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따라 강남 여행
너무 어려서 보았던 히치콕의 영화 <새> 때문에 새를 무서워하는 저이지만 제비에게만은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어요. 검은색과 흰색의 연미복을 입고 날렵한 몸매로 비행하는 제비는 왠지 이야기 속 흥부에게 그랬듯이 좋은 일을 몰고 올 것만 같거든요. 제비가 주인공인 그림책이 있어 반가웠습니다. 비룡소의 지식 다다익선 시리즈 최신간, <제비 따라 강남 여행>이 바로 그 책 입니다. 작가 신현수는 <흥부전>의 ’제비가 강남 가다’라는 표현에서 강남의 정확한 위치가 궁금해졌나봐요. 하지만 제대로 아는 이도, 알려 하는 이도 많지 않았대요. 그래서 작가가 조사해보니 한국의 제비는 가을에 중국의 남쪽 지방과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 즉 매우 넓은 지역을 포괄하며 다니고 다시 이듬해 봄에 한국으로 돌아왔대요. 참으로 놀랍지요? 제비의 여행길을 따라다니는 설정이다 보니 <제비 따라 강남 여행>에서도 중국, 동남 아시아 여러 나라가 파노라마처럼 배경으로 지나간답니다. 넘길수록 배울 게 많아지는 지식그림책인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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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펼치면 면지에 제비들의 여행경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지도가 펼쳐집니다. 이어, 낙엽이 지고 서늘해지는 가을 풍경과 어디론가 향하는 제비들이 눈에 들어와요. 작가는 “제비들이 간다는 강남은 대체 어디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꼬마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킵니다. 바로 이어지는 풍경은 공원에 삼삼오오 모여 기체조하는 사람들과 늘어지 버드나무. 바로 중국, 그중에서도 따뜻한 남쪽 지방이었어요. “니하오, 태극권이라는 운동을 하는 거야.”하면서 중국의 소년이 제비들에게 친절히 설명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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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라고 기체조만 있겠나요? 제비들은 경극 구경에 해가 저무는 줄도 몰랐대요. <제비 따라 강남 여행>은 소위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여행지로 익숙한 나라 외에도 베트남, 타이, 미얀마, 필리핀 등 가까운 나라들의 모습을 아기자기하게 소개합니다. 독자는 제비를 분신 삼아 ‘강남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그 문화와 기후와 사람들의 삶까지 들여다볼 수 있으니 얼마나 알찬지요? 마지막으로 제비는 강남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처마 밑에 둥지를 지을 거래요. 꼭 그랬으면 좋겠네요.