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베스트셀러라더니 이유가 있구나!

시리즈 구스범스 11 | R.L. 스타인 | 그림 김상인 | 옮김 이원경
연령 9세 이상 | 출판사 고릴라박스 | 출간일 2015년 3월 23일 | 정가 10,000원

구스범스Goosebumps

찰칵! 금지된 카메라

 

 

10세 아이가 <구스범스> 11권을 재미있다며 읽더니만, 독후감 쓰기를 거부합니다. “책 다시 펴보면 더 무서워질까 봐”라는 어설픈 이유를 들어서 말입니다. ‘아이들 대상인 책이 무서워봤자지’ 하며 구스범스 제 11권 <찰칵! 금지된 카메라>를 펼쳐 들었습니다. “심장이 약한 사람은 읽지 마시오!”라는 표지 문구도 홍보용이라고 가볍게 생각했지요. 그런데 웬걸요. 구스범스(goose bumps), 제목처럼 소름 돋게 하는 괴기스러움과 공포를 담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숨어 있던 용기를 불끈 솟아나게 하며, 무서워도 계속 책장을 넘기고 싶어지게 하는 재미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전 세계 32개 언어로 출간되어 3억부 넘게 판매된 초대형 베스트셀러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판매부수라지요?

 

아이가 기특하게도 ‘아직 구스범스 모르는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며 포스터 한 장을 그렸어요.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유령 사진을 그렸습니다. <찰칵! 금지된 카메라>의 모티브를 제대로 잡아낸 홍보그림인걸요? 사실 심령사진, 미래의 일을 예언하듯 미리 보여주는 카메라는 공포 영화의 단골 소재로 친숙합니다. 하지만 R. L. 스타인은 2001년과 2003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어린이책’의 작가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던 작가답게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소재를 독창적이고도 매혹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우선 <찰칵! 금지된 카메라>에는 평범한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더그, 그레그, 샤리, 마이클은 일상의 따분함에서 벗어나겠다며, 흉가를 방문했어요. 엄밀히 말하면 방문이 아니라 비밀스러운 잠입이었지요. 카메라에 관심이 많던 그레그가 선반 작업대에서 카메라를 발견하여 몰래 가지고 나오면서 공포 수위가 점점 높아집니다. 카메라가 고장 난 것인지 귀신이 씌인 것이니, 사진을 찍으면 현재의 모습과 다른 모습이 찍혀 나옵니다. 예를 들어, 그레그의 아빠가 막 새로 산 차를 이 카메라로 찍었더니, 처참하게 박살 난 자동차가 사진에 보입니다.  실제 그레그의 아버지는 자동차 사고로 심한 부상을 입게 됩니다. 카메라의 음울한 예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단체 사진을 찍었는데 샤리가 사진 속에서는 보이지 않았고, 실제 샤리가 실종되는 미스테리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레그는 점차 카메라가 보통 물건이 아님을 의심하게 되고, 제자리에 갖다놓아야겠다는 결심을 굳힙니다.

 

보통의 어린이라면 카메라가 부리는 흑주술(black magic)이 무서워서라도 카메라를 내다 버리거나, 폐기할 텐데 그레그는 남다릅니다.  그동안 있었던 나쁜 일들이 다 자기 책임인 것만 같이 느낀 그레그는 두려움에도 불구,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립니다. 그레그와 친구들은 그 무서운 흉가로 돌아가 카메라를 원래의 자리에 놓고 돌아 나오려다가 카메라 주인인 “거미 영감”과 마주칩니다. 그는 카메라더러 “사악한 물건”이라는 둥 “카메라를 훔친 후 모든 불행이 자기 몫”이 되었다는 둥, 무서운 이야기에 이어 가장 소름 돋는 비밀을 말해줍니다. 이렇게 무서운 카메라를 도무지 없앨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거미 영감이 이런 비밀을 담담히 아이들에게 말해준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아이들을 세상 밖으로 내보낼 생각이 없었거든요. 아이들은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놓였습니다.  잔혹하거나 자극적인 장면이 없는데도 R. L. 스타인은 책장 넘기는 독자의 손에 땀이 날만큼 긴장시키고 소름을 돋게 합니다.

“거미 영감”의 비참한 최후는 마치 스스로의 탐욕에 대한 대가처럼 묘사됩니다. 하지만, R. L. 스타인은 카메라 주인이었던 거미 영감의 죽음으로 모든 비극이 잠재워지는 진부한 결말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독자에게 한 번 더 소름 끼치는 두려움을 선물해줍니다. 예비 독자를 위해 스포일러는 여기까지! 직접 소름 돋으면서도 짜릿한 독서체험을 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