 외워두었다가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구성지게 들려주곤 했다고 한다.

또 어떤 엄마는

같은 옛이야기 책이라도 조금씩 다르게 지어진 것으로 여러 권 골라서

아이들과 계속 읽었다고 한다.

옛이야기라고 해서 가볍게 여기거나 시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윗감 찾는 두더지』처럼 의태어, 의성어가 풍부하고 구어체로 된 것,

한지에 한국화 물감으로 그린 그림 등 각각의 책에서 장점을 취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옛이야기를 여러가지 각도에서 다양하게 구성해서

많은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길 기원한다.

<비룡소 출판사에서 책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이며, 비룡소 연못지기 15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