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학년 이야기책 ‘분홍이 어때서’

연령 6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4년 8월 10일 | 정가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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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아이는 글도 별로 없고 장수도 얼마 안 되는 창작그림책을 더 많이 봐도 괜찮을 나이 같은데슬슬 그 이상의 독서량을 요구받는 나이가 되었다. 학교에 제출하는 독서기록목록도 그렇고. 그런 한편으로는 어느새 지식 정보 분야의 책들이 아이 책장에 많이 꽂혀져 가기도 한다. 과학, 역사, 사회, 그리고 이른바 국영수 관련. 아이도 관심 있어하고, 재미있게 읽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목적 없는 ’이야기책’을 많이 읽는 게 좋을 것 같아 책장의 책을 이리저리 다시 섞어보기도 한다.

마침 [비룡소 난 책읽기가 좋아] 1단계 새로 나온 신간 책 한 권을 읽었다. 2014년 8월 10일 발행된 따끈따끈한 신간인데, 이 책은 1단계 36번으로 표시. 뒤의 독서 목록에 43번까지 기록되어 있는 걸 보니, 발행할 때 몇 권씩 묶어서 내든가, 아니면 미리 43번까지 기획을 해 놓았나보다.

여자 아이들이 보면 관심 가져할만한 표지. 제목 부터가 이른바 취향 저격에 아기자기한 그림체까지. 인형놀이를 옮겨 놓은 표지같다. 글 그림 저자 소개를 보니, 이 또한 재미있다. 보통 이력만 죽 나열하는 것에 비해서 책과 관련 있는 ‘분홍’에 관한 설명이 재밌다. 얼마나 분홍으로 도배를 하려고 그래! 이런 생각이 들게끔.

책 내용은 요 부분에서 딱 한 눈에!! 주인공인 누리는 분홍색만 좋아해서 공주병이라는 놀림을 받기도 하는 아이.

딸 키우는 엄마라면 아이가 한번씩 분홍병을 겪고 가니 다들 공감할 내용이긴 한데, 막상 아이가 책을 읽을 나이인 요 또래에는 이미 과거의 역사가 되어 있다는 게 아이러니. 대부분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아듀를 하고, 분홍과 레이스보다는 뛰어놀기 편한 체육복과 바지를 더 가까이 하게 되니 말이다.

딸 부모들은 공감할 내용이지만, 막상 책 읽는 당사자인 딸들의 공감은 떨어질 수도 있는데, 대신 요런 부분이 아이를 사로잡는다. ‘분홍이 어떻게 다 같은 분홍일 수가 있어요?’ 극 중 아이의 말처럼 다양한 분홍에 대한 묘사와 그에 대한 설명과 함께 나오는 그림들. (우리 아이는 이처럼 세밀한 감성을 지니진 않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덩달아 한번 더 눈길을 보내고 색감과 표현력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아이가 공감하는 부분은, 분홍병 걸린 공주병 아이의 이야기보다는 요기에 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유치원 남자 친구가 아끼는 분홍 옷을 입에 넣어서 화가 났던 누리.

다른 날, 누리가 창피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선생님도 다른 친구들도 이해하지 못했던 걸, 이 남자 친구만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누리의 마음을 알아주게 된 것.

예쁜 옷을 입었지만 화가 나서 찡그리고 있던 누리와 그로 인해 싸우고 혼난 적이 있어도 친구를 보며 환하게 웃어주는 호준이 얼굴이 비교되는 부분.

그리고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부분.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을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그걸 인정해주는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것.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만 주장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생각해보게 되는 것. 짧은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생각거리들이다.

이야기의 끝은, 분홍만 고집하며 옷을 입으려는 아이와 아침마다 실랑이를 하느라 힘들었던 엄마가 아이가 스스로 골라서 편하게 옷을 입을 수 있는 새로운 옷장을 선물하는 걸로 끝난다.

그렇게 마련된 누리의 방 모습. 아기자기한 소꼽놀이책 같던 표지가 제대로 날개를 펴놓은 것 같은 예쁜 그림체이다.

누리가 친구와 마음을 열고 이해하게 되었듯이 엄마도 아이의 마음을 읽고 공간을 마련해준 걸까?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나의 공간에서만 마음껏 즐기는 게 좋다는 의미를 말하려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고.

‘분홍이 어때서’라고 제목은 되어 있지만, 어쩌면 자기가 좋아하는 걸 남에게 이해받거나, 그 모습 그대로를 남들이 받아주기는 그만큼 어려운 일이란 걸 이 책은 역설적으로 얘기해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건 어른의 눈으로 읽은 책이기는 하지만.

그림책보다는 좀 더 많은 글들. 그러나 아직 이야기책이라기에는 그림이 많은 책. 요 정도가 지금 편하게 책을 읽어내려갈 수 있는 저학년 이야기책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내는 범위는 글의 양에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에 달려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난 이만큼 분홍이 좋지는 않았는데? 라는 아이의 첫 느낌. 나만 좋은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도 같이 좋아해주는 게 더 좋지. 라는 두번째 생각. 그리고 그렇게 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아는 엄마의 속마음. 아이도 지금 읽을 때와 나이가 더 들어 읽을 때 책을 읽고난 느낌은 다를 것이다. 창작 이야기책의 매력은 역시 여기에. 아직은 이야기책을 더 읽어야겠다. 아이도 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