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의 기억』by 메리 E.피어슨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5년 1월 30일 | 정가 13,000원

​ 『파랑 피』를 이은 메리 E. 피어슨의 SF화제작이라고 여기저기에서 이야기를 하지만, 전작을 읽지 못해서 무슨 내용인지 몰랐다.  읽다보니 전작은 ‘제나’의 이야기를 다루었을 것 같고, 책에 대한 내용들을 찾아보니 교통사고 후 뇌의 10퍼센트로 온몸을 재건한 열일곱 제나 폭스의 이야기라고 되어있다.  『파랑의 기억』속 화자인 로키의 이야기도 물론 언급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열일곱 아이가 생명을 유지하고, 자신의 자아관을 찾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을것이다.  전작은 제나의 심리를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표현하고 미래 세계의 인간성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고 되어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분명 그랬을 것 같다.  2008년 골든카이트 상을 받았고,  미국도서관협회가 뽑은 ‘청소년 분야 최고의 책’,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최고의 책’에 선정되었으며 국내 독자들에게도 감성적 SF소설로  사랑을 받았다고 하고, 『파랑의 기억』을 읽다보니 더욱 궁금하다.

 

​  제나의 이야기는 제나와 함께했던 또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로 시선을 돌릴 수 밖에 없게 만들었을 것이다.  되살릴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호수의 던져버린 로키와 카라의 기억 상자.  이 기억상자가 복제가 가능하다면?  백업이라고 해야될까?  기억상자는 ‘기억’보다는 ‘마음’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고, 260년이 흐른 미래의 어느 시간에 로키와 카라가 인간의 모습으로 되살아났다.  개츠브로 박사에 의해 새 신체 를 얻고 깨어난 로키와 카라.  260년의 시간은 끔찍하리만치 어둠으로 가득한 곳이었고, 그곳에서 로키와 카라는 서로를 의지했다.  분명 함께 했었던 제나가 사라져버렸지만, 왜 그녀가 사라져버렸는지 그들은 260년 동안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이 사라져 버린 세상, 인공적으로 똑같이 재현된 몸과 기억들.  자신들은 생각하고 움직이는 인간인데, 불법이란다.  상업 전시품들의 하나처럼 취급하고 있는 개츠브로 박사의 생각을 알게 되면서 로키와 카라는 제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260년 이후의 미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화성에 식민지가 건설되고, 사람들이 우주여행을 다니고, 로봇이 택시를 운전하고, 길거리를 갈 때 동영상 광고가 따라다니는 곳.  미국이 내전 끝에 두 개로 쪼개져 있는 그런 세상으로 작가는 그려내고 있고, 260년 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로키와 카라는 이 세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파란입자로 된 바이오퍼펙트로 만들어진 아이들.  과거의 모습보다 더욱 완벽해진 모습으로 만들어진 아이들은 태어난 것이 아닌, 만들어진 아이들이다.   진화된 로봇이 생각을 한다는 이야기는 여러 소설들을 통해서 이미 만났던 이야기들이다.  그럼에도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진 아이들은 인간으로 보여지고, 로봇은 로봇으로 다가온다.  그러기에 택시를 운전하는 로봇 도트의 행동에 움찔하기도 하고, 도망자를 잡는 현상금 사냥꾼 로봇에게 의아함을 느끼기도 한다.  누구든 자유에 대한 갈망은 동일한것으로 그려지고 보여지고 있으니 말이다.

 

로키와 카라의 보모 역할을 했던 미에사가 이들을 돕기 시작하면서 미래의 세상에도 지하조직이 존재함을 알게 되고, 아이들은 260년을 산 제나를 만나기 위해 세상을 뚫고 나아간다.  최상의 상품을 잃어버릴 수 없어 쫒기 시작하는 개츠브로.  260년의 어둠속에서 서로 다른것을 생각했던 로키와 카라.  이 아이들을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제나는 260년을 살았고, 제나처럼 기억을 담고 있는 육체를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인물들이 보여지고 있다.  산다는 것과 존재한다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제나는 이야기한다. 상자 안에 갇혀 260년을 보낸건 사는게 아니라고 말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하고 살아가는 것이 사는것이라고 말이다.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경험하지 못했던 미래의 혼란스러운 시선이 로키를 통해 그대로 느껴지고, 세 친구간의 믿음, 자책, 원망이 들숨 날숨을 내쉬듯이 치밀하게 그려진다.  인간복제에 대한 문제점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작가는 그보다 더한 인간의 마음, 기억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이것은 인간인가를 묻는다.

 

누군가는 인간이 아닌 상품이라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는 분명 인간이라고 이야기를 할것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 할 수 있을까?  세상속에선 옳고 그름의 기준은 변한다.  그러기에 사람은 변하지 않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내 기준은 오로지 성경이기에 판단이 자유로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은 해야한다.  『헝거 게임』의 수잔 콜린스가 이 책을 읽고 ‘컴퓨터에 갇힌 신체를 떠난 영혼들, 인간 정체성에 대한 질문과 악몽 같은 의학 기술이 이 작품을 끌고 간다’라고 이야기를 했단다.  악몽 같은 의학 기술.  인간의 평균 수명을 사는 이들과 260년을 넘어선 기한이 한정되지 않는 수명을 사는 이들.  어떤것이 좋은것일까?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이 이글을 읽었다면 지하에서도 감사할지 모르겠다.  손에 땀을 쥐도록 긴박한 이야기임에도 틀림이없고, 카라의 이야기를 통해서 또 다른 후속작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들어지는 이야기임에도 틀림이 없다.  그리고 수잔 콜린스의 말처럼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