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성장 중 가질 수 있는 불안을 소재를 다룬 공포소설. 이번에는 카메라다!

시리즈 구스범스 11 | R.L. 스타인 | 그림 김상인 | 옮김 이원경
연령 9세 이상 | 출판사 고릴라박스 | 출간일 2015년 3월 23일 | 정가 10,000원

어른들의 소설 중 장르소설에서 저는 판타지 분야의 책을 즐겨 읽습니다. 판타지도 SF보다는 일반 판타지를 좋아하는 편이지요. 주변 분들은 미스테리/서스펜스, 추리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 무협이나 로맨스를 좋아하시는 분 등 다양하며, 장르 고유의 코드와 패턴을 즐기며 자신의 기호에 맞춰 책을 골라 읽습니다.

 

아이들의 책을 잠깐 볼까요. 전래/명작동화, 그리고 일상의 이야기와 환상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동화. 그리고 그 외에 교육적 가지치기를 위하여 과학/수학/역사/사회 등의 주제에 이야기를 담기도 하지요. ( 물론 이 분류는 어찌보면 책을 골라주는 어른들의 편의상의 분류일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

어른들이 자신의 기호에 맞춰 책을 골라 읽듯이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장하면서 여러가지 그림책과 쉬운 문고들을 접해오면서 아이들도 자신만의 좋아하는 분야들이 조금씩 확립되어져 왔겠죠. 초등 고학년 정도되면 좋아하는 주제들을 떠올릴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당연한 것이지만 아이들의 책도 어른들의 장르소설처럼 분야가 다양하다는 사실에 새로운 발견을 한 것처럼 놀라게 됩니다. 전세계적으로 판타지 분야의 「해리포터」시리즈 다음으로 많이 팔린 이 「구스범스」시리즈의 분야가 ‘호러’ 분야라는 사실이 제게는 참 경이로운 일이었지요. 밤톨군의 눈높이에 맞추어 책들을 다시 읽어나가는 터라 어릴 때 읽었던 책들의 기억은 잠시 접어두었기에 더욱 새로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아이들의 ‘호러 이야기’를 펼쳐봅니다.

 

‘심장이 약한 사람은 읽지 마시오.’

표지에 써있는 경고문구가 오히려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Goosebumps 는 추위나 소름으로 생기는 소름을 의미하지요. 표지와 제목에서 추측할 수 있는 것처럼 이번 편의 줄거리는 찍힌 사람이나 사물에게 무서운 일을 가져오는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원제는 Say Cheese And Die 이군요!! ) 원서로는 미국 리딩 레벨4 정도로 미국의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이라고 하니 번역서인 이 책도 내용적으로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에게 알맞을까요. 주인공은 9살에서 13살 또래의 아이들이 주로 나옵니다.

 

저는 어릴 때 필름에 모양이 박히고, 인화되어 나오는 사진을 볼 때마다 묘한 두려움에 사로잡히고는 했었어요.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경우는 더더욱 신기하면서도 두려웠답니다. 그련 두려움은 제대로 나오지 않은 사진을 정리할 때 쉽게 찢지 못하게 하는 영향으로 남아있습니다. 책 속 사진기에 찍히는 것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보여준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늘 나쁜 미래만 보인다는거죠!

 

대체 그 카메라는 뭘까? 미래를 보여 주는 카메라?

혹시 나쁜 일이 일어나게 만드는 카메라가 아닐까? p75

책은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일상과 감정이 서서히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얼개로 되어 있습니다. 공포의 무대는 집과 학교, 여름캠프, 동네 같은 어린이들의 생활에 밀접한 공간이기에 더욱 몰입하기 쉽습니다. 이번 에피소드의 배경이 되는 낡은 저택은 우리나라의 아이들에게는 조금 멀게 느껴질 수는 있겠네요.

