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도 퀸 1 – 세븐 링 서커스』by 하야미네 가오루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5년 4월 17일 | 정가 9,000원

동화를 읽으면서 아이와 함께 읽는다고 생각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보다 내가 더 좋아하기 시작한 것 같다.  아동,청소년 동화를 참 좋아한다.  아이들이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것처럼 나도 빠져들어서 책 속 주인공이 되어버릴때는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하야미네 가오루 작가의 『괴짜 탐정』시리즈는 아이들 뿐 아니라 나 역시 무척이나 사랑하는 작품이다.  시리즈가 2기로 넘어섰는데, 하야미네 가오루의 새 작품이 나와서 조금 놀랐다.  혹시, 탐정 시리즈가 끝이난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책을 읽어보니 그건 아닌 것 같다.  시즌이 넘어가고 두번째 이야기를 읽지를 못했는데, 『괴도 퀸』을 만나보니, 퀸이 괴짜 탐정을 만난 상황이 나와 있어서 그들이 어디에서 만났는지 사뭇 궁금하다.  하야미네 가오루가 만들어낸 유쾌하고도 짜릿한 인물들.  이제 그 자리를 괴도 퀸과 퀸의 파트너인 조커, 요상한 인공지능 컴퓨터 RD가 이어간다.

 

 

 

Queen. 분명 내 상식으로 퀸은 여성을 의미한다.  책 표지를 통해서 만난 인물도 예쁘진 않지만 분명 여성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모르겠다.  퀸의 성 정체성을 말이다.  책에서는 그리스 조각상 같은 절대적인 미모의 긴 금발을 휘날린다고 표현을 하고 있지만, 도통 여성은 아닌듯 하다.  업무상 파트너라는 냉혈남 조커와, 세계 최고의 인공 지능 컴퓨터 RD와 함께 비행성 트루바우더를 타고 다니는 퀸의 행동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멋들어진 괴도의 모습은 절대 아니다.  어딘지 나사 하나 빠진것 같은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그런 인물은 괴짜 탐정을 통해서 이미 만났기 때문이지, 더욱 기대를 하게 만든다.  이런 인물이 어떤 멋들어진 일을 펼칠까 하고 말이다.  역시나 하야미네 가오루의 주인공 답게 퀸은 모든것이 어설프지만 모든것이 완벽한 인물로 그려진다.  어느것 하나도 허투루 하는 것이 없는 인물, 어쩌면 뒤에서 열심히 도와주고 있는 조커와 RD 때문에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우리 고전 속 홍길동 오라버니를 시작으로 괴도라하면 자신이 가고자 하는곳은 무슨일이 생겨도 가야만 한다.  유럽에 루팽이 그랬고, 일본엔 코난과 힘을 겨루는 괴도 키드가 그러지 않는가?  매화꽃 그려진 서찰을 남겨놓는 조선시대부터 괴도 키드의 익살스러운 카드까지.  예고장을 보내 놓고 대담무쌍하게 범행을 저지르는 괴도.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현대사회까지 이어지는 괴도라는 존재는 얼마나 낭만적인가를 외치는 것은 괴도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이들뿐이고, 그 속에 우리의 괴도 퀸도 포함된다.  어두운 밤이 되면 낭만을 느끼고 아름다운 꿈속을 살고 있는 것 같은 괴도 퀸.  대담무쌍한 범행을 이야기하지만, 동력자들은 콧방귀 끼면 ‘흥~!’을 외치는 것이 더욱 자연스러울 것 같다.  퀸의 범행 대상이 되어 버린 ‘린덴의 장미’.  과거 ‘네펠티티의 미소’라 불리던 저주의 보석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분명 퀸이 주인공이니, 독자는 어떻게 퀸이 철통같은 보안을 하고 있는 호시비시 다이조의 ‘린덴의 장미’를 훔치는 가를 따라가기만 하면 될줄 알았는데,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어 진다.  퀸과 전면 대결을 펼치고 있는 ‘세븐 링 서커스’.  내가 알고 있는 서커스는 봉춘서커스와 태양의 서커스가 전부인데, 이젠 세븐 링 서커스도 눈여겨 봐야 할 것 같다.  단장 화이트 페이스, 최면술사 샤먼 사이토, 곡예사 실버 캣 히토미, 열쇠 수리공 죠 세서미, 마술사 프리즘 프리즘, 조련사 비스트, 괴력남 장 폭과 죽마남 스타일리 이노우예로 이루어진 세븐 링 서커스는 투루바우더속에서 고양이들의 벼룩을 잡고 있는 인물들처럼 기이 하지만, 그들보다 더욱 조직적으로 보인다.  누구도 도전하지 못했던 괴도 퀸의 예고장을 무시하고 ‘린덴의 장미’를 가지고 사라진 세븐 링 서커스.  그리고 이제 그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괴도 퀸.

 

이제 이야기는 누가 괴도인지 알수 없는 상황속으로 흘러 들어가 버리고, 그곳에서 또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자아조차 잊어버리게 하는 괴도 퀸의 능력과 그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는 화이트 페이스.  그들에겐 어떤 숨겨진 비밀이 있는 걸까?  괴도 퀸 1권의 오프닝은 무너진 건물들의 잔해 속에 세워진 서커스 천막이었다.  약속을 하는 어린 소녀와 피에로.  전쟁의 폭격으로 사라져버리는 마을.  이 숨막히는 오프닝이 퀸의 모험을 따라가다가 잊고 있었다.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이야기를 말이다.  책장을 마지막까지 넘기고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버리는 마법을 하야미네 가오루는 『괴도 퀸』에서도 여지없이 펼쳐보이고 있다.  이 모든 인물들에게 숨겨져 있는 비밀을 책장을 넘겨보기 바란다.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를 사라지게 하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분명한것은 역시 하야미네 가오루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