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수세미 생물

시리즈 구스범스 12 | R.L. 스타인 | 그림 정지혜 | 옮김 이원경
연령 9세 이상 | 출판사 고릴라박스 | 출간일 2015년 5월 18일 | 정가 10,000원

요즘 한낮의 기온이 때아닌 한여름 날씨여서

봄은 건너띄고 여름이 벌써 시작된 거 같아요. 옷장 정리를 겨울옷 집어넣고

봄옷 정리하고 봄옷 입어 본 게 몇 번 안 되는데요. 동네 마트에는 큼지막한 수박, 잘익은

참외 등 여름 제철 과일은 물론이고 여름 휴가철에나 보던 물놀이 용품이 그득그득하더라고요. 

아이들도 외출하고 들어오면 덥다는 소리가 입에 붙어서 시원한 것만 찾네요.

계절만 보면 달력을 한장 넘겨서 7, 8월여야 하는데.. 이래가지고 올 여름나기가 

진짜 걱정스럽네요. 그러다보니 손에 잡히는 책도 한여름 머리털이 쭈뼛쭈뼛 서고 

등골이 오싹오싹한 공포 책이 자석처럼 더 끌리고요. 한낮 쏟아지는 졸음과

이유없이 짜증나고 높아지는 불쾌 지수를 낮추는 

극처방으로 이만한 책이 없어요. 

 

한번 보면 그 마력에 허우적허우적 헤어나오지 못하는 

구스범스 시리즈가 이렇게나 반가울 수가.. 이번 열 두번째 이야기 ’싱크대 밑의 눈’ 의

정체가 무지 궁금하네요. 보통 가정집 싱크대 밑에 사는 두려운 존재라면 바퀴벌레나

생쥐 정도가 아닐까 예상해보는데 어찌 책표지에 그려진 검은 괴물의 정체는

그보다 휠씬 몸집이 크네요. 보는 사람마다 사나운 개나 늑대처럼 보이기도 하고 

머리가 둘, 셋 달린 무서운 악마같기도 한데 정말 저런 끔찍한 괴물이 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뻔하죠. 모두가 잠든 깊은 밤,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로

변하는 귀신 이야기일까 싶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표지 바로 뒷장에

우리가 마트에서 장볼 때 흔히 사용하는 카트 안을 잘 보세요.

그 안에 엄청난 불행을 가져올 소름 끼치는 물건이 숨어 있어요.

  

마치 악마의 저주가 서린 검은 그림자가

물건의 정체를 더 궁금하게 하는데요. 우리 일상에서 아주 흔한 물건이라

더 소름 끼치게 놀랍네요. 그것도 주인공 가족이 큰집으로 이사하던 날 싱크대 밑에서 발견된 

오래된 수세미. 그러니깐 오래돼서 말라빠진 수세미가 작아졌다 커졌다 하며 느릿느릿 

숨 쉬듯 살아 움직이는데 누가 믿겠냐고요. 심지어 후우아, 후우아 나직하게 들리는

숨소리까지 절대 잘못 본 게 아니에요. 세상에나 살아 있는 수세미라니!

속으로 살짝 겁도 났지만 자신이 어떤 대단한 물건을 최초 발견할 걸 신기해하는 캣. 

하지만 아무도 캣이 하는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죠. 남동생 다니엘은 조금전 

누나를 놀래킨 복수쯤으로 농담하는 줄 알고 이삿짐 정리하느라

바쁜 엄마는 대꾸할 정신도 없지요.

 

가족 중에서는 유일하게 애완견 파이터만

예민하게 반응하는데요. 파이터가 몸을 웅크리고 수세미를 한참 동안 노려보다

이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대는 행동이 심상치 않네요. 그르르르르, 그르르르르

 하마터면 안절부절 못하던 파이터가 이빨로 수세미를 물어뜯을 뻔. 그제야 다니엘도

관심을 보이며 ”우아! 뭔가 번쩍였어! 누, 눈이야!” “분명 살아 있어!”  비로소 믿는 눈치더니 

곧장 싱크대 밑으로 머리를 박고 수세미를 먼저 집으려 달려들어요. 

“안 돼! 내가 먼저 봤어. 그 수세미는 내 거야!”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은 캣은

다니엘을 막아서고요. 그 와중에 약간의 몸싸움이 있었는지 다니엘이 그만 싱크대에

머리를 쿵 찧고 마네요. “으아아아아악!” 얼마나 아픈지 아이의 비명 소리를 듣고

엄마가 화들짝 놀라 달려오는데요. 저도 이런 경험이 많지만 아이들이 서로 티격태격

다투다 넘어지거나 다치면 괜히 다친 아이보다 옆에 있던 아이가

더 잘못한 거 같고 속상한 마음이 열 배는 커지는 거 같아요.  

