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 / 비룡소, 난 책읽기가 좋아 3단계, “진작 이렇게 얘기 나눌걸!”

연령 9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5년 4월 17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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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

최은옥 글 / 서현 그림

136쪽 | 342g | 148*215*13mm

난 책읽기가 좋아 3단계 – 50

비룡소

 

책의 제목처럼, 책의 표지에 보이는 그림처럼 세 명의 아이들이 칠판에 딱 붙어 버렸습니다. 접착제를 쓴 것도 아니고, 무엇인가 희귀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도 아닙니다. 아이들을 칠판에서 떼어내기 위해 교장 선생님이 찾아오고, 부모님도 달려오지요. 119 구급대, 유명 박사님이 다녀가고 기도를 하거나 굿을 합니다. 그래도 되지 않자 경찰이 오고, 급기야 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 셋이 그냥 그대로 있는데도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학교를 봉쇄하기까지 합니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습니다.

 

2011년 푸른 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선 글작가는 2013년 『책 읽는 강아지 몽몽』에서 귀여운 주인공과 재미있는 설정, 아이들이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비룡소 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지요. 어느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지하철 안 승객들의 익숙한 모습이 낯설게 다가오며 마음 속 가시가 되었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그 가시에서 지금의 이야기가 태어났다고 말합니다.

사진출처 : 최은옥 작가 인터뷰, 2014년 3월, 비룡소

 

초등 문고들은 출판사마다 고유의 단계를 표시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비룡소의 경우는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네요. 아이들마다 독서력이 저마다 다르니 권장연령에 맞추는 것보다는 내 아이에게 맞는 단계를 선택해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각 단계는 책의 페이지수, 본문의 양, 어휘의 수준이 조금씩 다르겠지요.

 

독서레벨 1단계

책을 혼자 읽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

독서레벨 2단계

책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동화

독서레벨 3단계

책읽기와 글쓰기에 길잡이가 되어 주는 동화

 

 

그나저나 밤톨군에게 서현작가의 그림은 언제나 옳은(?) 듯 합니다. 녀석은 책의 그림을 휘리릭 훑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책인 「눈물바다」(사계절) 와 비슷한 장면을 찾아냅니다. 그림작가 이름은 아직 말하지 못해도 “엄마, 이거 눈물바다 그린 사람이 또 그린거죠? ” 라고 말하지요. 「난 책읽기가 좋아」시리즈의 독서레벨 3단계 ( ‘책읽기와 글쓰기에 길잡이가 되어주는 동화’ ) 를 읽으면서도 여전히 그림이 중요한 녀석이랍니다.

 

칠판에 붙어버린 아이가 나오는 설정은 낯이 익습니다. 밤톨군과 읽은 책들을 뒤져보니 김영주 작가의 「거미손」(「바보1단」/ 웅진주니어 ) 이라는 동화에서도 칠판에 붙게 되는 아이들이 나왔었죠. ” 이번에는 왜 붙은거야! ” 라며 책에 다가서는 녀석이 모습이 제법 진지하네요.

 

아이들이 칠판에 붙어버린 상황. 당황스럽고 덜컥 겁도 나지요. 그런데 이를 해결하려는 어른들의 모습이 참으로 다양합니다. 왜 제멋대로 칠판에 붙어 있느냐며 역정 내는 교장 선생님, 문제집은 다 풀고 칠판에 붙은 거냐는 기웅이 엄마, 특종의 기회라 생각하고 보도하는 동훈이 엄마, 우리 회사는 책임이 없다는 칠판 공장 사장님,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라는 건설사 변호사님. 과학과 종교를 대표하는 만능박사님, 신부님, 스님 등 다양한 어른들의 반응에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그런데 그저 웃어 넘기기에는 씁쓸한 현실의 모습이 교차되기도 하지요.

 

어른들의 대책회의는 ‘네 탓이야’ 회의가 되었습니다.

 

칠판에는 왜 다른 아이들도 아니고 기웅이, 동훈이, 민수가 붙은 걸까요. ‘박’씨 성을 가진 아이가 이들 셋 뿐이라서 이들은 모둠을 짜도, 청소 당번을 짜도 대부분 한 팀이 되었습니다. 반 친구들은 이들을 ‘세박자’라고 불렀지요. 이들은 금방 친해졌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서로 말을 하지 않고 눈치만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세 아이 주변에는 알 수 없는 찬바람이 쌩쌩 불었지요.

 

그리고 이제 꼼짝 못하게 된 세 아이는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장난처럼 시작한 이야기가 속 깊은 이야기로 발전하고 그동안 쌓여왔던 오해들을 풀게 됩니다.

 

좀 더 일찍 지금처럼 얘기를 나눴더라면 오해가 생기지도 않았을 것 같았다.

말하지 않고 쌓아두는 것보다 지금처럼 서로 얘기를 나누는 게 훨씬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진작 이렇게 얘기 나눌걸! “, p122~123

 

아이와 책을 읽으며 우리 가족의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옆지기와 어떤 대화를 나누었던가. 식사시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혹시 아이의 이야기를 흘려듣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지 않았는가.

 

‘딱 붙은 사람들’. 책의 마지막 에피소드의 제목입니다.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음, 혹시 저처럼 괜히 뜨끔하셨던 분들 없으신가요.

그리고 뜨끔하셨다면 누구와 함께 붙어버린 모습을 떠올리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