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의 지혜, 그 지혜를 재미나게 풀어낸 책, 볶자볶자 콩 볶자

연령 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4년 5월 27일 | 정가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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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의 지혜, 그 지혜를 재미나게 풀어낸 책, 볶자볶자 콩 볶자

(글 소중애 / 그림 차정인 / 비룡소)

어려서부터 쭉 할머니와 살아왔던 시간, 22년.

저에게 그 22년은 정서적으로 대단히 풍요로웠고 행복했던 때였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 모두 그 연세답지 않게

정치, 경제, 문화에 두루두루 밝으셨고

새로운 교육트렌드에도 관심이 많으셨지요.

(제 결혼식을 보고 그 해 겨울, 할아버지께서는 돌아가셨고

지금은 여든 넷 되신 할머니만 계십니다.)

두 어른 덕분에 신문을 읽는 습관,

뉴스를 꼬박꼬박 챙겨보는 습관,

늘 배우려는 자세 등을 쉽게 익힐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지금 장래희망은 ‘지혜로운 할머니’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 전에는 ‘호봉이 오를수록 돈값하는 교사’가 되는 것이구요.

오랜만에 할머니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요즘에는 이렇게 한복을 차려입고,

초가집에서 아이들을 불러모으는 할머니를 찾기 어렵지만

이야기 속에서나마 만날 수 있으니 참 반가웠습니다.

할머니가 소근소근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들은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집중하지요.

우리가 흔히 ‘할머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볶자볶자 콩 볶자’는 소중애 선생님의 글과 차정인 선생님의 그림이 만났습니다.

영국에서 북아트를 공부한 차정인 선생님이

과연 이 책의 일러스트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아주 기대가 되었습니다.

보기에는 무시무시하지만, 의젓한 북풍.

봄이 올 때가 되자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떠난다며

뒷산 기슭 초가집으로 날아갑니다.

검정색, 갈색, 톤다운 된 파랑 등을 사용하여

스산하고 추운 느낌을 잘 표현했습니다.

특히 눈 덮인 땅 사이사이로 얼굴을 내민 앙상한 나뭇가지까지

세밀하게 표현한 것을 보니 감탄이 절로 나는군요.

북풍은 할머니께 떠남을 고합니다.

예의는 어찌나 바른지…

“지난 겨울에 제가 뭐 불편하게 해 드린 일은 없는지요?”라니 말이죠.

할머니께서도 덕담으로 북풍을 떠나보냅니다.

독자가 할머니를 리드미컬하게 불러주길 바란 작가의 요청이었을까요.

북풍이 할머니를 부르는 부분의 활자가 높낮이를 달리하여

시각적으로 도드라져보입니다.

할머니네 동네 아이들은 봄옷으로 갈아입고

봄나물을 캐러 다닙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두꺼운 겨울옷을 갈아입지 않으시네요.

오랜 삶의 경험에서 봄바람의 시샘을 이미 알고 계신거죠.

항상 대비하는 자세, 그리고 풍부한 경험과 연륜에서 체득한 삶을 살아내는 자세.
젊은 우리나 아이들이 갖지 못한 장점입니다.

아니나다를까.

봄바람은 제법 기세등등하게 세찬 모습으로 사람들을 당황하게 합니다.

마음의 준비를 했던 할머니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콩을 안치고 불을 지펴 콩을 볶기 시작합니다.
대체 무엇을 하려고 그러실까요?

노오란 빛의 배경은 콩을 볶는 할머니에게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듯 합니다.

봄바람이 이집저집 세차게 불어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볶은 콩을 오독오독 씹습니다.

어느 새, 봄바람의 윙윙거리는 소리도 콩씹는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게 되지요.

게다가 고소한 콩 냄새에 봄바람의 마음도 약해졌고 말이예요.

할머니는 드디어 고운 봄옷으로 갈아입습니다.

하얗고 분홍인 꽃들과 노랑 배경,

할머니의 초록빛 한복이 어우러져

독자가 쉽게 분위기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게 합니다.

말썽부렸던 봄바람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할머니, 할머니. 제가 잘못했어요.”라며 먼저 다가옵니다.

몽글몽글 귀여운 봄바람으로 돌아와서

독자들에게 심리적 안도를 선사하지요.

*

할머니의 지혜로움,

반성할 줄 아는 봄바람.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모두 따뜻하고 예의바른 느낌입니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요즘,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 딱 좋은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