  

더구나 엄마 보기에는 그깟 수세미가 뭐라고 

서로 ’네 잘못이다!’ 싸우는 지 어이가 없어 ”한 번만 더 수세미 갖고 싸우기만 해!

아주 혼날 줄 알아!”  단단히 화 내실만 하죠. 그런데 어이 없게도 일부러 누나가 밀어서

다쳤다고 말하는 얄미운 다니엘때문에 억울한 쪽은 캣이에요. 아무렴 동생이 밉다고

밀고 안 밀고.. 이 일은 정작 앞으로 일어날 일에 비하면 시작에 불과해요. 

캣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녀석의 축축한 주름을 손끝으로 건드리고 또 눌러보고

보면 볼수록 그냥 수세미가 아닌 것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에요. 

틀림없이 그도 캣을 보고 있는 축축한 눈빛이 온 몸에 소름이 확 끼칠 정도로

아주 기분 나빠요. 게다가 또 일어나는 아찔한 사고. 이번에는 사디리 꼭대기에서

작업 중이던 아빠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마는데요. 믿고 싶지 않지만

아까 다니엘이 머리 부딪칠 때와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져요. 

어째서 둘 다 가만있는 캣이 일부러 밀었다고 생각하는 건지..

 

이유는 하나. 누구의 불행을 기뻐하며 비웃기라도 하는 녀석.

처음 부드럽게 두근거리는 정도에서 점점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믹서처럼 

사납게 고동치는 수세미를 보자 섬뜩함이 느껴져요. 더 이상 나와 내 가족 근처에는 

절대 두고 싶지 않은 끔찍한 물건. 당장 미련없이 밖으로 달려 나가 차고 옆

커다란 철제 쓰레기통에 내다 버리고 다신 볼 일 없을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하필이면 

캣이 버린 걸 다시 주워오는 다니엘은 여전히 이 물건에 대한 환상을 젖어

 햄스터 우리 안에 넣고 살아서 꿈틀대는 수세미 생물을 관찰하기로 하는데요.  

혹 백과사전에 나오는 해면이라는 바다 생물인가? 그건 수세미를 닮긴 했어도

물속에서만 살고 눈도 없다니 이건 수세미도 아니고 해면도 아니고 대체 뭘까? 

드디어 밝혀지는 괴물의 정체는 도서관 책장에 오래 묵혀

곰팡내가 진동하는 괴물 대백과에 나오는 전설의 고대 생물 ‘그룰’ 

사진에 주름진 표피, 작고 까만 눈 특징이 다 맞아요.

  

예로부터 불행을 몰고오는 부적으로 알려져

음식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는 대신 불행을 먹고 산다는 둥 

주변에서 나쁜 일이 일어날 때마다 그룰은 점점 더 강해지고 그룰을 가진 사람에게는

끝없이 불행이 찾아온다는 둥 말이 안되는 설명이 줄줄. 여지껏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이 설명에 다 들어맞지만 가장 말이 안되고 충격적인 건 절대로 남에게 주거나

버릴 수 없을 뿐더러 남에게 주는 사람은 하루가 가기 전에 죽는다는 끔찍한 저주죠.

그리고 그룰의 사촌쯤 되는 괴물 감자 그뤼엘까지 정말 이런 괴물들이 있다는 게

넘 놀랍고 신기하네요. 그토록 알고 싶었던 수세미 생물에 대해서

이런 한심한 책을 믿어야 하나?  “순 엉터리 책이야.” 차라리 백과사전에 소개되었더라면 

뭐가 달라졌을까? 만약에 이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캣 주변에 일어난

온갖 크고 작은 사고가 그 녀석 때문이란 게 화가 치밀어 올라와요. 

 

“누구냐? 넌, 넌 대체 뭐냔 말이야!”

캣을 그 녀석이 든 통을 집어 흔들면서 성난 얼굴로 소리치자 그 녀석도

천천히 숨을 쉬면서 캣을 노려봐요. 그날, 집 어디에도 파이터가 보이지 않고

캣은 이 지긋지긋한 불행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불안한 마음에 녀석을 번쩍 들어 내던져요.

그때 피 흘리며 다친 사람은 캣이었고요. 그 사악한 놈은 교활하게 키득거리며 비웃더니

별안간 노란색에서 주황색, 다시 빨간색으로 더 끔찍하게 변해요. 그리고 캣의 생일까지 완전

망쳐버린 복수로 그룰을 제거할 계획을 세우는데요. 다니엘과 함께 뒤뜰로 나가 

절대 기어 올라 올 수 없을 만큼 깊은 구덩이를 파고는 그 속에 그룰을 파묻고 말죠. 

하지만 이튿날 제 손으로 꼴도 보기 싫은 그룰을 다시 살려 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도대체 남의 불행 즐기는 그룰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한 건지 

구스범스 시리즈 읽을 때마다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는 업! 스릴은 덤이에요.

그런데 철거머리 그뤼엘은 진짜 무섭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