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의 기억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5년 1월 30일 | 정가 13,000원

 파랑의 기억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전에 잠시  ‘파랑 피’책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야 되겠다. 왜냐하면 파랑의 기억은 ‘파랑 피’의 후속 작이기 때문이다.

파랑 피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제나 폭스는 아버지가 개발한 바이오겔을 이용하여 불법으로 되살아난다. 하지만 제나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그저 괴물일 뿐. 제나는 자신의 존재와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위해 노력을 하다가 자신이 죽은 사고에 대해 기억을 하게 되었다.

제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였던 카라와 로키. 제나와 카라와 로키는 한 파티 장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다. 운전을 했던 카라와 파티 장에 가자고 제안을 했던 로키는 죽은 것을 알게 된 제나는 그들도 자신처럼 마음이 스캔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들을 살릴 수 없게 되자 그들을 놓아준다. 그로부터 260년 뒤, 로키의 입장에서 본 ‘파랑의 기억’이 시작된다.

로키와 카라는 게츠브로 박사에 의하여 자신들이 죽은 후 260년 뒤에 깨어나게 된다. 외모도 살짝 달라지고 덩치도 달라진 그 둘은 게츠브로 박사가 자신들을 상품으로 이용하려는 것을 알게 되고 탈출을 하게 된다.

260년 후의 세상에 적응해가며 바이오겟 도트와 비밀을 숨긴 미에샤와 함께 카라와 로키는 게츠브로 박사를 피해 자신들을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는 제나를 찾아간다. 그러나 게츠브로 박사에 의하여 둘은 헤어지게 되고 로키는 간신히 제나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너무나도 달라져 있는 세 사람은 자신들이 죽게 된 사고에 대하여 죄책감에 살아간다. 운전을 한 카라는 잃을 것이 없다는 듯 모든 것을 놓고 분노를 제나에게 퍼붓는다. 로키는 자신이 먼저 파티 장에 가자고 제안을 하였고, 제나의 차 열쇠를 낚아채서 강제로 카라를 운전시킨 것에 대하여 죄책감을 가지고 있고 제나는 자동차 주인이 자신이라는 것과 열쇠를 로키와 카라에게 주었다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누가 잘못을 한 것일까? 운전을 한 카라? 처음 제안을 한 카라? 자동차 주인인 제나? 잘못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너무 과하여 죄책감에 빠져들면 안 되는 것이다. 그 죄책감은 자신을 망치고 감정마저 지배하게 된다.

260년이란 세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 시간을 순식간에 뛰어넘어 다시 눈을 뜬다면 그것은 엄청난 충격일 것이다. 로키와 카라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이 없고 자신이 기억하던 것들이 사라지고, 낯선 땅에 혼자 버려진 꼴이 되는 것 일거다.

이 책을 읽으며 나를 가장 많이 생각하게 한 것이 있다. 카라와 제나와 로키는 자신들이 괴물이라고 말한다. 카라는 말한다. 자신은 카라의 기억을 가진 껍데기라고. 그들은 생각하고 감정을 느낀다. 하나의 존재다. 그런데 그들은 진짜 로키일까? 진짜 카라일까? 진짜 제나가 맞을까? 이 책에서 카라는 로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린 사람이 아니야, 로키. 살아갈 날 따윈 없어. 우린 오래전에 살았던 한 소년과 소녀에 대한 기억일 뿐이야. 가짜 몸에 저장된 기억들. 카라는 죽었어. 걘 아주 오래전에 죽었단 말이야.”(파랑의 기억, 433쪽)

카라의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 그 아이들은 죽었다. 그럼 그렇게 말한 카라는 누구란 말일까? 카라가 아닌 것일까?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제2의 누군가?

나는 이 책속에 나온 이야기들의 260년 뒤에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섭다. 그렇게 살아난 이들은 누구일까? 그저 다른 사람의 기억을 가진 껍데기는 아닐까? 그럼,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말하는 그들은 누구일까? 자꾸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책의 주인공들이 나와 같은 10대이기 때문에 더욱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와 친한 친구가 나 때문에 죽는다. 그리고 그 친구는 살고 나는 260년 뒤, 너무나도 다른 세상에 가족도 없이 혼자 살아난다. 그 때의 나는 어떨까? 15cm의 상자에 정신이 갇힌 상태로 260년을 지내고 깨어난 나는 과연 정상일까? 카라처럼 너무나도 많이 변하지는 않을까?

지금 우리 사회는 변하고 있다. 약 5년 전에 생겨난 스마트폰은 현재 보급화가 되었고, 인터넷은 훌륭하게 발달되었으며 생명공학기술은 정말 대단하다. 사람의 심장을 이식하는 정도이니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사회이니 책속의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으리란 장담은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인간’이라는 정체성을 유지 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어른이 된 사회가 이렇게 된다면 그 사회는 분명 불행한 사회일 것이다. 편리한 점들이 많겠지만 ‘감정’이 존중되지 않고 정체성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 오랫동안 살고 싶어 한다. 그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모든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그래서 그들은 불로초를 찾아다니고 많은 연구를 하게 되었다.

책에서처럼 바이오겔로 신체 장애인이 없는 세상. 바이오퍼펙트로 똑같은 기억을 가진체 새롭게 태어나는 세상. 죽고 싶지 않으면 계속 살 수 있는 세상. 그 세상이 오게 된다면 그 때의 우리는 행복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