 

옛날 사람들이 왜 카메라를 두려워했는지 아니? 카메라에 찍히면 영혼을 빼앗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거미 영감은 카메라를 토닥이며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이 카메라는 정말로 영혼을 빼앗는단다. p142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들도 그렇지만 이번에도 어린이의 성장 중 가질 수 있는 불안을 소재를 다루어 공포로 표현하였습니다. 제가 어릴 때 가졌던 두려움처럼 우리 아이들에게도 문명의 이기에 대한 근원적인 ( 호기심 섞인 ) 두려움이 있을테니까요. 시리즈의 다른 에피소드를 살펴보니 형제자매 간의 질투, 친구들의 놀림에 대한 분노, 집을 떠나는 두려움, 처키 같은 저주 인형 등 어린이 마음에 자리하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익숙한 괴물들이 다루어지고 있네요. 옛이야기, 영화, 뮤지컬 등 여러 장르를 통해 끊임없이 재해석되면서, 어른들에게는 두렵고 불쾌하다기보다 이제는 친숙한 느낌마저 들게 하는(!) 것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들려주고 있다고 할까요. 또한 배꼽 잡는 유머와 뒤통수를 치는 황당함도 아이들을 환호하게 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어른들은 공포를 감지하지 못하며 어린이의 말을 믿지도 않습니다. 결국, 어린이들은 자신의 용기로 공포를 물리치고 나아가 사건을 해결해야 합니다. 다행인 것은 호러장르이긴 어른들의 그것처럼 폭력과 피 등 자극적이고 잔인한 장면은 없습니다. 대신 이야기 전개를 상당히 빠르게 유지하고, 긴장과 이완 등 호흡조절 등을 통해 오직 심리적인 긴장을 주며 공포감을 조성합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시종일관 유지하는 작가의 탁월한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답니다. ‘호러’라고 해서 잔인한 오락물이 아닐까 염려하는 어른들의 걱정을 말끔히 해소시켜주지요.

 

책을 펼치는 순간 뒷 이야기가 궁금하여 멈추지를 못합니다. 심장이 두어번 내려앉고 나면 사건이 해결되는 듯 하는데.. 마지막 반전. 글로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상상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그림으로 보여주는 오싹한 결과(!!)

번역서는 우리나라 그림작가의 그림으로 나와있는데 원서에서도 글작가와 협업한 다른 그림작가의 그림은 어떻게 나와 있었을까 살짝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원서를 찾다보니 “Say Cheese and Die, Again” 이란 에피소드가 또 나와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는~!!

 

이 시리즈는 심리 아동 상담 전문가 권윤정 선생님으로부터 ‘아이에게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시켜 자기 안의 용기를 회복시켜 주는 책’이라는 평을 받았다고 합니다. 주철환 이화여대 교수는 《Goosebumps HorrorLand》를 두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내 아들과,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픈 나 같은 어른들이 친구로 만날 수 있도록 우정의 다리를 놓아주는 책”이라고 평을 했다네요.

 

마지막 페이지에는 다음 책에 대한 예고 및 짤막한 내용이 나오는 것이 TV 드라마 시리즈를 보는 듯 합니다. 왠지 본방사수 해야할 것 같은 느낌?

워낙 인기가 있던 시리즈였기에 외국에서는 TV 시리즈도 나와있고, 올해 영화로도 개봉한다고 합니다. 아래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다양한 캐릭터들도 볼 수 있고 게임과 퍼즐 등으로 영어공부도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출처 : 원서 스콜라스틱 홈페이지,  http://goosebumps.scholastic.com/

북미에서 올해 10월에 개봉될 예정인 영화의 스틸컷

출처 : 네이버영화,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127866

책 속 작가 자신의 모습에 대한 일러스트도 참으로 흥미롭지요? 어린이 책의 ‘스티븐 킹’으로도 불리는 그인지라 외국의 한 질문 사이트에는 이런 질문도 올라왔다고 하네요.

 

“who’s the better writer Stephen king or r.l Stine?” (스티븐 킹과 스타인 중 누가 더 좋은 작가인가?)

 

R L Stine is the king of Children’s horror and Stephen King is the king of Adult Horror. comparing them is stupid. They’re both really really good. (스타인은 어린이 공포의 왕이고, 스티븐 킹은 어른 공포의 왕이다. 그들을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들 모두 정말 정말 멋지다.)

 

그러고보니 어른용 호러물은 무서워서 못보는 제게 이 정도의 호러물이 딱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 미리 읽어두고 녀석의 잠자리에서 하나둘씩 이야기를 꺼내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벌써 궁금해지네요. 녀석은 자기가 마저 다 읽어보겠다고 나서겠지요. 번역서로 읽고 나중에 원서로도 읽으면 더욱 재미있게 여겨질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